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봉선화, 귀족냄새가 풍겨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이다.
윤희경
이제까지 살며 연분홍 꽃물이 곱게 물든, 좀 갸름하고 가냘파보였던 엄마와 누나의 손처럼 아름다운 손톱 끝을 본 적이 없다. 여름이 다가도록 손톱 끝 꽃물을 매만지며 '첫눈이 내리는 날까지 물이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 꽃신이 소원을 들어준다.'며 하얀 손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리고 가끔 내 어린 손끝에도 봉숭아물을 들여 주며 '어쩜, 네 손은 이리도 못생겼단 말이냐, 넌 예쁜 색시 만나긴 다 틀린가 보다.'라 했다. 많은 세월이 흘러갔건만 못생겼다던 그 한마디가 아직도 어제처럼 환청 되어 귓밥을 맴돈다.
"아저씨, 나 건드리면 톡 터져요." 해보지만 봉선화가 바라는 진심은 반대다. 봉선화는 살짝 건드려야 '팍'하고 종자를 번식하기 때문이다. '건드리지 말라고?' '아휴, 저 내숭, 난 네 맘 다 알아.'하고 꿀밤을 한대 먹여 본다. 아직 씨가 터지자면 한참 더 있어야겠기에 그냥 심심해 장난을 한 번 쳐봤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