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차별 심한 캄보디아, 여자단원에게 격파를 맡기다

나의 캄보디아 봉사활동기

등록 2009.08.22 12:01수정 2009.08.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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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 공연 하는 모습 단원들이 열심히 연습해 만들어낸 난타 공연. 한국의 전통악기와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을 이용해 난타를 하고 있다. ⓒ 정민호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온 지 열흘째 되던 날(8월 7일) 우리는 준비했던 난타 공연, 율동 공연, 태권도 공연을 캄보디아의 아이들에게 선보였다. 이 세 가지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 단원들 모두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고 익혀서 완벽하게 준비했다.

북과 장구 치는 법을 배운 대학생 진화 누나와 정희 누나가 북과 장구, 물통, 캔, 막대기, 리코더, 바이올린, 해금, 등을 이용해 아리랑과 도라지 등 우리나라 민속음악을 선보였다. 난타 공연은 캄보디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이용해 연주하여 아이들에게도 큰 호응을 보였고 특히 아이들 상대로 컵라면을 이용한 미니 장구 만들기를 함으로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우리 단원 모두 난타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에서 네 번이나 모여 계획하고 연습하여 이루어낸 성과였다.   

네 번 모이는 동안 누나들의 재치 있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율동 또한 인기를 끌었다. 희망이란 주제로 자주 쓰이던 동방신기의 노래 '풍선'을 불렀다. 우스꽝스러운 자세가 나올 때마다 아이들 웃음이 빵 터져서 서로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과 함께 친해진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친해진 아이들과 함께정민호

태권도는 현재 검은 띠 4단인 내가 기획했다. 형, 누나들은 한국에서 한 모임 외 캄보디아 현지 숙소에서 밤마다 연습하여 태극 1장과 태극 7장 그리고 격파까지 선보일 수 있었다. 태극 1장은 태권도를 배울 때 가장 처음으로 배우는 품새로 기초를 쌓고 2개월을 다닌 아이들이 배운다. 이 품새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태권도는 쉽고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었다. 더욱이 "마루치아라치"라는 태권도만화 주제곡을 통해 아이들에게 더욱 재미있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태극 7장은 8개월 이상 태권도에 다녀 어느 정도 자세가 잡히고 모든 자세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사람들이 배우는 품새로 아이들에게 태권도의 깊이와 태권도의 바른 자세를 보여 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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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품새와 격파시범 태권도 품새 태극 1장, 태극 7장, 그리고 격파시범을 보이고 있다. ⓒ 정민호


마지막으로 한 격파 공연은 태권도에서 가장 많이 선보이는 공연이다. 1년 이상 배운 유단자들이 자기 실력과 한국 태권도 문화를 외국 사람들에게 잘 알릴 수 있는 공연이다. 우리는 앞차기, 내려찍기와 돌려차기, 턴 차기, 뒤 후리기를 쉬지 않고 해내며 한번에 3단 차기와 난이도가 높은 이단 옆차기를 선보였다.

나는 이단 옆차기를 선보여야 했다. 태권도를 배운 경험이 있다는 진수에게 3단 차기를 맡기고 태권도를 하는 여자 단원들에게 앞차기와 내려찍기를 맡겼다. 여자 단원들은 모두 쉽게 격파에 성공했지만 난이도가 좀 있는 3단 차기는 계속 실패를 했다. 두 번째 공연 때에는 5번이나 격파를 성공하지 못해 친구가 약간 난처한 입장에 처하기도 했지만 마침내 성공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주게 되어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으로 더 도움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나의 송판 격파 모습  태권도 격파 시범을 보이고 있는 나
나의 송판 격파 모습 태권도 격파 시범을 보이고 있는 나정민호

태권도 격파와 시범을 여자 단원들에게 맡긴 이유는 따로 있었다. 캄보디아에서는 남녀차별이 심하여 현지 어른들은 여자 아이들보다 남자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먼저 해 달라고 요청하고 남자 아이들도 여자 아이들을 무시하고 때리곤 했다. 여자 아이들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당하고만 있었다. 이것을 보며 여러 가지 안타까운 점이 많았다. 여자 단원들이 함께 태권도 공연을 함으로써 아이들의 박수와 갈채를 받았다.

지난 해에 이어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캄보디아 아이들은 제대로 된 학교교육을 받는 아이가 거의 없었다. 우리처럼 이런 단체에서 지원된 소소한 교육만이 그들을 가르치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세계는 단 몇 초면 연결되는 온라인과 수많은 교통 수단의 발달로 점점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우리가 발전되어가는 사이 지구촌에는 배우지 못해서 낙후되고 심지어 먹지 못해서 죽어가는 죽는 사람도 너무나 많다. 우리 모두가 이런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아이들과 나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 나와 단원 형
아이들과 나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 나와 단원 형정민호
#캄보디아 #태권도 #난타 #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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