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제일 큰 바위 등반하고 미안한 이유

호주 대륙 여행 (26)

등록 2009.07.31 21:27수정 2009.08.0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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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석양에 반사된 에이어즈락 (Ayers Rock)

석양에 반사된 에이어즈락 (Ayers Rock) ⓒ 이강진


앨리스 스프링을 떠나 호주에 살면서 많이 들어본 에이어즈락(Ayers Rock)으로 떠난다. 에이어즈락은 호주를 소개하는 포스터에 가장 많이 나오는 등장하는 곳이 아닌가 생각된다.

에이어즈락으로 가는 길목에 주유소가 있다. 주유소에 들려 휘발유를 넣고 잠시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쉰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관광객이 많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관광버스는 물론 캐러밴을 끌고 가는 자동차가 줄을 잇는다. 황량한 벌판 한가운데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주인은 무슨 즐거움이 있어 이러한 곳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돈 버는 즐거움 하나만은 만끽하고 있을 것 같다.


에이어즈락에 도착하니 텐트 장에는 각국에서 온 젊은이로 만원이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조그만 수영장에는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공동취사장에는 저녁 식사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에이즈락이 유명세를 타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우리도 취사장에서 저녁 준비를 하다가 캐나다에서 온 부부를 만났다. 영어 악센트가 다르기에 어디서 왔는지를 물어보니 폴란드에서 살다가 캐나다에 이민해 살고 있다고 한다. 부부가 고등학생쯤 되는 아들과 함께 호주 관광을 왔다고 한다.

남편은 엔지니어로 대만에서 일하고 있으며 월드컵 때에는 한국에 가서 폴란드를 응원하고 왔다고 하며 한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캐나다에 오면 꼭 들르라고 전화번호까지 챙겨준다. 호주에 살면서 각국에서 온 사람을 많이 만나보지만, 폴란드 사람을 보면 동양 사람의 정을 느낀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만난 사람들은 동양적이다.

다음날 아침에는 에이어즈락(Ayers Rock)을 등반할 생각으로 이른 아침을 먹고 차를 몰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에이즈락 등산을 금지 시킨다고 한다. 바람이 조금 심하게 불어 걱정을 했는데 벌써 낮의 더운 날씨를 피해 많은 사람이 등반하고 있다.

나도 차를 주차하고 아내와 함께 에이즈락에 오른다. 쉽게 생각하고 올라갔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아내는 일찌감치 중간에 포기하고 나는 열심히 오른다. 중간쯤 올라갔는데 중년의 한 남자는 포기하고 내려오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바위 옆에는 이곳을 등반하다 죽은 사람들의 비문이 새겨져 있다. 적지 않은 사람이 이 바위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정상에 올라갔더니 조금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높다. 


a  등반하다 실족해 죽은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문(?)이 곳곳에 보인다.

등반하다 실족해 죽은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문(?)이 곳곳에 보인다. ⓒ 이강진


a  등반하기 쉽게 해놓긴 했으나 생각처럼 쉽지 않다.

등반하기 쉽게 해놓긴 했으나 생각처럼 쉽지 않다. ⓒ 이강진


호주 원주민들은 관광객이 에이어즈락 등반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곳을 많은 사람이 올라가고, 심지어 죽는 사람까지 생기고 하니 원주민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가끔 관광객 중에는 "나는 에이어즈락(Ayers Rock)을 올라가지 않았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도 눈에 뜨인다. 에이어즈락을 등반한 것이 조금 미안하다.

이곳의 큰 구경거리 중 하나는 일출과 일몰에 반사되는 에이어즈락(Ayers Rock)을 보는 것이다. 에이어즈락의 빛깔이 해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에는 관광객이 사진을 찍으며 이 바위를 보기 좋은 곳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일출을 보려고 넉넉히 시간을 잡고 갔음에도 이미 많은 사람이 나와 있다. 구경이라면 외국인들도 맥을 못 추는 것 같다. 간신히 맨 마지막에 얼마 남지 않은 공간에 주차하고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에이어즈락을 감상한다. 여기저기서 관광객은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에이어즈락(Ayers Rock)은 하나의 큰 바위다. 우리가 흔히 큰 바위를 표현할 때 '집채만 한 바위'라는 표현을 쓰는 데, 이 돌덩이는 너무 커서 우리말로 적당한 표현을 찾을 수가 없다. 높이가 300미터 이상이고, 걸어서 한 바퀴 도는 데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린다.

한낮의 더운 열기 속을 걸어서 둘러보기에는 무리다. 자동차로 돌면서 중간 중간에 있는 안내판을 읽으며 이 거대한 바위를 돌아본다. 바람과 비로 말미암아 만들어진 큰 구멍에는 영락없이 새가 날아다니고 있다. 돌과 돌 사이의 자그마한 공간에는 원주민이 살면서 그린 벽화가 있다.

왜 이러한 상상을 초월하는 큰 바위가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을까! 원주민들이 경이로움을 가지고 이 돌을 숭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인은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잊고 산다. 경이로움의 대상이 될 만한 것만 있으면 연구한다는 이름 아래 쪼개고 부수는 현대인이다. 따라서 현대인은 머리만 커지고 가슴은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a  석양의 바위를 보려고 모여든 관광객

석양의 바위를 보려고 모여든 관광객 ⓒ 이강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호주 동포 잡지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호주 동포 잡지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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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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