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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은 자전거의 생김새만큼이나 사람마다 여러가지라서 어떤 분은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가지 매력>이란 책까지 냈더군요. 이렇게 자전거라는 존재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인간의 드문 발명품 중 하나입니다. 그런 자전거가 자신을 만들어낸 인간에게 큰 정신적 괴로움을 줄 때가 있는데 바로 '자전거 도난사고'가 터졌을 때입니다. 자전거 도난은 자전거를 애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두번씩 겪는 사건인데다가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자전거 사진 등으로 수배를 해도 찾는 경우가 거의 없이 미해결 사건으로 처리되기 일쑤이지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거나, 자전거 여행을 하거나, 일상생활 속에서 자전거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자연히 자전거를 애마라고 부르며 한낱 금속물체지만 정이 들게 됩니다. 특히나 자전거와 함께한 시간들이 오래 되면 될수록 자전거 도난에 대한 상처는 더욱 오래 마음 속에 남습니다. 저도 일년여간 타고 다니며 정든 자전거를 어느날 도난당한 후 집을 나설 때마다 집 앞의 텅빈 자전거 거치대를 볼 때면 정들었던 애마가 생각나 마음 속에 헛헛한 구멍이 생기더군요. 집에서 키우던 애완견이 죽었을 때 같지는 않겠지만 영화 속에서 많이 나오는 트라우마(외상 후 증후군) 현상이 몇 주간 남았던 것 같습니다.
도난이 두려워 자전거를 잘 안 타게 되는 어이없는 현실
그 후 한 번의 자전거 도난을 더 겪은 뒤 본격적인 자전거 도난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주로 인터넷 자전거 카페의 '도난 게시판'의 사고 사례를 보며 그 연구를 했지요. 자전거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전철역 옆 자전거 거치대, 작은 절단기로도 10초면 잘리는 자물쇠를 믿지 마라, 내 시야에서 안 보이면 이미 내 자전거가 아니다라는 명언까지.
이웃나라 일본처럼 자전거 주차장이 많다면야 이렇게까지 도난걱정을 안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자전거인에게 꼭 필요한 자전거 주차장이나 차도 옆 자전거도로보다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의 치적쌓기에 유리한 한강 유역 혹은 4대강 유역을 연결하는 전국 자전거도로 같은 폼나는(?) 사업에나 세금을 쓰려고 하니 참 갑갑합니다.
해서 저나름의 방책을 생각해내어 밖에 세워두면 불안한 자전거를 안전하게 실내에 보관하기 위해 바퀴가 작고 가벼운 접이식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언제나 자전거를 접어서 실내로 들고 다니기엔 불편함이 많더군요. 장보러 가는 마트나 책보러 가는 도서관, 거래처나 지인의 사무실을 방문할 때가 그렇습니다. 그런 한계가 있다보니 도난에 대한 불안감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 오히려 심적인 부담이 되는 말도 안되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자전거 도난의 고민을 해결해준 4관절락
그런 고민의 와중에 얼마 전 혜성처럼 구원자처럼 나타난 것이 있으니 바로 '4관절 락'이라고 불리는 튼튼한 자물쇠입니다. 네 군데의 관절이 꺽이며 자전거를 쉽게 묶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으로 무엇보다 강점은 도둑놈이 자전거를 훔칠 때 쓴다는 절단기에 잘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절단기는 일반 가정이나 건설현장에서 쓰는 컷터(Cutter)같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영화 속에서 배우들이 철창이나 철망 등을 자를 때 쓰는 것도 있습니다. 자전거의 개발 및 생산 강국인 대만에서 만든 것으로 묵직한 무게와 함께 든든하기 그지 없습니다.
현재 6개월째 집 앞이나 사무실, 마트, 도서관 등에서 이 자물쇠를 잘 사용하고 있는데 어느 날은 누가 절단을 하려다 실패했는지 4관절 자물쇠에 상처가 났더라고요. 다행히 겉의 고무만 조금 벗겨졌을 뿐 속살인 은색의 금속엔 흔적도 나지 않았네요. 상처가 난 자물쇠를 보며 땀깨나 흘리면서 절단질을 했을 도둑놈을 생각하니 고소했습니다.
이 자물쇠를 구입했던 동네 자전거 가게의 사장님에게 4관절락에 대해 문의해보니, 손으로 들고 다니면서 자전거 자물쇠를 자르는 휴대형 절단기로는 4관절락은 잘라내기 불가능하며 전기로 작동하는 톱니가 달린 원형의 강철 절단기 정도가 있어야 이 자물쇠를 끊을 수 있다고 하네요. 과연 자전거 개발 선진국다운 대만의 생산품입니다. 4관절 자물쇠는 자전거 크기에 맞추어 S, M 사이즈 두 가지가 있으며 가격은 2만원~3만원입니다.
4관절락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자전거 자물쇠계의 터미네이터 4관절락도 만능은 아니니 사용상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ㅇ 자전거를 외부의 고정물체와 묶어둔다 - 보통 자전거를 자물쇠로 묶을 때 뒷 바퀴와 본체의 프레임에 연결해서 묶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자전거가 새것이거나 고가의 물건이라면 그냥 통채로 들어서 훔쳐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자전거 거치대나 기둥, 벤치의 쇠다리 등을 이용해서 외부의 고정된 물체와 연결하는 게 안전하지요.
ㅇ 자전거를 장기간 방치하지 않는다 - 자주 가보지 않는 장소에 자전거를 몇 주일 혹은 몇 달씩 방치한 채 두면 4관절락이 연결된 곳만 놔두고 다른 부분을 떼어가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것도 자전거가 새것이나 고가로 보일 때 자주 발생합니다. 타지 않는 자전거는 아예 아는 사람에게 주거나 다른 사람 타라고 중고로 파는 게 낫지요.
신문을 보니 영등포구청역이나 신도림역 등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자전거 전용 주차장도 있더군요. 그 주변의 동네사람들이나 자전거로 환승해서 출퇴근 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좋겠어요. 그런 안전한 자전거 주차장들이 더 생기기를 바라며 우리 동네에 그런 자전거 주차장이 아직 없다면 자전거의 수호신 자물쇠 4관절락을 유용하게 써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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