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잠겼나 확인하게 하는 추리소설 8권

나만의 특별한 보양식, 추리소설로 밤새기!

등록 2009.07.27 08:38수정 2009.07.2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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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덥다. 더워야 여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몸이 늘어지고 불쾌지수도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오늘이라도 당장 피서 가고 싶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에어컨이라도 빵빵하게 틀고 싶지만 돈 나가는 소리 들리니 소심한 마음에 부채질만 한다. 이럴 때는 보양식이 있어야 한다. 더위를 견디게 만드는 보양식이라면 무엇이 떠오를까? 내게는 추리소설이다.

밤늦은 시간에 혼자 추리소설을 읽어보셨는가? 요즘 추리소설들은 스릴러 성격이 강해서 더위를 잊게 해주는데 제격이다.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볼 때, 현관문이 제대로 잠겼나 확인해야 하는 섬뜩함이 들 때, 덥다는 생각은 사라진다. 기가 막힌 심리전이나 황홀한 반전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나처럼 피서 못 가고 에어컨을 틀까말까 고민하는 소시민들에게 올해 나를 시원하게 해준 최신 보양식들을 권해보겠다. 그게 효과 있겠냐고? 일단, 믿어보시라. 밤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책들을 펼쳐보시라. 움찔하는 순간, 무더위를 잊게 될 테니까.

초자연적인 것일수록 더 오싹하다

 <스트레인>1권 겉표지
<스트레인>1권 겉표지문학동네
여름밤에 읽는 추리소설은 '초자연'적인 것이 가미된 작품이 좋다. 영화와 달리 책은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들기에, 더 오싹해진다. 올해 나온 책 중에서는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스트레인>과 <렛미인>, 지구 밑의 또 다른 존재들을 그린 <디센트>가 유용하다.

<스트레인>은 베를린에서 출발한 비행기 한 대가 뉴욕의 JFK 공항에 착륙하면서 시작한다.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 비행기 안에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죽은 채 발견된 것이다. 착륙하기 전만 해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비행기 안에는 이상한 관이 있었다. 누구도 그것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지만, 이 모든 일의 시작은 관에서 시작되었다.


관이 열리자, 무슨 일이 생기는가. 밤이 되자 온갖 곳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습격이다. 뱀파이어의 습격이 시작됐다.

<스트레인>은 여러 모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뱀파이어가 인간을 공격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일까.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도 뒤를 돌아보게 된다. 날씨가 더워도 방문을 꼭 닫고 보게 만든다. 그만큼 든든한 보양식이었다.


 <렛미인> 1권 겉표지
<렛미인> 1권 겉표지문학동네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렛미인>은 열두 살 소년 오스카르와 뱀파이어 소녀 엘라의 우정을 담고 있는데, 영화가 그랬듯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가 소설을 지배하고 있다.

살기 위해서 사람을 죽여야 하는 뱀파이어의 모습은, 아름다움이 공존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설사 소녀의 것일지라도, 잔혹한 건 사실이다. <스트레인>과 그 정도가 다를지언정 그만의 '오싹함'을 만들고 있다.

인간의 문명 밑, 지하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디센트> 또한 초자연적인 것으로 무더위를 잊게 만드는 대표적인 소설이다.

지하에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은 모른다. 그저 속절없이 공격당할 뿐이다.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은 지하로 '군대'를 보내지만 들려오는 소식이라고는 그들이 '살육'당했다는 것뿐이다. 도대체 지하에는 무엇이 있는 것인가.

사람들의 공포를 워낙 생생하게 묘사했기 때문인가. 유난히 상상할 거리를 만드는 <디센트>는 소설을 읽다가 주위를 한번 둘러보게 하는 소설이다. 한마디로, 오싹하다.

강렬한 서스펜스는 더위를 잊게 만든다

 <심플 플랜>겉표지
<심플 플랜>겉표지비채

때로는 강렬한 서스펜스가 더위에 지쳐 흐느적거리는 정신을 바로잡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올해 나온 책 중에서는 스콧 스미스의 <심플 플랜>과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이 대표적이다.

<심플 플랜>은 세 명의 남자가 추락한 비행기에서 현금 440만 달러가 든 돈 가방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그 돈을 갖기로 한다. 다만 규칙이 있다.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잠잠해질 때까지 돈을 쓰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 기간은 6개월이다. 간단한 계획인 것 같았다. 눈앞에 나타난 행운에 그저 감사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돈 때문에 생기는 그들의 갈등이 커지면서 <심플 플랜>은 점차 그만의 서스펜스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소재만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의 강렬함은 어느 소설 못지않다. 극한 긴장감의 끝에서 '카타르시스'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

<시인>은 어떨까? 소설은 기자로 일하는 '잭'이 형의 자살 소식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잭은 형사로 일하는 형이 자살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유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잭은 사건을 수사하고 그 과정에서 이것이 연쇄살인이라는 걸 알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형사들이 전국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서는 무엇인가. 그것은 '에드가 앨런 포'의 시구였다. 그것이 알려진 순간 범인은 '시인'이라는 별명이 붙고 이때부터 잭과 시인의 대결이 시작되는데 그 싸움은 스릴감 넘치는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포의 음울한 시구가 더해져서인가. 자신만의 '아우라'를 만든 <시인>에는 꼼짝 못하게 포박하는 힘이 있다. 소설에서 묻어나는 긴장감이 독보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사로잡는 추리소설들

 <내가 죽인 소녀>겉표지
<내가 죽인 소녀>겉표지비채

무섭다는 생각까지는 아니더라도, 강한 흡인력을 자랑하는 추리소설들도 여름철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이 분야의 대표주자는 일본 추리소설들이다. 집요할 정도로 치밀한 묘사력과 허를 찌르는 반전, 정밀한 구성 등을 자랑하는 일본소설은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든 흡인력이 있다.

올해 나온 책 중에서는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와 요코미조 세이시의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가 그 힘이 막강했다.

하라 료는 일본 하드보일드 탐정물을 가장 잘 쓰는 작가로 알려졌는데 <내가 죽인 소녀>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명탐정 사와자키가 우연한 계기로 납치사건에 휘말린 것으로 시작한다. 무슨 일이 생길까. 명탐정이 시간을 해결하려 하지만 오히려 범인들에게 이용당하는 '치욕'을 겪는다.

소설은 그런 사와자키가 명예를 회복하며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정밀한 구성이나 허를 찌르는 반전 등이 '정통'의 맛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하나인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국민 탐정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소년 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은 전후 사회상을 반영하면서 음침한 살인사건을 그리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상권 겉표지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상권 겉표지아르테
북유럽의 베스트셀러 '밀레니엄'의 3번째 시리즈 <바람 치는 궁전의 여왕>은 어떨까?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만드는 긴박함과 스릴감은 최근에 등장한 시리즈 중에 단연 돋보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름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사로잡는 힘이 대단하다. 독보적이다.

이런 책들이 있는데 뭘 그리 덥다고 하는 걸까? 더워서 잠이 안 올 때, 이 책들을 읽으면 덥다는 생각이 사라진다. 더위에 지쳐 흐느적거리는 시간에서 탈출한 기분이라고 할까.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듯한, 오싹한 숲의 한가운데서 누군가의 울음소리를 듣는 듯 한 기분이 드니 어쩔 수 없다.

내일 당장 피서갈 수도 없고, 지금 당장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 수도 없는, 나와 같은 소시민들이여! 책의 거리로 들어가자. 남부럽지 않은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스트레인 1

기예르모 델 토로 외 지음, 조영학 옮김,
문학동네, 2009


#추리소설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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