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갯짓 쉬지 않는 나비를 담기 퍽 힘들었습니다.
최종규
1995년에 고향 인천을 떠나던 전철길에서 본 나비 또한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무렵 '인천-서울 전철'은 에어컨이 한 대도 없었고, 오로지 선풍기 몇 대에 기댔는데, 그나마 선풍기가 고장나거나 아예 없는 칸조차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때에는 전철에서 다들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며 땀을 식혔습니다. 한 칸에 칠백 사람 남짓 찡겨 타던 아침나절 지옥철에서 마른오징어처럼 눌리며 헉헉거리고 있는데, 열린 창문으로 나비 한 마리가 살랑 들어왔다가 다시 살랑 나간 적이 있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요 몸뚱이는 사람과 사람으로 겹쳐져 아프고 괴로워 죽을 노릇이었는데, 그때 창문으로 들어왔다가 나간 네발나비 한 마리를 보면서 괜히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어, 나비네!" 하는 외마디소리가 절로 나왔고, 저와 제 둘레에서 찡기던 사람들이 주루루 그리로 눈길이 갔으며, 찡긴 채로 다들 살며시 웃음을 머금었습니다. "아, 나비네요!"
온갖 꽃그릇으로 꾸며져 있고, 알뜰한 손길을 탄 텃밭이 있는 골목길을 아기를 안고 마실을 하면서, 다른 무엇보다도 '왜 이렇게 나비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어여쁜 꽃이 많은데 왜 나비는 찾아들지 못하는가 아쉽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가만히 헤아려 보면, 나비가 깃들거나 머물 만한 흙땅이 도시에는 거의 없는 걸요. 인천만이 아니라 온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길막음을 해 버리면서 나비이든 벌이든 조용히 살 수 없는 터전으로 바뀌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