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섬의 뒷편뒤편에서 바라본 눈섬의 모습이다. 파도에 풍화되어 암벽이 심하게 노출되었다.
장태욱
포구와 눈섬 사이의 길목을 '족은도'라고 한다. 자구내포구를 떠난 배가 족은도를 지나자 너울이 심하게 밀려왔다. 섬의 바깥쪽은 바람과 파도를 막아줄 의지가 없기 때문에 너울 위에서 작은 목선은 마치 낙엽처럼 흔들거렸다. 파도가 선수에 부딪쳐서 부서질 때 생긴 물보라가 선미에 까지 날아왔다.
배가 좌우로 요동치고, 물방울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을 보면서 날을 잘못 잡았다는 생각이 몰려왔다. 불안한 생각에 선장님 얼굴을 쳐다봤는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키를 잡고 배를 조정하고 있었다. 선장님의 덤덤한 표정에서 바다의 상태가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위안을 받았다.
자구내포구 안에서 바라본 눈섬은 가운데가 둥글고 볼록하게 올라와서 마치 사람이 누운 것처럼 보이지만, 뒤편의 모습은 이와 사뭇 달랐다. 파도에 노출되어 풍화를 심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바깥 해역에서 바라본 섬의 모양은 마치 중생대 화석에서나 발견됨직한 파충류의 형상이다. 남서쪽에 둥근 마디는 마치 머리와 닮았다면, 가운데 뾰족한 마디는 마치 공룡의 등과 닮았다. 그리고 가장 북쪽 마디는 능선이 길고 완만하여 꼬리를 연상하게 했다.
파도와 해풍에 노출된 붉은색 스코리아 지층 위를 파란 풀이 덮고 있고, 섬의 바깥쪽 벽에는 하얗게 소금이 붙어있다. 섬 자체의 다채로운 색채가 바닷물과 더불어 선명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