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농성이 끝난 지난 6일 밤 경찰버스에 태워져 평택역 광장에 내린 뒤 아이를 안고 귀가하고 있다. 아이는 아빠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꼭 껴안고 있다.
권우성
가족대책위 소속 권지영씨는 "헬기 소리를 환청으로 듣고 자다가도 2시간 만에 깨는 남편을 보면서 괴로운 심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 사태에 모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매도되는 상황이 억울하다"면서 "언제까지 이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할지 절망스럽다"고 호소했다.
기선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중학교 3학년인 한 아이는 소리를 크게 지르고 악을 쓰면서 울고 엄마가 없으면 불안해 했다"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같은 지역 내 아이들의 왕따 경험 등 정신건강 침해는 더 광범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도 공통적으로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피해자인 자신들이 도리어 폭도가 된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증언 도중 감정에 북받쳐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사측 직원과 경찰이 공장에 불을 냈고, 농성장에 있던 조합원들은 마지막까지 생산라인을 지켰다는 주장이다.
B씨는 "우리는 집보다 공장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소중한 삶의 터전을 파괴할 수 있겠냐, 사측 관리자와 경찰이 생산라인을 망가뜨릴 때 분노가 컸다"고 말했다. A씨 역시 "단전 조치 이후 공장이 어두워서 침소까지 가는 길에 몇 번씩 넘어지지만 불평 없이 페인트가 굳지 않도록 생산라인을 돌렸다, 그런데도 우리가 폭도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성자들이 가장 큰 고통으로 꼽은 것은 식수와 음식물 반입 금지로 인한 고통이었다. 노동자 C씨는 "최루액을 맞고 온 몸에 물집 생기거나 경찰진압 과정에서 코나 귀가 찢어진 동료들이 정말 많았는데 약이 없어서 치료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D씨는 "같이 있던 동료는 녹내장 약을 먹지 않으면 실명 위험이 있는데 의약품을 들여올 수 없었다"고 전했다.
"공장 안에 식수와 식량이 충분했으며 노조 수뇌부가 포커와 화투를 쳤다"는 내용의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한 노동자는 "남은 물과 식량으로 남아 있는 600여 명이 몇 끼나 먹을 수 있겠냐, 다른 사람이 열쇠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 없이는 아예 창고에 들어갈 수 없다, 간부들은 다들 창고 바깥에 있었다"고 말하면서 흥분해 목소리를 높였다.
증언자가 가림막 뒤로 숨어야 했던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