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2차 막기 위해 1차 시국선언자 조사했다"

전교조 경남지부, 노동부 창원지청에 '부당노동행위' 진정서 제출

등록 2009.07.14 13:52수정 2009.07.1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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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 경남지부 전선식 지부장은 14일 오전 노동부 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을 방문해 심재동 지청장을 만나 진정서를 접수시켰다.
전교조 경남지부 전선식 지부장은 14일 오전 노동부 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을 방문해 심재동 지청장을 만나 진정서를 접수시켰다.윤성효

교육청이 교사들의 2차 시국선언을 막기 위해 1차 참여자를 조사하도록 했으며, 이 과정에서 '전교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는 진정이 노동부에 접수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진선식)는 14일 오전 노동부 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지청장 심재동)에 권정호 경남도교육감과 문장영(진해)․김영범(함안) 교육장을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지배개입(부당노동행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전교조는 지난 6월 18일 전국 1만7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국선언을 했으며, 경남에서는 1000여명이 참여했다. 교육청은 최근 일선 학교 교장과 교감한테 시국선언 참여자를 조사하게 했다.

전교조는 당시 시국선언(1차) 명단을 공개하면서 지역과 학교는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교육청은 정확한 근거 자료도 없이 자의적으로 작성한 교사 명단을 각급 학교에 전달해 참여 여부를 파악하도록 했다.

전교조 지부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 명단을 증거에 근거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작성하여 공문이 아닌 전화 혹은 비공개 자료로 시․도교육청 혹은 학교 관리자에게 내려 보내 조사하도록 하는 일방적이고 비합리적인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밝혔다.

전교조 지부는 "교육청 혹은 학교 관리자들은 명단 자체의 사실 여부에 대한 고려 없이 명단에 포함된 교사들에게 일일이 면담 또는 전화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비인간적이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진선식 전교조 지부장은 "고성의 경우 1차 시국선언 때 참여자는 2명이었는데, 교육청은 50명의 명단을 작성해 조사했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탄압을 받았고 학교 관리자로부터 '이번 기회에 전교조를 탈퇴하는 게 어떠하냐'고 종용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전교조 지부는 진정서에서 "교육청 혹은 학교장이 조사한 대상에는 시국선언에 참여하지 않은 교사가 대다수였으며,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불법적이고 비인간적인 모멸감으로 인해 교육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기도 하였고, 심지어 조합원 탈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결심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교조 지부는 "함안교육청의 경우 2명의 장학사가 직접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해서 선언하지 않았다고 답변하는 조합원에게 명단이 있다고 윽박지르며 강압적인 방법으로 조사 작업을 하고 있어 조합원들에게 정신적 부담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선식 전교조 경남지부장(왼쪽)이 14일 오전 노동부 창원지청을 방문해 심재동 지청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선식 전교조 경남지부장(왼쪽)이 14일 오전 노동부 창원지청을 방문해 심재동 지청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윤성효

노동지청 "진정 내용은 사실 확인 여부 거치겠다"

진선식 지부장과 황금주 부지부장, 권성계 사무처장, 김성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 강성진 조직국장은 14일 오전 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을 방문해 심재동 지청장 등을 만나 진정서를 전달했다.

황 부지부장은 "교육청은 공식적인 공문에 의하지 않고 극비리에 무작위로 명단을 임의 작성해 시군교육청을 통해 교장과 교감들이 조사를 하도록 했다"면서 "학교관리자들은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한테도 명단에 있다며 윽박질렀으며, 조합원들이 시국선언 참여 확인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교조가 임의로 명단을 올린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에 확인 전화를 하기도 해 전교조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일선 학교에서는 관리자들이 조합원한테 '승진하지 않을 것이냐. 이번 기회에 탈퇴하라'는 말을 했다"면서 "이것은 명백한 지배개입이다"고 덧붙였다.

전교조 지부는 노동지청이 교육청에 지배개입을 하지 않도록 지도안내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진선식 지부장은 "전교조가 노동 문제로 해서 노동부를 찾아오고, 진정서를 제출하기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면서 "교육청 관계자들은 부당노동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 노동부 차원의 안내가 필요하다"고 제의했다.

김성대 사무처장은 "교육 현장에서 탈퇴 종용이 이루어진다면 지배개입이 분명하다"면서 "앞으로도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문을 보내는 등 계도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성계 사무처장은 "개별 교육 현장에서는 부당노동행위가 심각한데 수면 아래에 있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면서 "교사가 교장을 고발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안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재동 지청장은 "진정서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칠 것이며, 부당노동행위인지 인권문제인지부터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청에 노동법 안내 여부는 자체 판단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재동 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장이 14일 전교조 경남지부로부터 진정서를 받아 담당 감독관한테 전달하고 있다.
심재동 부산지방노동청 창원지청장이 14일 전교조 경남지부로부터 진정서를 받아 담당 감독관한테 전달하고 있다.윤성효

교육청 "교사 보호 차원에서 조사하도록 한 것"

교육청은 2차 시국선언을 막기 위해 1차 참여자에 대한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주 부지부장은 "교육청은 2차 시국선언을 막기 위해 2차에 참여할만한 교사 명단을 작성해서 파악해서 1차 참여자를 조사하는 방식을 취했다"면서 "어떻게 보면 시국선언을 막기 위해 더 악랄한 방법을 쓴 것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3일 권정호 경남도교육감을 면담했던 황금주 부지부장은 "권 교육감은 '최근 대전 교육감회의에 가니 경남이 시국선언 참여 교사가 많다고 들었고, 1차 시국선언 교사를 징계하려고 조사한 게 아니라 교사들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2차 시국선언 숫자를 파악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문장영 진해교육장은 "명단이 공개되어, 교장이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교사를 보호하고, 교사들에 대한 징계나 경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영범 함안교육장은 "그냥 확인차 전화를 한 것 같다"면서 "시국선언 참여 여부는 모르겠고 확인차 전화를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시국선언 #전교조 #경남도교육청 #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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