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교복입고 거수경례로 인사
변종만
교육박물관과 한글사랑관이 있는 청주시 영동의 학생과학관으로 갔다. 교육박물관의 입구에서 학생.학부모.교사의 조화로운 관계와 충북교육의 과거.현재.미래가 내실있게 연결된 것을 의미하는 '충북교육청 C.I'가 입구에서 맞이한다.
교육이 발전해온 과정을 살펴보고 옛 교실의 낡은 의자에 앉아 그 당시의 학교풍경을 직접 경험한다. 쥐잡기와 가족계획 포스터, 근 면ㆍ자조ㆍ협동을 부르짖던 새마을운동, 난로 위의 도시락 등 새로운 구경거리가 많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간다고 몇몇 아이는 옛 교복을 입어보며 즐거워한다.
사랑해요~ 한글! 한글사랑관 입구에서 만나는 문구다. 매일 쓰고 있어 소중함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게 한글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한글사랑관이 자랑스럽다. 한글사랑관에서 여러 가지 한글의 우수성을 체험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점심을 먹고 청주시 내덕동에 있는 학생수영장으로 갔다. 면소재지 아이들이지만 대부분 실내수영장에서 처음 수영을 한다. 체험학습을 추진하며 실내수영장에서 두 시간 동안 수영을 한다고 얘기했을 때도 아이들의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많은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지르는데 몇몇 아이는 참여하지 않겠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나도 그 나이 때의 첫 경험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컸다. 체험학습 전날까지 아이들을 다독이며 모두 참여하게 했다.
수영장에서 수영복과 수영모를 무료로 빌려주며 걱정거리도 덜어준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는 표정이 잔뜩 굳었더니 긴장이 풀리자 장난기가 발동한다. 넘어져 다칠까봐 말리지만 물 밖으로 나와 줄달음질하는 아이들도 여럿이다.
집 앞 냇가가 놀이터인 봉수는 몸을 웅크렸다 물 밖으로 뛰어오르기를 반복하며 신나게 논다. 정리하고 학교로 갈 시간이라 물 밖으로 나오게 했다. 즐거운 일은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두 시간을 놀고도 왜 그렇게 빨리 가느냐고 불평불만이다.
우리 학교 4학년 아이들이 이번에 참여한 '충북학생교육문화원과 함께하는 1일 체험학습'은 내용만 좋은 게 아니다. 문화원에서 하루 종일 차량까지 제공하는 알짜배기 체험학습이다.
그렇다고 모든 학교가 체험학습을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하는 로봇이 아니다. 새로운 환경이 마음을 들뜨게 하는데다 야외에서 아이들을 통제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만큼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학습은 위험 요인이 많다. 주의하라고 귀가 따갑게 잔소리를 해도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인식이 잘못된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체험학습 자체를 아이들이나 교사들이 놀러 다니는 행사로 치부한다. 체험학습 시 사고라도 발생하면 체험학습 추진을 원망하며 모든 책임을 교사 탓으로 돌린다.
수영을 끝내고 샤워를 하던 아이들이 소리를 지른다. 급히 가보니 한 아이의 발가락에서 피가 흐른다. 의무실에서 상처 부위에 약만 발라도 될 만큼 경미한 사고인 게 다행이다. 피를 보고 놀랐던 아이도 그제야 빙그레 웃는다.
차가 학교로 향하는데 발등이 아프다는 소리가 귓전에 들렸지만 방금 피를 흘리는 아이가 있던 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학교에 도착해 아이들을 하교시킨 후 집이 먼 아이들 여섯 명을 자가용에 태워 1시간이 넘게 운행할 일이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마지막 아이를 내려주고 마을을 빠져나오는데 할아버지가 모는 경운기가 갑자기 내 차 방향으로 핸들을 튼다. 일촉즉발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뒤늦게 집으로 향했지만 체험학습 참여를 고민하던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가슴이 뿌듯했다.
토요휴업일이 있는 주라 이틀을 쉬고 아이들을 만났다. 그런데 발등이 아프다던 민수가 반기브스를 하고 왔다. 이럴 때는 체험학습을 추진한 담임이 죄인이다. 민수 엄마에게 급히 전화를 했다.
체험학습 하던 날 실내수영장 물가에 있는 봉에 살짝 부딪혀 뼈에 금이 갔단다. 그냥 둬도 괜찮은데 자라나는 아이라 기브스를 했다며 오히려 죄송스러워한다.
똑같은 일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어떤 일이 있었느냐보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말 한마디에도 감정이 실려 있다. 그래서 속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히 말하는 사람이 좋다.
제발 체험학습을 놀러다니는 날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산전수전 다 겪은 교사들에게 체험학습은 결코 만만한 행사가 아니다. 뻔히 알면서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 어려움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번 여름방학,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체험을 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귀여운 자녀와 함께 참여하며 개성이 다른 아이들을 학습시키는 게 어렵다는 것도 느껴야 한다. 2학기, 우리 반 아이들의 체험학습을 멋지게 만들 민수 엄마의 따뜻한 말 한마디도 배워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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