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용장환씨가 갯벌 속에서 잡아낸 것은 바로 한쪽 집게발이 커다란 황색빛깔의 황바리(도둑게, 농게)였다.
충남시사 이정구
"갯벌을 살리자는데,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그럼 반대로 이 갯벌은 왜 없어져야 하나요?"
아산시 인주어촌계 용장환(46·인주면 걸매리) 총무. 요즘 이 사람보다 바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아산시에 단 하나 마지막 남은 갯벌을 살리자며 동분서주하는 그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아산시의 마지막 바다인 걸매리 갯벌 매립계획이 알려지자 고기잡이하는 평범한 어부였던 그는 투사로 돌변했다. 특히 요즘에는 인주갯벌에 수시로 드나드는 신문사, 방송사, 환경전문가, 시민들에게 걸매리 갯벌 매립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꼬박 하루를 보낸다. 그에게는 하루 해가 너무도 짧게만 느껴진다.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난 날, 그는 바다에서 갓 잡아 낸 붕장어를 숯불에 구워 막걸리와 함께 내놓았다. 기사 잘 써달라는 뇌물(?)이란다.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킨 그는 어린시절 발가벗고 갯벌에서 뛰놀던 추억을 들려줬다.
두 번째 만난 날, 소형선박을 타고 인주면의 황금어장을 돌며 어민들의 삶터를 보여줬다. 이날은 이름모를 각종 철새와 어부들이 한데 어우러져 앞 다퉈 먹이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 번째 만난 날, 그는 소금기를 머금고 자라며 일년에 일곱 번 색깔이 바뀐다는 칠면초 군락을 보여줬다. 이날 기자는 말로만 듣던 멸종위기의 모새달을 관찰했고, 갯길경과 퉁퉁마디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네 번째 만나던 날 그는 기자를 데리고 황바리 또는 도둑게로 불리는 농게의 대규모 집단 서식처로 안내했다. 숨죽여 관찰하자 붉은 빛이 돌고, 집게발이 한쪽은 크고 다른 한쪽은 작은 우스꽝스럽게 생긴 농게들이 하나 둘 모습을 보였다. 안테나처럼 생긴 눈을 세운채 무언가를 쉴새없이 집어먹는 신비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때 갑자기 그는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 갯벌로 들어갔다. 농게들이 일제히 사라지자 그는 땅 속 깊숙이 팔을 집어넣어 농게 한 마리를 잡아냈다. 그리고 손아귀에서 바둥대는 농게를 내밀며 말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놈들과 함께 여기서 살아 왔어요.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면적이라는 아산신도시 한 가운데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거대한 인공호수를 만든다죠? 자연이 준 선물인 바다와 갯벌은 매립하면서. 정말 웃기는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