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딸아, 너는 내 기쁨의 빛깔이란다..."

[새벽산책 31] 분꽃은 달빛 아래 봐야 아름답다

등록 2009.07.25 17:44수정 2009.07.2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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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꽃
김찬순
▲ 분 꽃 ⓒ 김찬순
여름은 녹색의 계절이자, 아름다운 꽃의 계절이자, 분꽃의 계절이다. 분꽃은 성장속도가 정말 빠르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그 자라는 속도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식물 백과사전을 빌리면, 분꽃의 잎은 달걀 모양이고 잎자루가 짧다는 것이다. 줄기 마디 부분이 부풀어 있다.
 

분 꽃
김찬순
▲ 분 꽃 ⓒ 김찬순

꽃의 색깔은 흰색·노란색에서 분홍 또는 붉은 빛으로 변하는 꽃. 분꽃은 또 오후 늦게 피기 때문에 'four-o'clock'이라고 부른다. 분꽃을 가장 아름답게 감상하려면 새벽에 봐야 한다.
이렇게 핀꽃은 동이 트고 난 아침에 진다.
 
통꽃처럼 보이나 꽃부리는 꽃받침이 변한 것이고, 꽃부리 밑의 꽃받침처럼 보이는 것은 포(苞)가 변한 것이다. 씨는 주름이 지고 검은색으로 익는데 그 속에 흰 가루가 들어 있다. 어린 시절 여자소꼽친구들이 이걸 가지고 소꼽놀이 하는 것 많이 봤다.
 
분꽃의 뿌리는 자말리근이라 하여 한방에서 이뇨제와 관절염 치료제로 사용한다. 그러나 임산부에게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새벽 달
새벽김찬순
▲ 새벽 달 ⓒ 김찬순
기쁨의 빛깔이네
붉고도 노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땅에서도
태양과 노을을 받아 안고
그토록 고운 촛불
켜 들었구나
 
섣불리 말해 버릴 수 없는
속 깊은 지병(持病)
그 끝없는
그리움의 향기이네
 
다시 꽃피울
까만 씨알 하나
정성껏 익혀 둔 너처럼
 
나도 이젠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도의 씨알 하나
깊이 품어야겠구나
<분꽃에게>-'이해인'
 

분 꽃
김찬순
▲ 분 꽃 ⓒ 김찬순
기쁨의 빛깔처럼 화사한 분꽃을 일러 누이 같은 꽃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 분꽃에 깃든 슬픈 전설이 있다. 그 옛날 넓은 영토와 큰 세력을 가진 성주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자식이 없어서 항상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그러자 그 기도를 신이 들이시고 귀여운 딸을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성주는 딸이라면 사람들이 깔볼까 하고 아들이라고 발표한다.
 
그래서 남자 이름을 짓고, 남복에 활쏘기, 칼싸움, 술먹는 법까지 가르쳤다. 그런 어느날 딸은 자기의 부하를 사랑하게 되어, 딸이 이를 호소하자, 그러자 성주는 그 사람은 이미 부인이 있고 너는 별 수 없는 계집애라고 하자, 딸은 잡고 있던 칼을 바닥에 꽂고 처음으로 여자처럼 울며 어디론가 영영 사라졌다고 한다. 그 땅에 꽂힌 자리에 돋아난 꽃이 분꽃이라고 전한다.
 

분 꽃
김찬순
▲ 분 꽃 ⓒ 김찬순

전설의 이야기처럼 아무리 남자 같이 키워도, 여자애가 남자애가 될 수 없듯이, 딸은 딸답게 아들은 아들답게 그렇게 키워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달빛 아래 함초롬히 핀 분꽃 자태에 힘든 서울살이에 아르바이트하며 공부하는 딸아이의 해말간 얼굴이 떠오른다. 세상의 모든 딸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은 전설 속의 성주와 비슷비슷하리라.  

 

요즘은 아들과 딸의 구분이 없어지고, 남성과 여성의 경계가 없어진 이 시대, 그래도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이 세계가 조화롭지 않나 하는 이율배반적인 생각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그래서 비가와도 걱정이고 해가 떠도 걱정인게, '나막신'장수같은 부모 마음인 듯 하다. 

 

딸아, 이 달빛 아래 화사한 분꽃의 빛깔이, 항상 나의 마음을 밝게 하는 너의 빛깔처럼 다가오는 새벽이다. 

2009.07.25 17:44ⓒ 2009 OhmyNews
#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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