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서해안 고속도로 곳곳 정체'
'휴가길 귀성 정체 이번 주 내 계속'
휴가철만 되면 매년 들리는 소식이다. 올해도 마찬가지, 각 방송사 마다 서로 앞 다투어 휴가철을 맞아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쏟아낸다. 8월이 시작되는 첫 번째 주말 고속도로 소식이다.
이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드는 궁금증 하나, 휴가는 왜 꼭 먼 곳으로 가는 것일까? 물론 이런 내 생각에 동의 못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또 웬 꼰대(은어, 늙은이) 같은 소리 하고 있느냐며 핀잔 하는 분도 분명 있을 터. 맞다 꼰대 같은 소리라는 것 나도 안다.
하지만 꼰대처럼 살면 편하다. 최소한 '집 떠나 개고생' 은 하지 않는다. 팔팔한 이십대 때는 뜨거운 여름 바다가 좋았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해변을 거닐기만 해도 생동감이 느껴졌다. 그 기분을 느끼는 것 하나만으로도 집 떠나 개고생 하는 것이 억울하지 않았다.
이십대가 지나면서 억울해 지기 시작했다. 자동차들 틈에 끼어서 몇 시간씩 고속도로를 괴롭히는 것이, 뭇 사람들 틈에 끼어서 뿌연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이십대가 지나면서 난 더 이상 휴가철 차량 행렬에 끼지 않았다. 더 이상 휴가철을 맞아 '집 떠난 개고생' 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휴가를 가지 않느냐고? 아니다. 나름대로 근사한 여름휴가를 간다. 집 근처 공원으로도 가고 부모님이 계신 고향 집으로도 간다. 두 곳 모두 '집' 이 있기에 '집 떠나 개고생' 할 일은 없다. 또 부모님이 계신 고향집은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이기 때문에 특별히 고속도를 괴롭힐 일도 없다.
고기는 '이글이글', 시원한 계곡은 '인산인해'
고속도로가 휴가 차량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8월 첫 주말, 우리 가족은 집 근처 안양 예술 공원에 갔다. '안양 예술 공원'에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관악산(해발629m) 과 삼성산(해발461m) 깊은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시원한 계곡물이 있고 각종 놀이 시설과 먹을거리 촌도 만들어져 있다.
'안양예술공원'은 안양유원지의 새로운 이름이다. 1960년대에 이미 수영장을 비롯하여 각종 오락시설을 갖추어 졌다. 안양시는 안양 유원지 기반시설을 정비, 문화공간으로 만들면서 '안양예술공원' 이라 이름 지었다.
'안양예술공원' 에는 대형 인공폭포, 야외무대, 전시관, 광장, 산책로, 조명시설 들이 있다. 또 하늘 다락방, 물고기 눈물분수 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작가 예술작품 52점이 설치되어 있다. 휴양지가 갖추어야 할 갖가지 시설이 모두 준비 돼 있는 셈이다.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은 이미 고만고만한 아이들과 아이들을 돌보려는 젊은 부모들로 인산인해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는 것은 잠시 미루고 우리 가족을 초대해준 (주)크리로 코리아 식구들을 찾았다. 이날은 (주)크리오 코리아 사원들 야유회가 있는 날이다.
(주)크리오 코리아는 '안양예술공원' 안에 약 330㎡ 크기 땅을 소유하고 있다. 이 땅에 '안양예술공원' 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문화예술 공간을 세운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미 바비큐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큰 불판에서는 고기가 익어가고 있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친절한 사람들이다. 어디에 끼어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는 우리 가족을 반갑게 맞아주고 앉을 자리를 만들어 준다. 적당히 배를 채운 후 자전거를 타고 '안양예술공원' 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우선 원 박물관으로 향했다. 원 박물관은 (주) 에버 여행사 사장이기도 한 이원균 관장이 20년간 수집한 국보급 중국 도자기 총450점이 소장되어 있는 작은 박물관이다. 눈에 익은 작품들이 반긴다. 이미 여러 차례 왔던 터라 작품들뿐만 아니라 이원균 관장과도 익히 아는 사이다.
주변 경치가 좋으니 녹차 맛도 일품이다. 먼발치로 관악산 봉우리가 보이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녹차를 홀짝 거리며 잠시 여유로움을 즐겨 본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고 할 때 '후두둑' 하면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자 야외 수영장이 부산하다. 야외 수영장은 원 박물관(2층) 바로 밑에 있다. 서둘러 물 밖으로 나오는 사람도 있고 비를 맞으며 물장구를 치는 사람도 있다. 난 그 모습을 보며 또 다시 녹차를 홀짝거렸다.
"아빠 어디 갔다 왔어?"
다섯 살 배기 아들 녀석이 손을 벌리고 달려든다. 안아 달라는 뜻이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경치를 즐기고 녹차를 홀짝거리며 여유로움을 즐길 때, 아들 녀석과 딸, 아내는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아빠 이제 혼자 다니지 마, 나하고 같이 다녀 알았지?"
"알았어 아빠하고 저기 가볼까?"
올 여름 첫 피서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여행 깨나 다녀보신 분들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땅은 어디를 가도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비슷한 산, 비슷한 들, 비슷한 계곡...특별한 문화 유적지가 있는 곳을 제외 하고는 대부분 비슷하다.
그래서 여름 휴가철만 되면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고속도로 괴롭히지 말고 집 근처에서 더위를 피하면 어떨까! 하는.
2009.08.05 12:00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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