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최종타결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정부가 오는 9월께 공개할 한-EU FTA 합의문에 대해 제대로 국민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밀실에서 협상을 마무리짓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회장 백승헌 변호사)은 14일 외교통상부장관을 상대로 한-EU FTA 최종합의문 공개를 정식으로 청구했다. 현행 정보공개법에 따라 외교부는 최종합의문 공개 여부를 1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하며, 결과를 민변에 알려야 한다.
민변이 이날 청구한 협상문은 정부가 발표한 한-EU FTA 최종합의안의 영문과 국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언론보도문을 내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EU 의장국인 스웨덴의 에바 비예링 통상장관이 한-EU FTA 협상의 모든 잔여 쟁점에 대한 최종 합의안을 마련한 데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서명부터 하는 것은 통상일방주의"
국제통상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현행법에 따라 정부가 EU쪽과 타결했다는 FTA 최종합의안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면서 "정부가 EU쪽과 법률검토 작업후 가서명을 한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국민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중요한 국제통상 협상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서명부터 한다는 것은 통상일방주의나 다름없다"면서 "가서명 이전에 협정문을 반드시 공개하고, 국민적 토론과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또 한미FTA 때 논란이 됐던 역진방지 조항(ratchet, 어떤 분야에서 일단 한번 개방된 폭이 있을 경우 이를 다시 좁힐 수 없도록 한 조항) 등 일부 독소조항 논란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역진방지 조항의 경우 이번 한-EU FTA에서 주로 상품과 서비스, 투자 부문 등에 걸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협정 발효 후 여러 부작용이 있더라도 당사국들이 개방 수준을 낮출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혜민 대표는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역진방지 조항은 한미FTA에서처럼 개방분야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할 때 적용됐을뿐, '포지티브' 방식을 택한 한-EU FTA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해명했었다.
하지만 민변은 외교부의 이같은 설명은 실질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유는 한-EU FTA에서처럼 개방품목을 열거한 방식(포지티브 방식)을 취했다고 하더라도, 협정문 안에 일단 개방을 약속한 내용을 다시 복구할 수 없다는 조항이 들어갈 경우, 그 자체가 역진 금지 조항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 "한미FTA 체결의 일방적 독주 되풀이해선 안 돼"
한편 한미FTA/한-EU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는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만큼 파괴력이 클 수밖에 없는 한-EU FTA를 국민적 토론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협상안을 보면, 미래 최혜국대우 조항(향후 다른 나라에 더 많은 개방을 약속할 경우 자동적으로 소급적용할 수 있는 조항) 등 독소조항이 곳곳에 있다"면서 "서비스, 투자, 농축산업 등 한미FTA와 비교해도 파괴력이 약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FTA 체결의 일방적 독주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면서 "무조건 개방, 수출 위주의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내수경제와 서민경제를 살리는 데 국민적 힘을 모아나갈 때"라고 강조했다.
2009.07.14 15:43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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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국민에게 안 알리고 서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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