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플루엔자 때문에 깜짝 놀라다

등록 2009.08.27 20:11수정 2009.08.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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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망이가 아침에 재채기를 하면서 콧물을 한가득 쏟기에, 일단은 학교 가서 보건선생님께 가보고, 학교 끝난 후에 병원 가자고 했다. 신종인플루엔자에 감염되었다기보다는 환절기에는 좀 심해지는 비염증상인 것 같고, 열이 없어서 그렇게 보냈다. 학교 간지 조금 있다가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했다.

 

"똘망이 어머님이시죠?"

"네."

"똘망이가 머리도 아프고 감기 기운이 있어서 보건선생님께서 오늘은 병원 다녀왔다가 쉬라고 해서 지금 집으로 보냈습니다."

"하하..안 그래도 아침에 마스크 안 써도 되냐면서 학교 갔는데요. 알겠습니다."

 

똘망이가 몇 년 동안이나 비염 때문에 고생을 했고 지금도 비염이 있다. 코가 막혀 숨 쉬기 힘든 아이 칭얼거림을 달래보려고 업고 잔 적도 많다. 이비인후과, 소아과, 내과, 소아전문병원, 한의원 등을 다니면서 약도 많이 먹고, 민간요법까지 참 많이도 공부를 했었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들 상태를 보고서 환절기에 나타나는 증상인지, 심각한 증상인지 대강 구분이 된다.

 

그래서 오늘 아침 똘망이의 증상(환절기에 나타나는 콧물)을 보고서 학교에 보낸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우리 마음일 뿐이고, 똘망이와 여러 사람의 걱정과 안전을 위해 아침에 내과에 갔다. 열만 없는 감기 증상이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안심하면서, 에어컨 틀어 놓고 자고, 조금만 더우면 선풍기를 옆에 끼고 사는 똘망이에게 의사선생님의 한 말씀 부탁드린다고 했다. 웃으시며 하는 말씀!

 

"엄마가 원하는 대답은 안 나옵니다. 원래 남자아이들이 그렇습니다. 그런 행위가 딱히 건강에 나쁘거나 반드시 감기에 걸리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한마디 하자면...(똘망이를 보며) 똘망아 그래도 선풍기는 회전시키면서 적당히 틀어야 하고, 더워도 좀 참을 줄 알아야 하는 것이야, 집이 아닌 곳에서는 덥다고 해도 선풍기 없는 곳이 많은데, 그런 곳에 가서 더우면 뛰쳐나올 수도 없고 그렇지?"

 

겨울에 춥다고 하면 옷을 더 껴입으라고 하고, 여름에 덥다고 하면 옷을 시원하게 입으라고 하는 엄마. 덥다, 덥다 하다보면 더위가 지나고 시원한 가을이 오고, 춥다, 춥다 하다보면 추위가 지나간 봄이 오니 좀 참으면서 지내라는 아빠 이야기보다, 의사선생님 말씀은 더 쉽게 똘망이가 실천할 수 있겠다. 학교에는 마스크를 쓰고 가도 된다기에 약국에서 마스크도 함께 사 왔다.

 

밤톨이가 2시가 넘자 집에 왔다. 열이 난다고 해서 이마에 손을 짚어보니 열이 느껴진다. 체온계가 고장 나서 밤톨이를 집에서 가까운 내과로 보내며 체온계도 함께 사 오라고 했다. 내과 다녀오고, 약국 다녀오고, 태권도학원까지 다녀온 밤톨이가 하는 말.

 

"엄마. 약은 열 날 때만 먹으래. 그리고 아까는 더워서 열 났나봐. 오빠 때문에 엄마가 과잉 반응 했어"

 

밤톨이 이마를 짚어보니 시원하다. 더워서 잠깐 체온이 조금 올라간 것이었나 보다. 비염이 있어 환절기가 되면 콧물과 재채기가 항상 있는 똘망이. 평상시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인데 갑자기 깜짝 놀라면서, 학교에서는 집으로 보내고, 집에서는 병원에 가고...참 혼란스럽다.

 

<28주 후>라는 영화가 있다. 분노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가 생겨 사람들이 감염되면 좀비가 되면서 분노를 일으켜 끔찍한 상황이 되는 영화다. 안간힘을 쓰면서 그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로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도록 애쓰지만 결국 결말은 국경을 넘어 다른 곳으로 퍼진다는 이야기다.

 

신종 인플루엔자와 감염된 사람 중 사망자 소식을 들으면서 그 영화를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렇게 빨리 우리 집에 영향을 끼칠 줄은 몰랐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꼭 이런 것이어야 할까? 똘망이 감기가 빨리 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겠다. 이런 걱정과 공포..제발 영화에서만 봤으면 좋겠다.  

2009.08.27 20:11ⓒ 2009 OhmyNews
#신종인플루엔자 #감기 #비염 #28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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