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메 내 새끼 꼬막 무치는 솜씨잠 보소"

등록 2009.08.10 15:52수정 2009.08.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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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꼬막이 주요리인 점심상

꼬막이 주요리인 점심상 ⓒ 김현


"워메 내 새끼 꼬막 무치는 솜씨잠 보소, 저 반달겉은 인물에 손끝 엽렵허기가 요리 매시라운 니는 천상 타고난 여잔디. 금메, 그 인물 그 솜씨 아까워 워쩔끄나 와."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이다. 그리고 꼬막으로 유명한 곳이 벌교이다. 이 대목은 소설 속의 한 대목이다. 무당 월녀가 자신의 딸 소화가 감칠맛 나게 꼬막무침을 하는 모습을 칭찬하면서 무당의 딸이라는 운명을 한탄하는 대목이다.

보성을 여행하면서 돌아봐야 할 곳이 있다면 차밭과 낙안읍성 그리고 선암사이다. 또 태백산맥 문학관을 중심으로 해서 소설 속의 공간을 걷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이곳을 하루만에 꼼꼼히 보기엔 좀 무리가 있긴 하다. 그래도 알차게 시간을 짠다면 괜찮은 여행이 될 수 있다.

a  꼬막회무침. 겁나게 맛있다

꼬막회무침. 겁나게 맛있다 ⓒ 김현


지난달에 보성 벌교를 다녀왔다. 뭐 특별한 일이 있어서 간 건 아니다. 그냥 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냥 아이들을 태우고 남도 쪽으로 차를 몰다 보니 그쪽이었다. 얼마 전에 보성의 차밭을 다녀오면서 벌교를 들른 적이 있었다. 벌교는 온통 꼬막의 동네였다. 대부분의 음식점마다 꼬막 간판이 붙어 있다. 그때 먹었던 꼬막회무침이 생각나 다시 가게 된 거인지도 모른다.

벌교 하면 우선 생각나는 것이 꼬막이다. 소설 <태백산맥>으로 인해 더욱 유명해졌다던 벌교 꼬막은 벌교의 깊은 갯벌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꼬막보다 쫄깃하고 맛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벌교 사람들에게 꼬막은 인심이기도 하고 자랑이기도 하다.

벌교에 들어서면 우선 눈에 띄는 게 '꼬막'이란 글자가 들어 있는 간판이다. 눈을 돌리면 여기저기 온통 꼬막이다. 내가 들어선 곳은 '꼬막회관'이란 곳이다. 그곳에서 꼬막정식을 시켰다. 차려진 식탁엔 몇 가지 음식을 제외하곤 그냥 살짝 삶은 통꼬막에서부터 꼬막회무침, 양념꼬막, 구수한 꼬막탕과 꼬막전과 같은 온갖 것이 꼬막과 관련된 음식이다. 그리고 특별한 음식이라고 내놓은 게 서대라는 생선이다. 주인아주머니는 벌교지역에선 서대를 아주 귀한 음식이라 옛날엔 주로 제사상에 올렸다고 한다.


a  꼬막전

꼬막전 ⓒ 김현


꼬막정식의 주요 메뉴는 꼬막회무침이다. 지금까지 내가 먹은 꼬막은 양념간장을 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회무침 꼬막 맛은 매우 특별했다. 미나리와 무와 꼬막에 갖은 양념을 해서 나온 회무침을 뜨거운 밥에 넣고 비벼먹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시장한 탓도 있겠지만 게눈 감추듯이 한 그릇의 밥이 사라진다. 특별히 입맛이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맛을 돌아오게 한다.

꼬막전도 새로운 맛이다. 꼬막전은 표고버섯을 넣은 전처럼 꼬막 서너 개를 넣어 전을 부친 건데 쫄깃하면서도 담백하다. 통꼬막은 밥을 먹은 다음 까먹는 맛이 제격이다. 꼬막을 삶으면 조개 입이 살짝 벌어진다. 사람들은 꼬막을 먹을 때 그 벌어진 부분을 손으로 벌려 먹는데 꼬막은 그렇게 먹는 게 아니란다.


a  통꼬막. 까먹는 재미가 솔찬허다.

통꼬막. 까먹는 재미가 솔찬허다. ⓒ 김현


a  양념꼬막

양념꼬막 ⓒ 김현


"아따 잉! 꼬막 먹을 줄 모르는구먼. 꼬막은 저분(젓가락)으로 요기 뒷통수를 비틀면 톡 까지는 벱이여. 고로케 먹어야 된당게. 한 번 해보소."

식당 아줌마의 걸쭉한 입담을 따라 해보니 처음에 잘 되지 않는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야 까지기 시작하는데 까는 재미도 솔찬히 재밌다. 그렇게 까먹는 재미는 있는데 손에 꼬막물이 많이 묻는다.

"꼬막은 어찌 삶아야 좋나요?"
"넘 푹 삶으면 안 되고 살짝 삶어야 쫄깃허니 맛나지라잉."
"알이 통통허고 맛이 찰지네요."
"꼬막 하면 벌교 꼬막 아닌가벼요. 찬바람 나기 시작허면 더 맛난지라."

a  따뜻한 밥 위에 무침을 넣고 비빈다

따뜻한 밥 위에 무침을 넣고 비빈다 ⓒ 김현


a  꼬막회무침 비빔밥. 입막 돋우는 데는 제격이다.

꼬막회무침 비빔밥. 입막 돋우는 데는 제격이다. ⓒ 김현


시장기도 있고 해서인지 꼬막무침 비빔밥이 게눈 감추듯이 사라진다. 밥을 먹은 다음에 통꼬막을 까먹거나 양념 꼬막을 먹는다. 양념 꼬막이야 늘 먹던 거라 젓가락을 톡톡거리며 까먹는 통꼬막을 먹는 재미가 쏠쏠한지 아이들도 재미있어라 한다.

꼬막은 여름철보다 겨울이나 봄철에 먹는 게 가장 맛이 있다고 한다. 찬바람이 불면서 맛이 들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도 벌교에 와서 꼬막무침 안 먹고 갈 순 없다.

사실 꼬막은 어디서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요리 방법도 간단하다. 양념꼬막은 데쳐서 간장 양념을 하면 되고, 통꼬막 또한 데쳐서 까먹으면 된다. 그러나 꼬막회무침이나 꼬막전은 벌교에 와야 제 맛으로 먹을 수 있다.

여름철의 음식은 아니지만 입맛이 없거나 식욕이 없는 이들 중에 보성을 여행하는 경우엔 꼭 꼬막집에 들어 꼬막정식을 먹기 바란다. 입맛도 입맛이지만 꼬막은 저지방의 알카리성 식품으로 비타민이나 칼슘 성분 등의 함유량이 높아 허약한 체질의 회복식품으로도 좋다고 한다. 또한 어린이 성정발육이나 빈혈 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맛과 건강을 다 챙길 수 있는 식품이라 할 수 있다.

혹 여름철 입맛을 잃었다면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다는 벌교 꼬막으로 입맛을 살려보면 어떠할는지.
#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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