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억 위안부 피해자 기념관, 정권 바뀌니 5억짜리로

여성부 "전시물 확충으로 기념관 건립 일단락"... 관련 단체들 "정권 바뀌고 사업 변경"

등록 2009.08.13 15:30수정 2009.08.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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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참여정부가 기념관 건립 계획을 수립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사업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후반기, 천안에 기념관 건립 추진

a  참여정부 시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관 건립 부지로 내정된 천안 독립기념관 모습.

참여정부 시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관 건립 부지로 내정된 천안 독립기념관 모습. ⓒ 윤평호


참여정부 마지막 여성가족부(현재 여성부) 수장인 장하진 장관은 2007년 8월 기자간담회에서 가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관' 건립 구상을 밝혔다.

당시는 미국 하원 본회의에서 위안부 문제를 일본 정부가 공식 사과하고 역사적으로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되며 우리 사회에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던 시기이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위안부 기념관을 짓기 위해 (국가보훈처 등) 관련 부처와 업무 협의를 마쳤다"며 "기념관 장소는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부지 내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장관은 "전체 예산은 100억원 정도로 예상하며 2008년 설계에 들어가 2년 내 완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은 같은 해 12월 정부가 확정·발표한 '제3차 여성정책기본계획(2008~2012)'에도 포함됐다. 제3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의 소과제를 소개하는 자료에서 정부는 "2010년까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관(가칭)을 건립하여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교육하는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기획예산처도 2008년 예산안 설명 자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관 건립 사업을 언급했다. 2010년 완공 목표로 천안 독립기념관내에 1650㎡의 단층 규모로 기념관을 신축하겠다는 것. 총 사업비는 85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실제로 여성부 2008년 예산에는 기념관 신축을 위한 기본조사와 설계 비용으로 5억원이 편성됐다.


기념관 건립사업, MB정부에서 대폭 축소

a  독립기념관 제2전시관내 신설된 일본군 위안부 전시코너의 구성 조감도.

독립기념관 제2전시관내 신설된 일본군 위안부 전시코너의 구성 조감도. ⓒ 독립기념관


처음 계획대로라면 내년 개관을 앞두고 지금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관 건립공사가 한창이야 맞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새 정부 들어 기념관 건립사업이 대폭 축소된 탓이다.

독립기념관(관장 김주현)은 제2관 '겨레의 시련관' 내에 일본군 위안부 관련 전시물을 보강해 오는 21일 개막행사를 갖는다.

약 165㎡ 면적의 전시코너에는 한국인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는 상황과 위안부들이 머무르던 현지 위안소 모습이 모형으로 만들어져 전시된다. 광복 후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사망한 위안부들의 생활상은 매직비전 기법으로 선 보인다. 위안부 강제연행과 인권 수탈에 일본 정부와 일본군의 직접적인 책임을 입증하는 문서들도 보여준다.

위안부 관련한 기존 전시물보다는 보강이 이뤄졌지만 규모면에서는 당초 계획한 기념관보다 10배 가량 축소됐다. 위상 측면에서도 별도의 기념관 신축과 기존 전시공간의 부분 확충은 천양지차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사업을 담당하는 여성부(장관 변도윤)는 사업 축소의 배경으로 예산 확보와 전시물 구비의 어려움을 거론했다.

여성부 복지지원과 관계자는 "예산 확보가 안되고 별도 기념관을 채울 만큼 전시물 확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전문가들이 참여한 심의위원회에서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실시설계비로 지난해 책정된 5억원을 독립기념관에 지원, 조성공사를 마치고 21일 개막식을 갖는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관 건립 사업은 일단락됐다"고 말했다.

전시물 확충으로 기념관 건립 끝났다?

a  전시자료 가운데 하나인 ‘연합군에 포로가 되어 심문을 받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의 모습.’

전시자료 가운데 하나인 ‘연합군에 포로가 되어 심문을 받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의 모습.’ ⓒ 독립기념관


별도의 기념관을 신축하지 않았어도 위안부 관련 전시공간을 확충한 만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관'은 건립된 셈이라는 것이 여성부 설명이다.

하지만 독립기념관은 전시물 확충과 보강이 기념관 건립은 아니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조은경 독립기념관 학예사는 "기념관을 설립한 것이 아니라 패널 한 장에 불과했던 독립기념관의 기존 위안부 전시자료를 확충하고 보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정신대)에 대한 진실규명과 어렵게 사는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관' 건립사업이 대폭 축소된 첫 번째 까닭으로 '정권 변화'를 꼽았다.

강주혜 정대협 사무처장은 "전시물을 못 채울까봐 기념관 건립 사업을 축소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이라며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풍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처장은 "정권이 바뀐 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기념관 건립 사업이 처음과 달리 귀결됐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참여정부 시절 구상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관 건립 사업이 정권 교체의 달라진 환경 속에 축소될 조짐은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여성부는 참여정부 시절 수립된 '제3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의 수정(판)을 2008년 12월 발간했다. 수정판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관 건립 사업을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시설로는 일반 시민과 뜻있는 일본인들의 성금을 모아 지난 98년 경기도 광주시에 350㎡ 규모로 건립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38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38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위안부피해자기념관 #독립기념관 #여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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