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부자 생술'을 주전자에 부은 뒤 양푼 잔에 한잔 가득 따라 한 모금 맛을 본다
이종찬
막걸리 한 병에 든 유산균, 요구르트 100병과 맞먹는다막걸리와 모듬전을 시킨 뒤 천천히 벽면을 둘러본다. 저만치 천상병 시인이 쓴 막걸리란 시와 소야라는 분이 쓴 '술타령'이란 글이 참 재미있다. 이 집 주인 도희자(64)씨에게 "영업을 한 지 얼마나 되느냐?"라고 묻자 "3~4년 된다"라고 짤막하게 대답한 뒤 또 막걸리 서너병과 주전자, 안주를 들고 총총걸음으로 맞은 편 손님에게 다가간다.
묻고 싶은 말이 있으면 들머리 왼편 벽에 붙어 있는 글을 참조하라는 투다. 그 벽면에는 "이것이 배상면 주가의 배혜정 누룩도가에서 자신 있게 만든 '부자 생술' 유산균 생막걸리다!"라는 글이 붙어 있다. 그 아래 "막걸리 한 병 유산균, 요구르트 100병 맞먹는다. 막걸리는 알콜 든 영양제?"라는 글도 재미있다.
그렇게 1분쯤 지났을까. '부자 생술'이란 이름표가 붙은 생막걸리와 주전자, 모듬전이 탁자 위에 놓인다. 밑반찬은 생김치와 파 소송 썰어 넣은 간장 한 종지, 간장에 담긴 양파뿐이다. 이 집 모듬전에는 기름에 살짝 튀긴 두부, 녹두전, 호박전, 새송이버섯전, 고기완자, 생굴전 등이 담겨 있다.
'부자 생술'을 주전자에 부은 뒤 양푼 잔에 한잔 가득 따라 한 모금 맛을 본다. 흙맛이 살짝 감돌면서 달착지근하게 입에 달라붙는다. 하지만 이 집 막걸리는 톡 쏘는 신맛이 약해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서울 생막걸리'가 첫맛은 톡 쏘고, 뒷맛이 달착지근하다면 '부자 생술'은 첫 맛이 달착지근하고 뒷맛이 샘물처럼 깔끔하다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