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커피과테말라에 와서 잘 안 마시던 커피를 일주일 간이나 마시게 됐다. 재미있는 건 콜롬비아, 자메이카, 파나마, 코스타리카 모두 자기네 커피가 동급 최강이란다. 물론 자부심을 가질만한 맛이다.
문종성
'펑크구만.'
본능적으로 느끼는 몸의 감각은 놀랄 만큼 정확하다. 어디 한두 번 겪었어야 말이다. 자전거를 거꾸로 세워 놓고 타이어를 살펴보자 과연 철사가 박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대관절 이 철사조각은 어디에서 떨어진 걸까. 도로 사정과는 별개로 시도 때도 없이 도로 바깥으로 마시고 난 캔맥주 깡통부터 건축 폐기물까지 온갖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운전자들을 보아 왔다. 그러니 도로를 공유하는 것 중 가장 약자인 자전거 타이어가 가장 심한 생채기를 남긴다.
숙달된 기술로 쉽게 펑크를 때웠다. 땀을 씻고, 시원한 물 한 모금 들이키고는 다시 다운힐을 즐겼다. 하지만 가끔 시련은 가혹하리만큼 몰아친다. 몇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이번에는 날카로운 돌에 걸리면서 또 펑크가 나 버렸다.
펑크라는 게 원래 한 번에 '펑' 터지는 것과 조금씩 바람이 빠지는 두 부류가 있는데 두 번째 펑크는 전자의 경우였다. 이것은 때론 위험하다. 갑자기 바퀴가 균형을 잃으면 핸들로 컨트롤하기 난감하기 때문이다.
다시 타이어를 벗겨 내고 튜브를 보니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타이어가 낡은 까닭이다. 지독한 짠돌이 여행자는 벌써 몇 달 째 수천 km를 오는 동안 같은 타이어를 쓰고 있었다. 그것도 멕시코에서 단 돈 5달러 주고 산 싸구려 타이어였다.
이런 불상사를 대비해 예비 타이어를 두 개씩 챙겨 다녔다. 중남미 거친 도로를 미주했을 때부터 알아 본 것이다. 타이어와 튜브를 새로 교체했다. 아무리 저렴한 타이어라도 새 것이라 빛이 나는 것이 묵은 때를 벗기는 느낌이었다. 이제 당분간 다운힐로 들떠 있는 나를 자극시키는 일은 없으리라.
솔직히 급하고, 참을성 없기론 둘째가라면 서운할 나다. 스스로 답답한 건 아마도 정작 급할 때 여유의 호기를 부리고, 여유를 부려도 좋을 상황에 마음만 급해 일을 꼬이게 만드는 청개구리 심보다. 여행하면서 모난 부분들이 점점 다듬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자기절제는 어렵다.
그런데도 두 번의 펑크 속에서 가까스로 여유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다행히 계속해서 평지나 내리막이었기 때문이다. 30km를 한 시간 만에 주파하니 평소 속도의 두 배인 셈이다. 그러나 세 번째 부터는 곤란하다. 슬슬 끓어오르는 노기를 적당히 가라앉히는 적정선은 여기까지다. 감정의 만재홀수선을 넘어가면 그 날 하루는 버려지는 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