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행위의 구조'
공정위
"거대 다국적 독점기업의 경쟁제한행위에 대한 예외 없는 법집행"이동통신 핵심기술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퀄컴은 국내에 CDMA 모뎀칩 시장의 99.4%를 차지하고 있는 확고한 독점적 사업자다.
공정위에 따르면 퀄컴은 2004년 4월부터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CDMA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자사의 모뎀칩을 사용하지 않으면 높은 로열티를 부과해했다. 경쟁사의 제품을 쓸 때는 로열티를 자사제품 5%보다 높은 5.75%를 받은 것. 로열티는 자사 제품을 사용할 때는 20달러, 경쟁사의 제품을 함께 쓰는 곳에는 30달러의 로열티를 상정했다.
퀄컴은 또 2000년 7월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CDMA 모뎀칩과 RF칩의 수요량 대부분을 자사에서 구매하는 것을 조건으로 구매액의 3%를 리베이트로 제공했다. 모뎀칩은 사람의 음성을 디지털 신호로 바꾸고 이를 다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아날로그 신호로 변조하는 휴대전화의 핵심 장치를 말한다. RF칩은 휴대전화와 기지국 사이의 송수신을 위한 장치다.
리베이트 규모는 2004년까지는 분기당 평균 420만 달러, 그 이후에는 분기당 820만 달러로 조사됐다. 거래상대방 수요량의 대부분을 자신으로부터 구매하는 것을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행위는, 이른바 '충성 할인(Loyalty Discount)'으로 세계 각국에서 규제되고 있다.
특히 퀄컴은 자신의 특허권이 소멸되거나 효력이 없어진 이후에도 종전 기술 로열티의 50%를 계속 내도록 약정을 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기술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퀄컴의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영업으로 국내 CDMA 모뎀칩 시장에서 한국의 이오넥스, 대만 VIA 등 경쟁업체의 진출이 극히 제한됐고, 이를 통해 퀄컴은 10년 넘게 완전 독점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04~2005년 이오넥스나 VIA 등이 LG.삼성전자 등에 모뎀칩 공급을 일부 추진했지만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 확보에 실패했다.
3년 전부터 퀄컴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해온 공정위는 지난 2월 17일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한 이후 퀄컴의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는 등 지난 15일까지 총 6차례의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공정위는 "위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서를 제출받아 분석·반영했고,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전원회의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기도 했다"며 심사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퀄컴이 휴대폰에서 동영상을 저장·재생하는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경쟁자를 배제한 행위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재심사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퀄컴사에 대한 시정조치로 인해 국내외 모뎀칩 및 RE칩 시장에서 퀄컴의 행위에 의해서 봉쇄되었던 신규사업자의 진입이 촉진돼 상품이 다양해지고 가격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휴대폰 제조사는 구입단가 인하 및 부품선택의 다양성 확대로 세계시장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국내 휴대폰 소비자들 역시 휴대폰 가격의 인하, 제품 선택의 다양성 측면에서 혜택을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동원 공정위원장 대행은 "이 사건은 2006년에 마이크로소프트, 2008년의 인텔에 이어서 국내시장에서 활동하는 거대 다국적 독점기업의 경쟁제한행위에 대해서 예외 없이 엄정한 법집행을 하겠다는 공정위의 기본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