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에서 퇴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낮 12시30분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뒷편. 점심시간에 맞춰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자가 조심스레 끼어들었다. 전날(28일) 박삼구 회장의 전격 퇴진이라는 폭탄(?) 발언에 대한 분위기와 생각 등을 듣고 싶어서였다.
금융계열사에 다닌다는 김아무개 과장은 "사무실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은 사실"이라며 "형제간 우애가 좋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옆에 있던 동료직원인 이아무개씨도 "우리도 인터넷 등에 오른 기사를 보고 뒤늦게 '그런일이 있었나 보다'라고 알았을 뿐"이라며 "이러다가 그룹 전체가 이상해지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도 들기도 한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체로 박 회장의 결단에 대해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앞으로에 대한 우려와 걱정은 가시지 않는 듯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직원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된다"면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이어 "그룹에서 구조조정이다 뭐다 하면서, 계열사를 조이고, 직원들은 힘겹게 일하고 있는데 윗분들 생각은 다른 것 같다"면서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형제간 우애 좋다고 들었는데..." 불안한 금호아시아나 직원들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왜 그랬을까. 도대체 형제들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무엇이 25년 동안 '금호의 형제경영 전통'을 한순간에 날려 버렸을까.
금호그룹의 한 고위인사는 30일 "형제간 불신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이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형(박삼구 회장)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결국 동생(박찬구 회장)이 그동안 이어져 온 공동경영의 틀을 깬 것은 사실이지만, 누가 먼저 신뢰를 깨뜨렸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누가 먼저 신뢰를 깨뜨렸는지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 좀더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곤 더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이미 알려진대로,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 이후 형제들끼리 경영을 이어받는 전통을 유지해왔다. 고 박 회장은 슬하에 아들 다섯과 딸 셋을 두었다. 큰 아들인 고 박성용 회장을 비롯해 둘째 박경애(여, 삼화고속 회장 부인)씨, 셋째 고 박정구 회장, 넷째 박강자(여, 금호미술관장), 다섯째 박삼구 그룹회장, 여섯째 박찬구 화학부문회장, 일곱째 박현주(여, 대상홀딩스 부회장), 여덟째는 박종구(아주대 부총장) 등이다.
이들 박씨 일가는 창업주의 유언과 형제들간의 합의를 통해 '형제공동경영원칙'을 세웠다. 이 원칙은 박종구 부총장을 뺀 나머지 4형제들이 동등하게 지분을 갖고, 그룹 회장직은 나이가 많은 순으로 맡지만 65세까지로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65세 룰'이다.
형의 일방적인 경영과 인사에 대한 불신이 금호사태의 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