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08.27 09:42수정 2009.08.2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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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의 발사 순간
우리 일행이 탄 배는 나로도 발사기지가 보이는 바다 한 가운데에 있었다. 우리는 고깃배로 여자만을 따라 내려오는데 고흥 영남면 바닷가에도 도화면 남열리 해수욕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로호의 발사장면을 보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는 너무 좋다. 푸른 바다 저 멀리 나로도가 보이고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며 건물 하나가 보였다. 그 건물 밑이 바로 발사기지가 있단다. 옆에 있는 사람의 쌍안경을 빌려 나로호의 발사기지를 보니 발사를 기다리고 있는 나로호의 위용은 하늘의 왕 독수리처럼 늠름했다.
우리 일행은 나로호의 발사 시간이 다가오자 뱃머리로 전부 나갔다. 그리고 저 멀리 직선으로 보이는 나로도 발사기지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5시가 되고 틀어놓은 라디오에서는 카운드다운을 시작했다. 4초 3초 2초 1초 발사라는 구령과 함께 저 멀리 나로도의 발사기지에서는 폭발음이 들리고 하얀 구름덩어리가 원자폭탄 떨어지듯이 일어났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나로호가 빨간 불꽃을 달고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로켓처럼 빨리 사라져 버릴 줄로 알았는데 나로호는 우리 시야에 천천히 올랐다. 나중에 빨간 불꼬리는 보이지 않고 하얀 구름 자국을 남기면서 나로호는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나로호가 발사되자 우리 일행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우리나라에서 발사되는 첫 우주선을 민간인이 볼 수 있는 제일 가까운 거리에서 본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큰 영광이었다. 이런 영광을 맛보게 해 준 배의 선장님께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했다.
나로호를 보기 위하여 여자만을 따라 내려가다
벌교의 친구들이 오늘 또 나로호 발사를 보기 위하여 가자는 것이다. 오늘은 벌교 장도의 친구가 자기 배를 띄운다는 것이다. 벌교에서 식당 하는 친구가 음식과 술을 준비해서 벌교의 장암포구에 갔다. 순천에서 온 친구들과 만나 우리 일행은 배를 타고 여자만을 따라 내려갔다.
여자만은 너무 아름답다. 여자만을 따라 바닷가 해변이 너무 아름다운 유인도 무인도들이 군데군데 있다. 여자만은 전라남도 여수시 화정면 여자도를 중심으로 보성군·순천시·여수시·고흥군으로 둘러싸여 있는 내해다. 여자만 해안에는 여자도, 장도 ,달천도 등이 있으며 청정해역으로 유명하다.
나로호의 발사를 보러 가는 길은 우리에게는 축제였다. 배 위에서 술자리가 벌어지고 배의 확성기에서는 뽕작노래가 여자만을 울린다. 그 노랫소리에 맞춰 배 위에서 춤추는 사람, 술 마시는 사람, 뱃머리에서 바람 쏘이는 사람, 모두 다 다른 모습이지만 다들 생각은 오늘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기를 기원하며 영광된 발사장면을 보겠다는 마음일 것이다.
나로 호의 발사장면을 보고는 왔지만
여자만 해상에서 나로호의 영광된 발사장면을 보고 우리는 다시 여자만을 따라 올라왔다. 여자만을 따라 올라오는데 여수관내의 사도 낭도 여자도를 따라 올라온다. 해는 뉘엿뉘엿하며 지며 비스듬히 바다 위를 비춘다. 사도에는 공룡의 상이 엄청 크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 한 번 내려 보고 싶지만 시간이 늦어 배는 곧장 달린다.
우리 일행은 만선의 배가 항구에 귀항하는 것처럼 행복에 젖어 있었다. 그것은 모두의 마음 속에 오늘 제일 가까운 거리에서 나로호의 발사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갈 때처럼 노래하며 춤추며 술 마시며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돌아올 때의 마음은 나로호가 정말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오르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벌교의 장암포구에서 내려서 차를 타고 집에 오는데 라디오에서 나로호가 우주궤도 진입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소식은 우리의 들뜬 마음에 찬 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차안의 공기는 침묵이었다. 나도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나 나로호가 성공하기를 바랐었는데. 그러나 발사에는 성공했고 궤도진입에는 실패인 절반의 성공이라니 그것으로 위안을 해야겠다. 내년 5월에는 꼭 우주궤도에 진입해서 성공적인 발사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2009.08.27 09:42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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