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동 대우건설 노조위원장
유성호
- 그래도 금호쪽에선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하는데."(목소리 톤이 올라가며) 금호는 대우건설을 사자마자 서울역의 대우빌딩을 매각했다. (빌딩을) 매각하면서도, 대우건설을 위해서 쓰겠다고 했다. 1조 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 가운데,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 등 단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4000억 원이 넘는 돈을 썼다."
- 회사경영 자체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인가."내부 직원들에게 신뢰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대우건설을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했다가, 인수 이틀전에 말을 바꿔 인수전에 참여시켰다. 왜 대우건설이 대한통운 주식 24%를 가지고 있어야 하나. 여기에도 '풋백옵션'이 걸려있어, 3~4년후 3000억 원을 물어줘야 한다. 왜 우리가 이 돈을 갚아야하나. 대주주의 잘못된 경영판단 때문에..."
그는 말끝을 흐렸다. 김 위원장은 "금호는 대우건설을 인수한 이후 오로지 주가 부양과 주주가치 제고에만 열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빚'내서 회사를 인수하고, 이면계약의 덫에 걸려 대우건설의 미래를 위한 비전 제시나 투자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회사가 주가를 올리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수도 있지 않나.
"(고개를 흔들며) 어느 정도라는 것이 있지 않나. 배당금 문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올해 주당 250원 배당을 결정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800억 원인데, 이것은 회사 영업이익의 32%에 해당한다. 국내 5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주주가치를 위해 배당하는것은 좋지만, 이익의 32%를 배당하는 것은 너무 과하지 않나."
김 위원장은 이어 "경기가 좋지 않아 내부 직원들은 성과급도 유예하고, 임금도 동결했다"면서 "회사를 편법으로 인수하다보니까, 오로지 올해 말까지 주가를 낮출수 있는 방안만 찾다보니, 유상감자와 고배당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유상감자와 고배당의 혜택은 박삼구 금호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와 금융기관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고가편법 매각의 책임 져야할 정부와 금호가 다시 매각에 나서"인터뷰 시간이 1시간을 넘어섰다. 금호의 대우건설 매각 발표후, 수도권을 비롯한 각종 건설현장에선 대우건설 이름 위에 붙었던 금호그룹의 상징인 '화살표 마크'가 사라지고 있다. 일부에선 과거보다 대우건설의 상품적인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쨌든 국내 1위의 건설사가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 현재 금호와 산업은행사이의 매각 방식과 규모를 두고 계속 회의가 진행중이다. 산은에선 주식 50%+1주, 금호쪽에선 재무적 투자자(FI) 지분 39%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태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산은의 50%+1주 방식으로 가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리고, 금호가 나머지 22%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만약 금호가 39%만 판다고 하면, 투기자본쪽에 넘기고 뒤에서 경영권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또 자신들 지분 72% 모두를 다 판다고 하면, 말그대로 '손 털고 빠지는 것'이다."
-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잠시 생각한후)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대우건설이 대한통운 주식 24%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대주주의 잘못된 경영판단으로 인한 계약으로 3~4년후 수천억 원을 대우건설이 물어주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한다고 본다."
- 현재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대우건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현재 기업들이 그리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시중엔 유동자금이 풍부하게 떠돌고 있다. 결국 투기성 자본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 여지가 많다고 본다."
- 금호 입장에선 아무래도 자신들 매각 대금을 최대한 뽑으려고 하지 않겠나."(곧이어) 그럴 것이다. 돈만 많이 준다면 어떤 방법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산업은행에서 금호쪽 입장만을 받아들일 경우, 정말 건전한 기업 하나가 날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 일부에선 대우건설의 사업부문을 쪼개서 팔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금호쪽에선 충분히 검토할수 있다고 본다. 물론 절대 그렇게 돼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