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정적' 박정희 묘역 인근에 묻힌다

서울현충원에 264㎡ 크기로 묘역 조성

등록 2009.08.20 17:19수정 2009.08.2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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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본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예정지
하늘에서 본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예정지다음 스카이뷰/오마이뉴스 그래픽
하늘에서 본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예정지 ⓒ 다음 스카이뷰/오마이뉴스 그래픽

 

김대중 전 대통령이 30년 먼저 영면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인근에 영원히 잠들게 됐다. 

 

국립서울현충원은 김 전 대통령의 묘역을 국가유공자 1묘역 하단부에 조성한다고 20일 밝혔다.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과 중종의 후비 창빈 안씨 묘소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과 불과 200m 떨어져 있는 곳이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민주주의를 탄압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 망령에 맞서 평생을 싸웠지만, 죽어서는 박 전 대통령 곁에서 함께 영면하게 됐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의 국장은 30년 전 박 전 대통령의 국장에 이어 건국 이후 두 번째이기도 하다.

 

DJ 묘역, 서울현충원에 264㎡ 크기로 조성

 

정진태 서울현충원장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 유가족·행정안전부와 협의한 결과, 서울현충원의 국가유공자 1묘역 하단부 언덕에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조성키로 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이어 "김 전 대통령의 묘역을 최대한 소박하고 친환경적으로 조성해달라는 유가족의 요청이 있었다"며 "묘역은 국립묘지설치법에 따라 봉분·비석·상석·추모비 등을 모두 합쳐 264㎡(80평)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965년 조성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은 주차장과 진입로 등을 모두 합쳐 1652㎡(500평)이다. 또한 지난 1979년 조성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은 3636㎡(1100평)에 달한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묘역에는 주차장이 들어서지 않는다. 

 

당초 정부는 서울현충원에는 국가원수 묘역이 남아있지 않아, 김 전 대통령의 장지로 국가원수 묘역이 조성돼 있는 대전현충원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족 쪽에서 서울현충원을 강력히 원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의 묏자리는 지관과 김 전 대통령의 장조카가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부터 묘역 부지공사에 들어간 서울현충원은 22일까지 봉분 조성·진입로 개설·임시 재단 설치 등을 마무리 하고, 23일까지는 조경작업을 모두 끝낼 계획이다.

 

박정희와 김대중, 영원히 함께 잠들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악연은 1961년으로 되돌아간다. 김 전 대통령은 61년 5월 14일 강원도 인제에서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민의원에 당선됐지만, 사흘 뒤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쿠데타를 일으키는 바람에 당선증을 받지 못하고 국회가 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로 우뚝 서면서 박 전 대통령과의 정면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두 사람은 1971년 4월 제7대 대통령선거에서 맞붙는다. 이 선거에서 김 전 대통령은 95만 표 차이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석패하고 만다.

 

두 사람의 관계는 1979년 10월 박 전 대통령의 서거까지 탄압과 저항으로 점철됐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 내내 가택연금, 납치, 망명 등 큰 고초를 겪었다. 1971년 5월 8대 국회의원 선거 기간에는 테러로 위장한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다. 또한 1972년 10월 유신 선포 후 일본으로 망명한 김 전 대통령은 1973년 8월 중앙정보부 직원들의 의해 납치돼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도 독재·산업화의 상징이 돼버린 박 전 대통령과 민주화의 상징인 김 전 대통령은 결코 화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23일 박 전 대통령 묘역 인근에 묻히게 됨에 따라 영원히 함께 잠들게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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