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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기 싫어하는 아들을 춘천의 102보충대 넘겨주고 서울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왼쪽에 있는 아들 방문이 열려 있다.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고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약 40년 전 결혼한 누나를 시집에 데려다 주고 오신 아버님이 집에 돌아오시자 누나가 기거하던 방을 피해서 안방으로 들어가신 후 한참만에 나오셨던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내가 군대갈 때만 해도 정보가 부족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군대를 가기 싫어하거나 두려워했던 기억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아들을 군대에 데려다 주고 오니 마음이 정말로 심란하다. 어쩌면 내가 무능한 것 같기도 하고..., 워낙 덜렁대는 성격에 지구력이 없는 것 등등 걱정이 되어 요 며칠간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마 아내는 마음이 더 허전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색을 않고 오히려 나한테 잘 할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지난 7월 7일 데려다 주고 밤마다 잠까지 설쳤는데, 4일만인 금요일 13시 15분에 휴대폰 문자로 "양00 이병은 00사단에서 신병교육 후 00사단으로 전속. - 육군본부"라는 문자메시지가 뜬다. 내 군대생활 당시 같으면 훈련소 배치 받을 때까지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연락을 할 수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일단은 다시 귀향은 안 되겠구나 하며 아내한테 전화를 돌렸더니 집에는 벌써 아들이 입던 옷이 도착했다고 한다.
"그런데 옷 속에 편지봉투와 편지지가 들어 있는데 백지로 보냈어요"한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강한 친구 대한민국 육군"이라 인쇄된 백지 편지지 두 장이 빈 봉투 안에 들어 있을 뿐 사연이 없다. 평소 글 쓰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기는 하지만 너무 한 거 아닌가 싶어 서운한 생각이 들면서도 행여나 하며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일단 배속된 부대를 알고 부대 까페가 있다고 해서 인터넷을 뒤져 찾아 들어갔더니 정훈장교가 관리를 하고 있는 교육대 까페가 있는데 정말 관리를 잘하고 있다. 한마디로 "훈련병 가족이 궁금한 것은 모두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을 부대 소재지. 훈련과정, 자대배치 절차 등등... 없는 것이 없다.
그중에서도 부모가 가장 보고 싶은 것은 군복 입은 자식의 모습이다. 헤어진 지 일주일밖에 안 되었는데도 행여나 사진이 있나 뒤져 봤다. 중대 소대 배치내역을 확인하고 소대에 들어가 사진메뉴를 확인하니 신병교육대 입소식 하는 사진에서부터 내무반에서 분대별로 찍은 사진. 제식훈련 받다 휴식시간에 찍은 아들 사진이 올라 있다. 불과 일주일만에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다부진 모습을 사진으로 보고나니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더 마음이 놓이는 것은 사진을 보니 제식훈련을 실내에서 하고 있다. 사실 7월 7일 입대를 시키면서 너무 더운 시기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뙤약볕이 쏟아지는 연병장에서 해야 할 제식훈련을 실내에서 하고 있으니 군대가 얼마나 좋아졌는가?
나약한 아들은 지금 당장은 고생이 되겠지만 군생활을 마치는 동안 조직 속에서 생활하는 방법도 배울 것이고, 나약함을 떨쳐버리고 강인한 정신과 체력을 갖춘 건장한 남자가 되어갈 것이다. 그래서 사회에 나오면 병역필에 대한 예우도 조금은 다를 것이고... 군대 가는 것 절대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하루다.
보충대에 데려다 주고 올 때만 해도 "바보야 ! 군대를 왜? 보내니?"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는데, 이제는 "바보야! 군대를 왜? 안 보내니?" 로 바뀌고 말았다. 군 관계자 여러분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제 걱정하지 않겠다고...
2009.07.15 10:03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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