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
오마이뉴스 권우성
DJ 스스로 매우 흥미롭게 쓴 책, 처음부터 "나는 겁이 많은 사람"김대중은 1993년 12월 출간 당시 초판 서문을 통해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때 뭐가 달라질지 내 자신 스스로가 매우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어쩌면 그것이 나를 지지해 주고, 나를 염려해준 국민들에게 조그만 보답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고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그러다 보니 논문이나 연설집, 시사평론을 쓸 때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써야 했고, 과거에 내놓고 말하기를 주저했던 것이나, 감췄던 사실도 솔직하게 털어놨다고 소개하고 있다. 써 놓고 보니 처음으로 부드러운 책이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첫 장 제목부터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어렸을 적에 도깨비가 무서워 항상 어머니나 누나의 도움을 받아야 화장실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개가 무서워 개를 키우는 집에는 심부름도 가지 못했으며, 마음이 여리고 겁이 많아 남을 때리지도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부드러운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스티븐 호킹 박사와 반년 동안 한 지붕 밑에서 살았던 이야기, 토마스 모어라는 세례명을 갖게 된 연유도 설명한다. 특히 천주교 신자로서 자신의 종교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내는데, 김대중이 신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대목은 '무교'인 나에게도 그 어떤 '선교'보다 강력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