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을 울다가 매미 성충의 모습
이동호
8월 중순경 고향 홍천에 다녀왔다. 한 달에 두 세번 팔순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기 위해 가곤 하는데 늘 피서철에 고향에 가는 것은 힘든 여정이다. 평소에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리던 시간이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 평소에도 곳곳이 병목현상으로 지정체를 반복하는데 올해는 용대리 도로확포장 공사로 인해 더 늦어지는 듯 했다.
고향에 도착한 저녁 가족과 함께 동해안에서 사간 싱싱한 가리비를 구워먹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농사일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논에 농약을 살포하고 빨갛게 익은 고추까지 따고 집으로 내려오니 벌써 12시가 훌쩍 넘었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서 수돗가에서 손발을 씻고 문으로 들어가려다 문 옆에 붙어있는 이상한 벌레를 보고 흠칫 놀랐다. 현관문 옆에 달라붙어 있는 이것은 무얼까?
멀리서 처음 보았을 때 살아있는 커다란 귀뚜라미나 파리매인줄 알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꼼짝을 하지 않는다. 가만히 보니 매미였다. 마치 박제를 해놓은 듯 꼼짝하지 않는 매미. 변태한 매미가 등쪽의 갈라진 곳으로 나와 사라지고 껍질만 벽에 붙어 있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