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코끼리의 발톱을 만지고 오다 (1)

인도의 땅끝마을 깐야꾸마리

등록 2009.07.16 15:44수정 2009.08.1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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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오직 하나이다. 다만 현자들이 그것을 여러가지 이름으로 부를 따름이다.
<리그베다> 1. 64. 46

a 인도의 최남단 깐야꾸마리 멀리 간디 기념관이 보인다

인도의 최남단 깐야꾸마리 멀리 간디 기념관이 보인다 ⓒ 김철홍


아라비아해, 인도양, 그리고 뱅골만이 만나는 곳. 역삼각형 인도대륙의 꼭지점을 이루는 깐야꾸마리는 인도인들에게 있어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 장소다. 땅끝마을이란 상징적 의미와 더불어 인도 건국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유해가 뿌려진 성스러운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관광지들과 달리 깐야꾸마리 관광객들 대부분은 인도인들이다. 하긴11억이 넘는 인도 인구의 중산층을 10%만 잡아도 그 수는 1억이 넘는다. 가난한 나라의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인도지만,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인도는 서서히 용틀임을 하고 있다.


a  썬글라스를 고르는 인도인 관광객들

썬글라스를 고르는 인도인 관광객들 ⓒ 김철홍


흔히 사람들은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현실만을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만의 시각과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온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바꿔 볼 때, 세상은 넓고 자신이 가진 생각이 편견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윤회를 믿는 인도사람들은 힌두사상에 자신들을 용해시켰다. 하나의 진실에 올바로 다가가기 위해 그들을 이끄는 힌두신은 3억3천만이 필요했다. 인도인들은 각자의 상황과 신념에 따라 자기가 정한 신을 모신다. 자그만치 310조년을 한 세상의 주기로 생각하는 그들의 우주관은 인생을 한낱 찰나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삶과 죽음을 같은 경계선상에 놓은 그들은 삶의 의무를 어느 정도 마쳤다 생각할 즈음, 남은 여생을 기도와 신앙으로 보낸다. 윤회의 업을 끊기 위하여, 더 나은 내생의 업보를 소멸하기 위하여...

a 깐야데비 사원 앞의 한 수행자 깐야꾸마리를 비롯한 남인도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행자의 모습

깐야데비 사원 앞의 한 수행자 깐야꾸마리를 비롯한 남인도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행자의 모습 ⓒ 김철홍


19세기 말 이러한 인도의 힌두철학을 서구에 널리 알린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비베카난다. 비록 서른아홉 짧은 해를 살았지만 시카고 세계종교회의의 명강연을 계기로 미국과 영국에 힌두정신을 알린 그였다. 인도는 그를 기념해 깐야꾸마리에 비베카난다 기념 사원을 건립했다. 왼쪽으로 아라비아해, 오른쪽으로 뱅갈해, 뒤로는 인도양, 그리고 전면으로 사랑하는 인도대륙을 지긋이 바라보며 서 있는 비베카난다의 동상. 그는 아마도 자신이 살아온 해보다 더 많은 세월 동안 11억 인도 국민들을 가슴에 품을 것이다.

a  인도의 최남단 깐야꾸마리에서 바라본 비베카난다 기념 사원

인도의 최남단 깐야꾸마리에서 바라본 비베카난다 기념 사원 ⓒ 김철홍


a  비베카난다 기념사원

비베카난다 기념사원 ⓒ 김철홍


배낭여행을 하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인도 관광객들을 볼 때, 한 가족이 무리를 이루며 여행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사랑하는 연인들이야 둘씩 짝을 지어 다니지만 말이다.

전통적인 대가족제를 이어가는 인도인들에게 있어 가족이란 어쩌면 개인이나 국가에 우선해 가장 중요한 기본이 되는 사회적 단위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가문이나 카스트에 따라 움직이는 인도사회, 인도의 일류대학을 나왔음에도 가문과 카스트, 그리고 수 많은 자띠(일종의 하위 카스트)의 테두리 안에서만 결혼하는 처녀 총각들. 낯선 이방인의 편협한 시각으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삶의 방식이지만 그것이 인더스 문명 이후 오늘까지 인도가 존재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었다.


a  기념사진을 찍는 인도인들

기념사진을 찍는 인도인들 ⓒ 김철홍


a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인도 여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인도 여인 ⓒ 김철홍


갓 결혼을 해서 웬만해선 자기 방을 가지지 않아도 별다른 불평을 하지 않는 인도사람들. 가족과 공동체의 권위를 순종하고 인정하는 사람들. 아름다운 사리와 편안한 도띠(인도 전통의상)를 사랑하는 사람들. 전통과 현대가 이처럼 조화롭게 공존하는 가운데 인도 사람들은 가정을 이루며 살아간다. 34세 이하 젊은층의 비율이 70퍼센트를 상회하는 인도. 서서히 세계경제의 큰 축으로 떠오르는 인도. 인도는 그렇게 천천히 그 힘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a 단란한 인도 가족 엄마가 사진 촬영하는 곁에서 필자도 한 번 거들었다

단란한 인도 가족 엄마가 사진 촬영하는 곁에서 필자도 한 번 거들었다 ⓒ 김철홍


a  인도인들에게 가족은 삶의 목적이며 희망이다.

인도인들에게 가족은 삶의 목적이며 희망이다. ⓒ 김철홍


깐야꾸마리의 식당들 중에 육식을 조리하는 식당을 찾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윤회를 믿는 힌두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정 고기가 먹고 싶다면 호텔에서 먹거나 아니면 깐야꾸마리 다운타운의 외곽에서 먹어야 한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곳은 힌두교의 성지이기에 외국인 관광객보다는 인도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다. 하지만 인도식으로 먹는 한 끼의 식사는 의외로 담백하고 맛이 있다. 식당의 모습이 겉보기에 다소 지저분하게 보일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이곳에선 괜찮은 맛을 자랑하는 식당이다.


a 허름한 인도의 대중식당 종업원이 조리에 필요한 물을 채워 넣는다

허름한 인도의 대중식당 종업원이 조리에 필요한 물을 채워 넣는다 ⓒ 김철홍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인도사람들은 오른손을 이용하여 식사를 한다. 그리고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식기도 바나나 잎사귀를 이용한다. 어쩔 수 없이 식기를 이용할 때도 가급적 식기에 입을 대지 않는다. 오른손을 이용하는 이유는 부연 설명을 할 필요가 없지만, 식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남들이 입을 댄 식기를 다시 자신의 입에 댄다는 것이 그 사람들의 문화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힌두교의 전통에서 나온 풍습이지만 음식을 조리할 때 주방장 또한 절대로 맛을 미리 보지 않는다. 이것은 인도의 모든 가정에서 행해지는 풍습이다.

a  식사를 하는 인도인

식사를 하는 인도인 ⓒ 김철홍


a  물잔에 입을 대지 않고 물을 마시는 인도인

물잔에 입을 대지 않고 물을 마시는 인도인 ⓒ 김철홍


a  조리를 하는 주방장

조리를 하는 주방장 ⓒ 김철홍


사원 순례를 마치고 맛있는 식사도 끝낸 사람들은 인도의 땅끝마을 깐야꾸마리 해변에서 즐거운 해수욕을 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해수욕장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눈에 띄는데 그것은 여자들이 좀처럼 수영복을 입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도 여자들은 다리를 내놓는것을 수치로 여긴다. 그래서 그들은 전통의상인 사리를 입을 때도 무슬림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많은 수의 여성들이 바지를 입는다. 상체의 노출에는 관대하지만 하체의 노출에 대하여는 엄격한 인도. 만약 인도를 여행할 여성 여행자라면 웬만해선 너무 짧은 반바지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 상대방 문화를 존중하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에티켓이기 때문이다.

a  해수욕을 즐기는 인도사람들

해수욕을 즐기는 인도사람들 ⓒ 김철홍


a  단란한 모자

단란한 모자 ⓒ 김철홍


a  천진한 인도의 아이들

천진한 인도의 아이들 ⓒ 김철홍


여행이란 무엇일까?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고, 몸으로 느끼고, 머리로 깨닫는 것이 아닐까? 물론 무엇을 반드시 깨달아야 멋진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무언가 한 가지는 얻고 돌아온다. 좋은 기억이건 좋지 않은 기억이건 여행은 인생에 있어서 머리 속에 강렬한 흔적을 남기는 좋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찾아간 인도 대륙. 그곳엔 또 다른 내가 있었다. 그곳엔 생긴 것은 조금 다르지만 나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또 다른 나는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누구도 경시할 수 없는 깊은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서구의 문명보다 조금도 뒤처질 수 없는 것이며, 내가 알고 있는 경직된 지식으로 폄하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a  무언가 생각하는 멋진 할아버지

무언가 생각하는 멋진 할아버지 ⓒ 김철홍


커다란 인도 대륙의 일부분을 보고 돌아왔지만, 그래서 겨우 코끼리 발톱을 만지고 돌아왔을 뿐이지만, 그곳엔 또 다른 내가 살고 있었다. 진실은 오직 하나이다. 비록 삶의 형태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하며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인생은 아름답다.
#인도 #타밀나두 #남인도 #깐야마꾸리 #인도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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