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의 게양대에 다른 이념의 깃발을 걸고 남과 북은 다른 길을 나아간다. 한민족이란 동질성을 점점 잊어버리며...
이장연
얼마전에는 DDoS 공격이 북한-종북세력이 배후라는 어처구니 없는 '사이버북풍'을, 점점 그 힘을 키우고 있는 국정원이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정치권과 수구언론에 흘리기도 했습니다.
북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더욱 강경한 대북정책을 고수하던 정부는 현대아산 근로자와 연안호 선원들의 송환을 위해 북측과 어떤 협의나 협상도 선뜻 나서지 않고, 대신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물든 쌍용차 사태를 공안검찰을 앞세워 외부세력에 의한 '공안사건'으로 규정하고, 경찰청은 '좌파척결'을 앞세워 60-70년대 반공만화까지 제작해 일선 초중교에 배포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방북으로 어렵게 이뤄낸 남북합의로 다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였지만, 한민족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지금 두 사회는 수평 이단으로 분리된 16m 높이의 저 게양대처럼 그 동질성을 잊고 평행선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이념의 깃발을 단 불균형의 현실이 또 미래로 이어지고, 이는 후대까지 풀지 못할 숙제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통일'이란 테마로 세계의 미술가들이 김포에 모여 만든 조각작품 중 하나인 장 피에르 레이노의 '깃발'을 올려다보며, 남과 북이 하나되길 바라던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숙제를 남은 우리가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남과 북, 북과 남이 이념을 떠나 파란가을 하늘아래 하나의 게양대에 서는 그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