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북한에 어떤 카드 들고 갔을까

남북관계 개선 물꼬 틀 지 주목... 공은 이명박 정부에게

등록 2009.08.10 20:58수정 2009.08.1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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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석방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석방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 남소연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석방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 남소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방북했다. 그는 통일부에 낸 방북계획서에 방북목적을 '당면 현안 협의'로 적었다.

 

현대그룹의 북한 관련 '당면 현안'은 지난 3월 30일부터 북한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아무개씨 문제와 중단 상태인 금강산·개성 관광, 그리고 개성공단 운영 정상화 문제 등이다.

 

북한은 이런 문제들을 협의하기 위해 방북을 요청한 현 회장과 맏딸인 정지이 현대U&I 전무의 평양행을 허락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육로를 통해 평양으로 오라고 했고, 지난 6월 한 남측단체의 방북추진 과정에서도 현 회장과 정 전무에게 개인자격 방북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는 점 등을 볼 때, 북한이 그에게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겹쳐 현 회장이 1980년대 말부터 남북경제협력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온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지난 7차례 방북 중 3번에 걸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는 점 등에서, 그가 평양체류 중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렇게 되면 유씨 석방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에서 현 회장의 평양행이 공개되기 이전인 지난 주말부터 "8월 15일 이전에 유씨가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온 것도 이 같은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현대가 아무리 자신들과 각별한 관계가 있는 사이라 해도 북한이 133일째 억류해온 유씨를 지금 와서, 순순히, 별다른 조건 없이 풀어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유씨를 불법적으로 억류하고 있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더욱이 북한은 유씨를 억류한 이유를, 북한의 "정치체제를 비난하고 여성 종업원을 변질, 타락시켜 탈북을 책동했다"고 했었다. 현대그룹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 회장 통해 북한에 보낼 정부 메시지 주목

 

이 때문에 현 회장이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들고 간 카드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현 회장을 통해 북한에 전달할 보따리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한 외교안보전문가는 "남측이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습훈련의 수위를 낮추는 것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제안을 해서 이미 물밑협상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이 미국과 관계개선 움직임을 보인다고 해서 남북관계도 풀려고 한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전보다 식량사정도 호전된 북한은 전반적인 남북관계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남쪽의 확실한 행동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7월 '고 박왕자씨 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기숙사 건립, 남북간 군통신선 확대 등이 그 카드가 될 수 있다. 금강산 관광 문제는 사건현장조사 여부가 남북간의 쟁점이었으나 태풍으로 현장 모습이 바뀌면서 갈등요인이 줄어든 상태이고, 기숙사 건립과 통신선 확대는 예산은 잡혀 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특히 '자본주의 침투' 우려가 없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씨가 석방되고 금강산 관광문제가 풀린다 해도, 이것이 정부간 대화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유씨문제와 금강산 관광 문제가 해결되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남북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는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북한이 현대그룹과 정부에 대해 분리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현대그룹의 약화, 정몽헌 전 사장의 자살 등에 대한 '연민'에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의 활로를 열어주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실제적인 변화가 없으면 현재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유씨 석방으로 끝나느냐, 남북관계 개선으로 가느냐는 8.15 경축사에 달렸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 담을 대북메시지에 초점이 모이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유씨 석방으로 끝나느냐,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으로 가느냐는 결국 8.15 경축사에 달렸다"면서 "지난 8일 <노동신문> 논설도 남측의 '책임적 조치'를 언급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8일자 '동족 대결정책은 파산을 면치 못한다'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설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북과 남이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책임적인 조치들을 취해 나간다면 조선반도에서 얼마든지 군사적 대결과 전쟁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9.08.10 20:58ⓒ 2009 OhmyNews
#현정은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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