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07.31 10:03수정 2009.07.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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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답지 않는 여름이라 해수욕장은 울상이지만 우리 집인 모처럼 함박웃음입니다. 다른 때 같으면 여름을 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30년 된 재래식 시장 2층, 해넘이 때까지 햇빛은 직사광선을 포기하지 않고, 1층에서 고기 굽는 냄새 때문에 창문도 잘 열지 못하기 때문에 찜질방이 따로 없습니다.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오늘 기온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함박웃음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여름을 나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가족이 생각해낸 방법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동네 주민자치센터에서 동네 사람들을 위해 만든 재미있는 볼거리 때문입니다.
우리 동네 주민자치센터에서는 3년 전부터 7월 마지막 주 목요일을 시작으로 3주 동안 <한여름밤의 추억 만들기>라는 영화보기 축제를 하고 있습니다. 베를린 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와는 비교가 안 되지만 동네 주민들이 함께 모여 매주 영화 1편을 봅니다.
동네에 있는 인라인스케이트장을 야외 영화관을 만들어 가족들이 함께 모여 영화를 봅니다. 밤 8시부터 시작하는데 아이들은 6시 30분쯤 되면 하나둘씩 모여 자리를 잡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모기에 물리지 말라고 방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민에 대한 배려가 깊습니다.
방역이 끝나고 스크린을 설치했습니다. 엉성하게 보이지만 아닙니다.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영화관에서 보는 스크린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음향 시설도 영화관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있을 것은 다 있는 우리 동네 인라인스케이트장 영화관입니다. 방이니 에어컨이 없어도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시원한 바람은 에어컨 바람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주민들이 오기 전에 비닐 돗자리를 까는 주민자치센터 직원들이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이 분들을 보면 해마다 열심입니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편히 쉬어야 할 시간에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맙다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편안하고 안락한 영화관 의자와 비교가 안 되겠지만 비닐 두루마리 돗자리는 주민들을 위한 작은 배려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눈만 즐거우면 재미가 없습니다. 우리 동네 인라인스케이트 영화관에도 먹을거리가 있습니다. 생수와 강냉이뻥튀기를 줍니다. 우리 가족이 5명인데 영화관에서는 영화관람료에 음료수, 팝콘, 오징어까지 합하면 7-8만원은 들어갑니다. 하지만 우리 동네 영화관은 공짜입니다. 돈 한 푼 들지 않고 영화 1편을 보면서 맛있는 먹을거리까지 있으니 이런 여름나기는 없을 것입니다.
마음 바빠 영화 상영하기 1 시간 30분 전부터 왔던 막둥이와 딸 서헌이가 지루한 모양입니다. 멋진 폼을 잡으면서 사진 한 장을 찍어 달라고 합니다. 결국 한 장 찍었습니다. 찍고 나서 보니 큰 녀석이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는데 동무들과 함께 영화를 본답니다.
이제 영화 상영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위에 어둠이 깔렸습니다. 아참 오늘 본 영화가 무엇인지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브래드 버드 감독이 만든 <라따뚜이>입니다. 정말 영화에서만 있을 수 있는 내용이지요. '생쥐'가 프랑스 최고 요리사라는 사실을 과연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요리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오묘한 진실을 라따뚜이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편견과 선입관을 깨뜨리는 영화이지요. 성별과 종교, 이념과 사상, 인종과 민족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라따뚜이였습니다. 그런데 디카 배터리를 교체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겨우 나왔습니다.
1년 중 가장 덥다는 7월 마지막 주 부터 8월 두 번 째 주까지 우리 동네는 영화세상이 펼쳐집니다. 온 가족뿐만이라 동네 주민들이 함께 영화를 보면서, 먹을거리도 같이 먹으면서 <한여름밤의 추억 만들기>로 더위를 물리치고 있습니다. '더위야 물렀거라 영화가 나가신다.'
2009.07.31 10:03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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