지난 13일 열린 천성관(52)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새로운 의혹들이 줄줄이 쏟아졌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고가 아파트 구매자금과 고급차 리스 의혹에 이어, 위장전입과 증여세법 위반 의혹까지 불거졌다. 부인과 아들의 수입보다 더 큰 씀씀이도 지적됐다.
천 후보자는 이 모든 의혹에 대해 속 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 천 후보자는 아들 결혼식을 "조그만 교외에서 조용히 했다"고 답했다가, '조그만 교외'가 '6성급 고급 호텔 야외'임이 드러나 의원들의 실소를 빚어내기도 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14일 이런 천 후보자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인사청문회 내용을 전하는 기사부터 사설까지 모두 '비리 의혹 백화점'이라고 질타 받은 천 후보자의 자질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만큼은 천 후보자의 해명을 적극 받아들이는 등 축소에 급급했다.
청문회 자리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된 만큼 대다수 신문들이 천 후보자의 의혹을 세세히 전하는 한편, 시종일관 발뺌으로 일관한 천 후보자를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 '의혹 해소 못한 천성관 후보 청문회'를 통해 "천 후보자는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상실한 검찰은 더 이상 검찰이 아니라는 비장한 각오로 직무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 조직 통솔에는 정치적 중립 및 독립성과 함께 검찰 수장의 도덕성도 중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역시 사설 '의문투성이의 천성관 후보자 금전거래'에서 "검찰총장은 부패척결을 지휘하는 총사령탑"이라며 "그런 만큼 누구보다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조직 기강이 바로 서 부정부패에 제대로 메스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어, "이런 도덕적 결함과 실추된 신뢰를 가지고선 검찰조직을 제대로 이끌기 어렵다"며 "천 후보자 스스로 진퇴를 신중하게 고려할 때라고 본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이날 3면 기자칼럼 '천 후보, 매달 부족한 '295만 원+α' 어디서…'을 통해 천 후보자의 수입 대비 지출 규모를 계산해 지난 13일 천 후보자가 내놓은 해명을 비판했다.
"천 후보자의 해명대로 서울 잠원동에 소유한 아파트를 팔아 사업가에게 빌린 돈 8억 원을 갚는다 해도 한 달 이자 265만 원이 줄어드는 것이니 여전히 천 후보자의 수입 대비 지출은 적자다. 물론 이번 계산에 생활비는 아예 넣지 않았다. 당장 제네시스 승용차에 무슨 돈으로 휘발유를 넣을지 궁금하다."
칼럼은 또, "앞으로 돈이 필요한 공직자들은 모두 천 후보자의 '선례'에 따라 '지인'에게 차용증 한 장 써주고 현금으로 빌려 쓰지 않을까, 거액을 은행 이자보다 싸게 빌려 써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다고만 하면 탈날 걱정이 없을테니"라며 공직자 비리를 수사해야 할 검찰수장 자질이 천 후보자에게 있는지 비꼬기도 했다.
이날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대부분 해명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천 후보자를 '미스터리 맨'으로 칭한 <조선일보>도 이날 사설 '갈수록 비틀거리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를 통해 "앞으로 검사들은 뇌물 받은 혐의를 받는 공직자가 '그 돈은 업자에게서 빌린 것일 뿐 부정한 돈은 아니다'라고 해명한다면 '아~ 그렇습니까, 다들 그렇게 하는 게 상식 아닙니까'하고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주억거릴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3면 '속 시원한 해명 별로 못해' 기사에서 "법무부와 검찰 관계자들은 특히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집중 제기한 '스폰서 의혹'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며 "(천 후보자 부인의 명품 핸드백 구입 의혹 및 천 후보자의 골프 외유 의혹이) 만약 사실이라면 검사로서 창피스럽고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서울중앙지검의 한 현직 검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축소 급급한 <중앙>·<동아>... 천 후보자 해명 적극 받아들여
하지만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다른 언론과 달리 천 후보자의 해명을 적극 받아들였다.
<중앙일보>는 이날 6면 '천성관 "아파트 매입 신중치 못했다"' 기사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상실한 검찰은 더 이상 검찰이 아니라는 비상한 각오로 임무에 임하겠다"는 천 후보자의 모두발언으로 기사를 시작해 청문회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뒷전으로 밀어냈다.
<동아일보>는 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이날 8면 2단 기사로 보도하는 데 그쳤다. 기사 제목도 '위장전입, 자녀교육 위한 것'으로, 자녀의 위장전입 문제를 시인한 천 후보자의 해명을 제목으로 뽑았다.
<동아일보>는 기사에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위장전입과 고가의 서울 강남 아파트 매입 경위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천 후보자가 24년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은 아니라고 두둔했다"며 지난 13일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단순 보도했다.
2009.07.14 12:35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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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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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조선> 한목소리 비판, <중앙><동아> 축소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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