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찬물...<광주일보> 7일자 3면.
광주일보
광주지역에서도 신종플루에 감염된 누적 환자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지난 주 휴업조치 된 학교도 유치원 1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2곳 등 총 4개 학교로 나타났다. 기존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발병한 학교에서 추가로 감염환자들이 발생하자 학교들은 신종플루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추가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일부 지역신문은 예산손실 타령을 하고 나섰다. 독자들이 의아해 할 만하다. 9일 <광주일보>가 내보낸 ''플루 불똥'에 예산손실 눈덩이'란 제목의 기사가 대표적인 예다.
"올 하반기 예정된 국제 이벤트와 축제 등이 일제히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광주시·전남도는 물론 각 자치단체에서는 행사에 따라 수억∼수십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는 기사는 "이들 지자체는 예산 손실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이미 집행된 홍보비나 공연기획사 지급비, 건조물 등의 제작비 등은 어쩔 수 없이 손실로 처리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어 "광주시가 330억 원의 예산을 들인 '2009광주세계광엑스포'의 경우 신종플루가 잠잠해지면 내년 봄이나 늦어도 가을 다시 개최될 예정이지만, 이미 수십억 원이 홍보비나 콘텐츠 제작비, 섭외비용 등으로 지출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이어 앞선 지난 7일에도 1면 '신종플루 과잉공포 부작용'과 3면 '잇단 행사 취소에 경기회복 찬물'의 기사에서 "가을 축제와 수학여행 특수를 기대했던 관광·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는 등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걱정했다.
<전남일보>도 지난 4일 '광주ㆍ전남 신종플루 직격탄/ 대형행사 줄줄이 취소'의 기사에서 "신종플루 확산으로 광주ㆍ전남지역에서 열릴 예정인 국제행사와 축제가 취소ㆍ축소ㆍ연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구·경북] "신종플루 따른 축제 개최 여부 지자체에 맡겨야"해마다 봉화 송이축제를 비롯해 울진 금강송이, 청송 사과, 문경 오미자, 안동국제탈춤, 영천 한약, 군위 삼국유사문화축전 등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그런데 올해는 일부 행사가 축소되거나 연기됐다. 그래서 그런지 아쉬움이 크다.
<매일신문>이 9일 사설에서 정부를 향해 쏘아 붙였다. '신종플루 따른 축제 개최 여부 지자체에 맡겨야'란 제목에서다. "신종플루 확산으로 각종 축제 행사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사설은 "지역에서는 울진 금강송이축제, 백암온천축제가 취소됐고 신라문화제는 대폭 축소됐다. 우리나라 대표 축제인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과 영천 한약축제는 아직 개최 여부를 확정짓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더니 "축제 개최 여부는 정부가 강압하는 것보다 지자체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나름대로 축제를 취소하기 힘든 특별한 사정이나 불가피성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여 놓고 미안했던지 "다만 행사 개최 못잖은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도 이 신문은 '올가을 지자체 축제 구경도 못하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각 지자체가 주최하는 가을철 축제와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가 이달 3일 전국 지자체에 "연인원 1천 명 이상 참석하고 이틀 이상 계속되는 행사는 원칙적으로 취소하되 불가피한 경우 연기·축소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려 보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지적했다.
[부산·경남] "행안부 신종플루 지침이 오히려 지자체 혼란 가중"가을축제가 아니더라도 80억 원을 들여 지난 7월 개최하려다가 중단된 '월드콰이어챔피언쉽(WCC) 코리아 2009'에 대한 주민감사 청구운동이 일어나 시끄러운 곳이다. WCC는 미국·독일·덴마크 등 29개국에서 193개팀이 참가해 창원·마산·진주·김해에서 전반부(7월 8~11일)와 후반부(13~16일)로 나누어 각종 경연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합창단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신종 플루'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져 후반부 행사가 취소되면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런 와중에 행안부의 공문이 각 지자체에 내려져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경남일보>는 7일 '신종플루 앞 가을축제 혼란만 가중'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신종플루의 확산에 따른 각종 축제·행사 관련 운영지침을 각 지자체에 내렸지만 '원칙적 취소' '예외적 축소' 등 모호한 내용들이 많아 해당 지자체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고 지자체를 대변했다.
기사는 이어 "정부가 사실상 해당 자치단체장에게 결정권과 책임을 넘긴 상황에서 유·무형의 비용을 들여 관광객 유치에 집중해 온 지역 주민들은 신종플루 불똥이 가을축제 전체로 옮겨붙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행안부가 밝힌 취소·연기된 행사 중 경남지역은 아시아 바둑대회(연기), 거제시민의 날(취소) 등 2건이지만 실종플루로 세계합창대회를 중도 취소한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경남에서는 행안부의 신종플루 관련 축제·행사 지침이 오히려 지자체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행안부 지침 공문에 애매한 문구도 지적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이 기사는 "이번 지침에는 ▲원칙적 취소 ▲당분간 연기하는 방안 조속 강구 ▲목적에 맞게 축소 운영 등 변수가 많은 축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되지 못한 단어와 표현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부산일보>도 후유증을 우려했다. 7일 '가을축제 취소 '후유증 대혼란' 오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각종 행사와 축제 취소 시 지역경제에 막대한 타격은 물론 취소사실 홍보와 행사계약 해지 등 뒷수습 과정에서 상당한 마찰과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했다.
기사는 이어 "매년 축제기간에 연중 최대의 호황을 누려온 지역 숙박·음식업계와 중소상인들은 '프로야구장에는 거의 매일 한꺼번에 수만 명이 모이고 있지 않느냐'며 당국의 일방적인 축제 취소방침에 불만을 표시했다"며 상인들의 불만을 대신 전했다.
[대전·충청] "국제우주대회, 전국체육대회 앞두고 고민 되네"충청권 곳곳에서도 주요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진천군은 '제10회 생거진천 농다리축제', '제31회 생거진천 문화축제','제11회 생거진천 쌀축제','2009 생거진천 생활체육 전국배드민턴대회', '교육감기 초중학교 육상대회', '교육감기 초중학교 태권도대회','제2회 생거진천 평생학습한마당', '생거진천군민위안의 밤' 등 올해 하반기 예정된 8개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천안시도 11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천안웰빙식품엑스포2009' 행사 가운데 일부를 축소하거나 취소하기로 한데 이어 300명 이상 참가하는 행사는 취소와 축소를, 3일 이상 열리는 행사는 전면 취소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다.
서산시 역시 12일 열릴 예정이던 '제7회 서산시민 화합체육대회'를 시작으로 제6회 서산6년근 인삼축제(26일∼27일), 안견 문화제(10월 9일 ∼ 11일), 천수만 세계철새 기행전(10월 23일∼11월 22일), 간월도 바다음식축제(10월 31일∼11월 1일),서산시꽃 국화축제(11월 5일∼15일) 등을 모두 취소했다.
이와 관련, 지역언론들은 깊은 고민에 빠진 지자체를 위로하려는 듯 '부담', '책임', '딜레마'란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대전일보>는 지난 5일 '대전시, 신종플루 '깊어가는 고민''의 기사에서 "신종 인플루엔자(이하 신종 플루) 확산으로 다음 달 국제우주대회와 전국체육대회 등 대규모 국내·외 행사를 앞둔 대전시의 고민이 깊어졌다"고 전했다.
기사는 또 "국제우주대회나 전국체전은 시가 일방적으로 개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취소나 연기를 검토하지는 않는다"며 "전담 대책반 편성과 경기장과 숙소에 방역요원 배치, 손 소독기와 체온감지기 설치, 백신 확보 등 예방활동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한 시 관계자의 말을 요긴하게 사용했다.
<충청투데이>도 7일 '신종플루 우려 행사취소 속출', '신종플루 확산 우려 백제문화제 재검토'의 기사에서 "각 자치단체 하반기 행사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며 "특히 15년 만에 대전을 찾은 전국체육대회의 경우 해외동포 없이 치르는 안도 조심스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동양일보>는 '지자체 행사 취소·축소/ 신종플루 확산 우려 전국 64건… 공예비엔날레 강행'의 기사에서 "신종플루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에서도 각 지자체의 축제 및 시민행사 등의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하면서 "하지만 청주시는 '만남을 찾아서'를 주제로 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9월 23일~11월 1일)는 취소가 불가피하고 정부가 승인한 국제행사인 점을 감안해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민선 지방자치 이후 지역축제 급증한 이유는 뭘까?전국 각 지자체들이 왜 이처럼 축제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주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 것일까. 주민이 직접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선출하는 민선시대 이후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가 크게 증가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최근 10년 사이 50% 이상 지역축제가 늘어나자 행안부는 축제 통폐합 등을 통해 예산을 줄이는 지자체에 교부세를 더 주기로 하는 대책을 지난 3월 내놓기도 했다. 당시 전국 246개 지자체에서 개최되는 지역축제는 총 937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신설 시기가 불명확한 13개를 제외한 924개 중 2000년 이후 만들어진 축제가 485개로, 9년여 동안 52.5%가 증가했다. 전국의 지역축제는 1980년대 이전 58개에서 1989년 125개로 늘었다가 1999년에는 439개로 급증했다. 현재 개최되는 지역축제를 예산 규모별로 보면 1억 원 이하 51.4%, 1억~3억 원 25.3%, 3억~10억 원 19.1% 순이고, 10억 원을 넘는 대규모 축제도 4.2%나 된다.
지역축제가 이처럼 난립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재임기간 치적용으로 축제를 남발하기 때문이다. 지역축제의 50% 이상이 1995년 지방자치시대 개막 이후 탄생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물론 축제가 많은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차별성과 수익성에서 모두 성공한 지역축제도 더러 있다.
문제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없는 '붕어빵 축제'들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이름만 다를 뿐 가수초청 공연과 주민노래자랑 등 '그 밥에 그 나물'인 축제가 많다. 따라서 지역축제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들의 자발적인 축제 통폐합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그동안 숱하게 제기돼 왔다.
이와 함께 매년 축제에 대한 사후평가를 실시해 기준에 미달된 축제는 과감히 예산지원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축제의 옥석을 가리는 것이 '붕어빵 축제'를 없애는 지름길이다는 대안들도 나왔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과 따가운 비판은 지자체들에겐 쇠귀에 경 읽기나 다름없다. 특히 선출에 의한 민선 지방자치 시대 들어서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역축제와 지방선거, 그리고 지역언론 '삼각관계'내년에도 지방선거가 있다. 6월 실시될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와 상대 진영 후보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선심행정, 치적 내놓기 등을 봄 축제를 통해 마음 놓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가을 축제가 현직 단체장들에게는 자신의 그동안 치적을 포장해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분석이 가능해 진다.
지역축제 시즌만 되면 지역신문과 방송들은 누구보다 신난다. 기사거리 제공해 주어 좋고, 광고까지 입에 넣어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재채기 한방에 날릴 축제가 아니라는 투의 기사들이 눈에 띄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연임을 노리는 현직 단체장들이 재임기간 중 가장 신경 써야 할 시기다. 4년 농사를 이번에 잘 마무리하고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재선은 어림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혈세로 채워진 곳간에 눈독을 들이는 이들이 그래서 많다.
주민을 위해 쓰여 져야 할 재원들이 어디로 새 나가는지 곳간을 잘 감시하고 올바로 사용되도록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도 대부분 한 통속이다. 정치구조상 단체장과 한 식구(같은 당)나 다름없는 지방의원들도 내년 선거에서 주민들의 표를 얻으려면 좋은 게 좋다는 식이다. 물론 다른 당 소속 의원들이 있긴 하지만 워낙 소수여서 비판과 견제 기능이 무뎌지기 일쑤다.
그렇다면 이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지역언론들은 어떤가. 시끄럽고 혼탁할수록 먹잇감(기사, 광고 등)이 많다는 본디 습속 때문일까. 괴 바이러스가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순간에도 축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거나 단체장 이미지를 확대 포장하는 홍보기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축제기사와 함께 지면 하단 또는 인터넷 신문에 대롱대롱 붙어 있는 지자체 지역축제 광고가 바로 그들을 끊임 없이 유혹하는 미끼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