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피우는 담배 지긋지긋, 스트레스 쌓여 끊으렵니다

자동차 엔진에 담배 숨기고 피우는 것, 이젠 지겹습니다

등록 2009.08.21 14:06수정 2009.08.2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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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내의 눈을 피해 자동차 엔진 근처에 이렇게 담배를 숨겨가며 피웠는데 이제는 그만 하려고 합니다. 도저히 스트레스가 쌓여 못피우겠습니다.

아내의 눈을 피해 자동차 엔진 근처에 이렇게 담배를 숨겨가며 피웠는데 이제는 그만 하려고 합니다. 도저히 스트레스가 쌓여 못피우겠습니다. ⓒ 윤태

아내의 눈을 피해 자동차 엔진 근처에 이렇게 담배를 숨겨가며 피웠는데 이제는 그만 하려고 합니다. 도저히 스트레스가 쌓여 못피우겠습니다. ⓒ 윤태

 

담배를 소재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자체가 참 창피스러운 일입니다. 제 자신이 말이지요. 금연을 둘러싸고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도 들지만 지금 이 행위도 금연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내려서 보닛 (일명 본네트)을 열고 그 안에서 담배를 꺼내 피우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또 보닛을 열고 그 담뱃갑을 어딘가에 숨겨놓는 사람이 있다면? 그 모습을 보게 된다면 아마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아니, 왜 저 사람은 자동차 엔진에 담배를 보관하는 거지?"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듯합니다. 얼마 전까지 제가 그랬으니까요.

 

7년 전 결혼의 첫째 조건은 금연이었습니다. 그 어떤 것에도 관대하고 마음이 넓은 아내지만 담배만큼은 엄격했었죠. 담배연기를 마시면 어지럽고 구토증세를 보이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런 영향 탓인지 처제의 경우도 소개팅을 할 때 담배를 피우는 남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는 경우를 여러 차례 봐 왔습니다. 전체적으로 그 남자가 마음에 들어도 담배를 일단 제외하는 그런 경우죠. 담배에 대한 아내의 끔찍함, 이 정도였습니다.

 

a  TV 토크쇼에 출연해 금연성공담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하기도 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TV 토크쇼에 출연해 금연성공담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하기도 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 윤태

TV 토크쇼에 출연해 금연성공담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하기도 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 윤태

 

TV 출연해 금연 성공담 이야기했지만... 금연 실패

 

하지만 금연은 쉽지 않았습니다. 1년 넘게 끊었다가 또 피웠다가 잠시 끊고... 반복됐습니다. 물론 아내한테는 계속 끊은 걸로 돼 있었지요. 이 금연 이야기는 3년 전 MBC 토크 프로그램에 우리 부부가 직접 출연해 금연 성공담을 시청자들에게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공중파를 이용해 금연 성공을 알리고 대대적으로 공표하기도 했지만 역시 완벽한 금연의 길은 멀더군요. TV 출연 후 흡연-금연은 반복됐고 몇 차례 아내에게 들키기도 했습니다. 아내는 마약탐지견도 아닌데 그 깊숙한 자동차 속 스페어 타이어를 들어내고 안쪽 으쓱한 곳의 담배까지 찾아내는 예리함을 보였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빌고 아내는 집나간다고 울고 불고... 각서 쓰고 싸인하고... 그 후로 또 들키고 빌고 울고 불고... 귀신처럼 차에서 담배를 찾아내는 아내가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안전하게 담배를 숨길 곳을 찾은 게 바로 자동차 보닛 속 엔진 근처였습니다. 아내는 보닛을 여는 방법을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뜨끈뜨끈하게 달궈진 담배를 피워야만 했습니다. 엔진 근처에 숨겨놓은 담배를 꺼내 피우는 일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도 살펴야 하고 눈, 비 오늘날은 더욱 그랬습니다.

 

하루하루 용돈을 받으며 생활하는데 담배를 사는 날이면 2~3천원 빈 것에 대해 나름대로 가상의 사용처를 만드느라 애를 써야 했습니다. 냄새 없애고 들어간다고 노력은 하는데 손에 남은 냄새와 콧구멍 속 냄새는 쉽지 없어지지 않더군요.

 

a  이 자랑스러운 명찰을 가슴에 달고 방송에서 큰소리 뻥뻥 쳤던 나였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습니다.

이 자랑스러운 명찰을 가슴에 달고 방송에서 큰소리 뻥뻥 쳤던 나였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습니다. ⓒ 윤태

이 자랑스러운 명찰을 가슴에 달고 방송에서 큰소리 뻥뻥 쳤던 나였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습니다. ⓒ 윤태

위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내는 고도의 훈련을 받은 마약탐지견보다 더 냄새를 잘 찾아내며 콧속 냄새까지 맡아보는 치밀함까지 보였으니까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담배냄새를 없애야 하는 저의 노력, 그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들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또 어떻고요.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 며칠 전 아내에게 들킨 것을 끝으로 이제 더 이상 들킬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스트레스 받아 더 이상 담배를 태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 스스로 자동차 보닛 속에 숨기는 은닉처도 말해 버렸습니다. 집 주변 어딘가에 땅 파고 항아리 묻고 담배를 넣었다 꺼냈다 하며 몰래 피울 일이 아니라면 담배를 소지할 수도 없게 됐습니다. 사무실에 나가 하루 종일 근무하는 게 아니라 차 안이 제 2의 생활공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이론상으로는 아내와 제가 갈라서야만 담배를 태울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람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의지를 아무리 굳게 먹어도 흔들리는 건 한순간이죠. 그래서 그 흔들릴 수 있는 여지조차도 최대한 줄여보자는 것입니다. 이 금연계획과 사실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하는 것이죠.

 

어쩌면 가까운 형제, 일가친척, 친구, 직장동료, 이웃, 수업하는 아이들과 그 부모님 등 지인들이 이 글을 보게 되면 저를 비난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 비난까지도 감수하면서 그동안의 흡연-금연 사실을 관련 사진과 함께 털어놓는 것은 더욱 완벽한 금연을 하기 위함입니다.

 

최소한 그들 앞에서 담배를 빼드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 함께 올립니다.

2009.08.21 14:06ⓒ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 함께 올립니다.
#담배, 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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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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