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에 '은행'까지 얻게 된 재벌

[친절한 기획연재- 속지 말고 잘 보자: 금산분리완화 논란④] 금융지주회사법 날치기 통과를 바라보며

등록 2009.07.23 16:33수정 2009.07.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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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원래 순서상 정부의 정책을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인 행정절차법 43조에 규정된 입법예고절차와 이를 무시한 정부의 속내를 따져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께서 모두 아시는 바와 같이 22일 금융지주회사법이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된 마당에 부득이 하게 주제를 바꿀 수밖에 없었음을 양지해주셨으면 합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의견, 허무하게 통과

이 연재를 시작하며 필자는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의 민주적 절차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 주체가 정부가 되었든, 국회가 되었든 간에, 법적으로 부여된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만큼 민주사회에서 기본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견제(Check and Balance)의 기능은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제(22일) 김형오 국회의장으로부터 사회권을 넘겨받은 한나라당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본회의를 개의하여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에 과거 박종희 의원 안을 추가한 수정대안을 새롭게 발의하여 이를 본회의에 직권 상정해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민주적 절차와 여론 수렴의 과정을 모두 무시한 채 미디어법의 들러리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표결처리한 것입니다.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존 박종희 의원의 금융지주회사법과 공성진 의원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여야가, 그리고 시민단체와 재계가 각기 첨예하게 대립하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형오 의장은 충분한 논의와 토론, 사회적 합의조차 없이 두 개의 금융지주회사법을 패키지로 묶어 한 번에 홈런을 쳐 버렸습니다. 그것도 파울 홈런으로 말입니다. 국회에는 엄연히 해당 상임위원회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 의결까지 가는 정상적인 절차가 국회법상 규정되어 있습니다. 의장이 직권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이처럼 논쟁이 치열한 법안에 대해서 정상적인 논의와 토론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바로 국회 존재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제(21일) 김형오 국회의장은 분명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금융지주회사법만을 미디어법과 함께 처리하겠다고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바로 공성진 의원의 금융지주회사법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곤 어제 지난 4월 30일 국회에서 부결된 박종희 의원의 금융지주회사법상의 내용과 묶어서 한 번에 통과시켜 버렸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논의와 민주적 절차조차 무시되고 유린된 한국의 민주주의, 바로 2009년 대한민국 국회의 자화상입니다.

금산분리원칙의 마지막 보루 '공정거래법 개정안'


a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의 금융지주회사법은 삼성특혜법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발의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삼성그룹은 바로 삼성생명 등과 삼성전자 등을 모두 포함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3대째 승계도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다. (그림: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오진영)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의 금융지주회사법은 삼성특혜법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발의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삼성그룹은 바로 삼성생명 등과 삼성전자 등을 모두 포함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3대째 승계도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다. (그림: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오진영) ⓒ 참여연대


내용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이번에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됨으로써 당장 변화된 부분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 비은행금융지주회사에 제조업 자회사를 허용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삼성 총수일가나 계열사는 돈을 따로 들여 주식을 사들일 필요도 없이 삼성생명 등과 삼성전자 등을 모두 포함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로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이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의 의결권을 9%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 또는 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 PEF)의 은행지분 소유한도가 18%까지 확대되고, 서로 다른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회사의 PEF 출자지분 합계의 한도도 36%로 완화됩니다. 대기업 집단이 실질적으로 은행을 사금고화 할 수 있는 길이 생긴 겁니다.

문제는 앞으로가 시작입니다. 미디어를 대기업에 준 데 이어 이제 은행까지 대기업에 덤으로 얹어 주었습니다.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현상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대기업이 은행을 실질적으로 소유한다면 앞으로 산업자본이 제대로 사업성도 검토되지 않은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공급받는 상황을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런 기업이 시장에서 도산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은행과 그 은행을 믿고 투자한 예금자와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누차 강조한 바와 같이 지난 6월 17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금융개혁안에 "은행업과 상업을 분리시키는 정책은 재확인되어야 하며 강화되어야 한다"(The policy of separating banking form commerce should be re-affirmed and strengthened)고 명시되어 있는 등 지금 전 세계는 금산분리 완화정책과는 정반대의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나라당과 정부가 주장했던 금산분리완화의 대표적인 법안 중 공정거래법을 제외한 은행법과 두 개의 금융지주회사법이 모두 통과되었습니다. 9월 정기국회가 되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할 것입니다. 금산분리완화 법안이 통과된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공정거래법 개정도 같이 하는 게 옳다고 주장할 게 뻔합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이제 금산분리원칙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 버렸습니다. 2009년 4월에 정부가 제출한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존의 지주회사 행위제한 중 이미 완화된 두 가지(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손)자회사의 출자)를 더욱 완화하고, 그동안 유지하던 나머지 한 가지(금산분리)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의 비정상적인 국회의 행태를 보자면 이마저 정상적으로 막기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참으로 씁쓸한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 경제조세팀 간사 민병희

친절한 기획연재- 속지말고 잘 보자: 금산분리완화 논란 연속기획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79209

7/20(월)
『친절한 기획연재- 속지말고 잘 보자: 금산분리완화 논란①』
세계는 금융규제, 유독 우리나라만 금산분리완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80863

7/21(화)
『친절한 기획연재- 속지말고 잘 보자: 금산분리완화 논란②』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일까? 삼성왕국일까? 삼성특혜법 의혹의 진실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81450

7/22(수)
『친절한 기획연재- 속지말고 잘 보자: 금산분리완화 논란③』
은행법 통과됐으니 이제 금융지주회사도 내 놓으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82306

7/23(목)
『친절한 기획연재- 속지말고 잘 보자: 금산분리완화 논란④』
금융지주회사법 날치기 통과를 바라보며
*사정에 의해 주제게 변경되었습니다.

7/24(금)
『친절한 기획연재- 속지말고 잘 보자: 금산분리완화 논란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 좀비 입법: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참여연대 #금산분리 #금융지주회사버 #날치기 #직권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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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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