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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 현지 어학원에서 공부한 지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학원 수업에 적응이 되었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학원에서의 첫 경험은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좋은 기억은 아니고 만약에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당연히 싫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비록 유쾌하지는 않은 기억이지만 그러한 첫 경험이 없었다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발전한 오늘의 내 모습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학원에서의 첫째 날은 8월 4일(화)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학원에 도착하니, 나와 같이 학원에 처음 등록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일본 사람, 한국 사람, 스페인 사람, 이탈리아 사람, 프랑스 사람... 그 중에도 일본 사람이 제일 많았습니다.
처음에 컴퓨터로 문법 테스트를 실시하고, 뒤이어 한 사람씩 학원 강사들과 스피킹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문법 테스트에 따른 결과로 문법 반이 배정되고, 스피킹 테스트 결과에 따라 회화 반이 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배정받은 회화 반이 생각보다 수준이 높았습니다. 회화 반 수업 시작 전에 강사와 학생들이 주고받는 대화의 수준을 보니 도저히 내가 따라갈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회화 반을 낮은 수준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기초 반에서 회화 수업을 받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스피킹 테스트 결과가 좋게 나와서 중급 반에 배정되었던 것입니다. 사실 자기가 지금 수준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그것을 학원 관계자에게 말하고 낮은 수준의 반으로 옮겨달라고 말하는 것도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남들은 자기 수준보다 높은 레벨의 반으로 배정받으려고 기를 쓰는데 나는 거꾸로 낮은 레벨의 반으로 옮겨달라고 한 것입니다. 물론 높은 레벨의 반에서 더 열심히 긴장하면서 수업에 임하면 실력이 더 빨리 오르겠지만, 강사가 하는 말의 70%를 못알아듣고 있으면서 높은 레벨의 반을 고집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판단을 했던 것입니다.
학원의 강의 시스템은 아침에 1시간 문법, 그리고 2시간 회화, 그리고 나머지 1시간씩 두 시간은 선택 강좌(발음, 어휘, 읽기, 쓰기)로 진행되었습니다.
회화는 형편없다고 하더라도 문법은 그래도 한국에서 꾸준히(?) 했었기 때문에 중급 반에서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문법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문법의 내용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문법을 영어로 설명하기 때문에 매 순간 집중해서 강사의 설명을 들어야 했습니다.
영어 공부에 있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내가 다니게 된 학원에는 일본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특별히 여름방학 기간을 맞이해서 한 달, 혹은 두 달 동안 단기 코스로 영어를 배우러 온 일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들 중에는 50이 넘은 나이로 영어 공부에 도전한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오후에 선택 강좌 시간에는 모든 레벨의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해서 강의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한 반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섞여서 공부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학원에서 기초, 중급, 고급으로 분류를 해 주었기 때문에 실력의 차이가 현격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한국인의 경우는 수업 시간에 말하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혹시 내가 하는 영어가 틀리면 어떻게 할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말하기 전에 상당히 고민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꽤 품격있는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머리 속에서 수많은 동사를 떠올리지만, 정작 회화에서 필요한 동사는 그야말로 가장 보편적이고 잘 알려진 동사들(have, take, get)이 쓰이고 있습니다. 나 자신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순간 순간 '내가 말하는 영어가 틀리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으로 머뭇거리곤 합니다.
반면에 유럽이나 남미의 학생들은 문법이 틀리더라도 거리낌없이 말을 시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언어의 체계가 비슷한 것도 이유이겠지만, 그들의 적극성으로 인해서 솔직히 그들이 동양 사람들보다 영어 습득 능력이 뛰어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오후의 선택 강좌 시간 중에, 옆 사람과 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 하라고 강사가 파트너를 정해주었는데, 멕시코 여학생(10대 중반)과 짝이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머리를 쥐어 짜면서 문장을 만들어서 대화를 하다가, '나는 이제 처음 학원에서 공부하시 시작했다', '아직 내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한다', '빨리 영어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학생이 자기도 처음에는 나와 똑같은 경험을 했고, 똑같은 스트레스로 고생했다고 하면서 힘내라고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나이 40이 다 되어서 15세 정도의 여학생한테 힘내라는 격려를 듣고 있는 내 자신을 돌아보니 만감이 교차되었습니다. '이 나이에 이런 어린 아이에게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가, '어차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생각으로 그 멕시코 여학생에게 '고맙다'라고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언젠가 내가 영어를 잘하게 되었을 때,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하지만 이미 나이가 들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 생겼습니다.
"영어 공부에 있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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