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으로 결정되자 저주를 쏟아내고 있다. 조갑제는 그의 홈페이지를 통해, 고인을 국가반역범죄자로 칭하며 그의 장례를 국장으로 결정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응징을 선포했다.
물론, 조갑제가 하는 주장에는 별 관심이 없다. 변희재는 국장에 대해 말하려면 국장에 대한 책을 일주일에 3권씩 읽어야 자격이 생긴다고 하겠지만,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니 조갑제의 저런 발언도 그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 좋았던 시절 다 지나고 독설로 그 깨알같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조갑제가 내 뱉을만한 딱 그수준의 말이다.
조갑제의 처지와 그 처지에서 나올만한 말이 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갑제의 말이 거슬리는 이유는 그가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하는냥 거들먹 거리며, 선량한 국민들의 침묵을 자신의 발언의 근거로 삼기 때문이다.
조갑제는 '이대통령은 (국장결정으로) 침묵하는 다수를 배신한 죄값을 치를 것이다'라며 자신이 침묵하는 다수의 의중을 알고 있으며, 침묵하는 다수의 대변자인냥 행세한다.
동물도 오래살면 영물이 된다더니, 조갑제가 신내림을 받았나 보다. 침묵하는 다수란, 의사표현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의중을 알 수 없는 이들을 칭한다. 조갑제가 무릎팍도사도 아니고 침묵의 의미를 어찌 알 수 있단 말일까?
조갑제는 '김대중 절대 지지자보다 절대 반대자가 두배이상 많다'고 주장한다. 물론 근거는 없다. 관련 여론조사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니 나머지는 다 반대한다와 같은 비논리적인 여론조사의 확대해석도 아니고, 그냥 '조갑제가 그렇다'고 한다. 조갑제는 아무런 근거도 조사결과도 없이 성실한 국민, 법 잘 지키는 국민, 군대 갔다온 국민, 세금 잘내는 국민의 의견을 척척 내놓는다. 그것도 그 수많은 침묵하는 다수가 자신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한다.
영화 식스센스에서 소년이 '난 귀신이 보여요'라고 이야기 하는 것만큼 충격적이다. 조갑제는 '난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이 들려요'라는 논리적으로는 오류이지만 자신은 식스센스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오컬트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래전 한 사람이 뉴스제작현장을 급습해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마도 조갑제는 '내 귀에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이 들리는 도청수신장치가 있다'고 주장하는가 보다.
문제는 조갑제의 수신장치가 고장났거나 혹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속의 장치라는 것이다. 나는 군대도 갔다왔고 세금도 내고 법도 잘지키지만, 조갑제의 의견에는 손톱만큼도 동의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조갑제의 주장이 틀렸다.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과 그 성향을 알기위해 사회과학에서는 통계와 여론조사라는 방법론을 발전시켰다. 조갑제의 식스센스만큼 정확하지는 않아서 오차범위도 함께 발표하는 수준이지만, 조사와 통계를 통한 국민의 여론은 조갑제의 의견과 다르다. 각종 여론조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을 지지한다.
조갑제는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말 많은 소수 극우보수를 대변한다. 과학적으로는 그렇다. 그럼에도 조갑제는 소수 표본에서 추출한 과학적 방법론보다 자신이 식스센스와 그 귀의 도청수신장치를 통해서 보다 정확하게 침묵하는 다수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래서야 사회과학자들과 여론조사 회사들이 '그래도 지구는 돈다'며 씁쓸히 퇴장해야 할 판이다.
조갑제가 '세상 모든 사람이 김대중을 지지해도 나에게 김대중은 존경해 마지않는 박정희대통령과 전두환대통령에게 항거한 반역자이며 그래서 국장을 반대한다'고 하는 것은 조갑제의 자유다.
하지만 조갑제가 '내 귀에는 침묵하느 다수의 의견이 들린다'고 한다면 이는 의도된 사기이거나, 정신과적 치료를 요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지금 조갑제의 귀에 맴도는 소리는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이 아니라 그저 이명(耳鳴)일 뿐이다.
혹은
'조갑제를 세 번 외치면 행복해 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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