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권영한 선생이 써 주신 글씨
김수종
청남 선생의 글솜씨는 대단했다. 정말 '1분에 쓰는 짧은 글이었지만, 60년의 내공이 서려 있는 대작'이었다. 경주 김씨인 나에게는 김알지 공이 시조이시고, 삼국유사를 지은 김부식 공의 글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인 '일이관지(一以貫之,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꿰뚫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한 번에 끝까지라는 의미로 '초지일관(初志一貫)'이나 '일관(一貫)되다' 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를 써 주셨다.
성씨와 본관을 물으면 모든 것이 준비된 사람처럼 시조와 주요 인물을 말씀하시는 폼과 붓을 들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술술 써내려가는 솜씨가 범인의 경지는 아니었다. 마지막 사람을 위해서 특별히 족자에 그대로 글을 쓸 때는 모두가 감동하여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안동의 서예가 청남 권영한 선생은 팔십이 다 된 노구에도 불구하고 아주 건강해 보였고, 연세대학을 나와 오랫동안 지역에서 수학교사로 봉직을 했다고 한다. 자신의 전공인 수학책은 물론 농업책, 성씨에 관한 족보책, 철학, 예절, 불교에 관한 책을 50여 권 저술한 유명인사이기도 했다.
나는 글을 받아 고이 접어 가방에 넣었다. 30~40만원 하는 서예작품을 공짜로 받았다는 기쁨도 컸지만, 내 조상인 김부식 선생의 말씀 가운데 명구를 붓글씨로 받아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는 행복감이 더 좋았다. 다음 주 인사동에 가서 표구를 하여 집에 걸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연우도 무척 좋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