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기 한 번에 축제 망쳐? 우린 곤란해"

[지역언론 별곡 295] '신종플루 불똥'에 고민하는 지자체와 지역신문들 '속사정'

등록 2009.09.09 22:51수정 2009.09.0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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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 불똥'에 예산손실 눈덩이'
'지역 축제, 신종플루에 멍들고 있나'
'신종플루 따른 축제 개최 여부 지자체에 맡겨야'

불청객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청명한 가을을 얄밉게 헤집고 다닌다. 신종플루 확진 환자가 6천 명을 넘어서면서 신종플루에 대한 두려움이 불안을 넘어 패닉상태에 접어들었다. 집단 감염 우려가 있는 학교, 군부대 등 각 지역의 집단시설들이 대책 없이 비상에 걸렸다. 그 와중에 유명 관광지는 관광객이 급감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들의 고민은 더 깊다. 애써 준비해 온 가을축제 훼방꾼 탓에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이제 9개월여 남겨두고 있다. 그동안 갈고 닦아 온 이벤트를 사실상 마지막으로 한껏 선보일 요량이었지만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재선을 노리는 지자체장들에겐 정말 얄미운 불청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정부가 전국 지자체에 1000명 이상이 참석하는 행사는 가급적 취소하고 불가피한 경우 행사를 연기 또는 축소할 것을 당부하는 긴급 공문을 보낸 이후 지자체장들의 눈치전은 치열하기만 하다. 일부 지역은 신종플루 확산을 막기 위해 축제와 국제행사 등을 취소, 연기, 혹은 축소한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들은 선뜻 취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예 듣는 척도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정부의 공문 내용은 권고사항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라고 해석하는가 하면, 축제나 행사 개최 여부는 지자체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곳도 눈에 띈다. 올해 행사를 기해 대표 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해 공을 들인 지자체들은 그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지역축제·행사 잇달아 전격 취소했다?"

그럼에도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지침 하달 이후 "신종 인플루엔자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9월 들어 유행수준이 증가하여 10~11월 중에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각 지자체에서 그간 애써 준비해 온 축제와 시민체육행사 등을 잇달아 전격 취소하고 있다"고 언론에 흘리고 있다. 


과연 그럴까. 행안부가 지난 4일 내놓은 자료만 봐도 알 수 있다. 전국 지자체 500명 이상 규모의 각종 행사 총 777건 중에서 취소 42건(5.4%), 연기된 행사 14건(1.8%), 축소하여 개최하겠다는 행사 8건(1%) 등 총 64건으로 전체 행사 대비 그 비율은 8.2%에 그쳤다. 

연기 또는 취소된 행사는 경기도가 13건으로 가장 많고 충남이 11건으로 뒤를 이었으나 강원과 호남지역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 물론 그 이후에 축소 또는 연기한 행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건 정부와 지자체뿐만이 아니다. 일부 지역언론들도 엉거주춤한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어떤 날은 신종플루 감염 환자가 늘었다며 행사를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경제기사나 사설 등에서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은근히 축제를 부추기는 모습도 눈에 띈다.

가을축제가 진행되는 9월과 10월은 1년 광고농사 중 매우 중요한 수확기다. 그런데 신종플루 때문에 호기를 놓칠 수 없다는 듯, 축제를 치르지 못할까봐 안절부절 하고 있는 지자체보다 더욱 불안해하는 모습을 지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축제가 시작되면 관련 기사들과 함께 나란히 게재되던 축제광고를 신종플루가 빼앗아간 때문이다.         

<한국언론재단>이 운영하는 카인즈(KINDS) 검색기능을 통해 분석한 결과, 신종플루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8월 15일부터 9월 8일까지 25일간 전국 25개 지역 일간지들이 보도한 기사의 제목과 본문 중 '지역축제' 검색어로 입력된 기사는 모두 993건.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1080건에 비해 97건 감소한 수치다.    

지역신문들의 최근 지역축제 기사들 가운데는 축제가 신종플루로 인해 축소되거나 폐지됐다는 기사들이 많았지만 축제를 홍보하는 기사들도 보였다. 일부는 축제가 축소 또는 연기, 폐지된 데 대한 불만 섞인 반응과 더불어 그 책임을 정부에서 보낸 공문 탓으로 돌리는 곳도 있다.   

[강원] "축제 막는 신종플루... 지역경제 직격탄"

지역경제 직격탄? <강원일보>가 5일 내보낸 신종플루 관련 기사.
지역경제 직격탄?<강원일보>가 5일 내보낸 신종플루 관련 기사. 강원일보
군부대가 많은 강원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신종플루 공포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다. 지난 7일 현재 신종플루 확진 환자는 모두 315명으로 이 가운데 49.8%인 157명이 군인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학생들의 감염 속도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역언론들은 이 같은 상황을 연일 속보로 보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역경제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 온 가을축제'라며 축소 또는 폐지를 아쉬워하는 기사들도 더러 눈에 띈다.   

<강원일보>의 지난 5일 두 꼭지 일반기사와 사설은 어리둥절하게 했다. '신종플루 불구 중국인 관광객 급증'과 '신종플루… 지역경제 직격탄'이란 두 제목의 기사는 대조적인 상황을 전달했으나 사설은 지역축제에 대한 강한 애착을 버리지 못했다. 

신문은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요인에 대해 "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관광대세일즈, 상품개발 팸투어 등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해 왔다"며 "고품격 한류웰빙체험상품, 한중 청소년 교류 페스티벌 등 차별화된 관광상품 출시도 모객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종플루… 지역경제 직격탄'이란 제목의 기사는 지역경기 침체를 크게 우려했다. 기사는 "오는 25일부터 예정된 양양송이축제(2008년 참가객 40만 명)위원회는 행사에 이미 200명 이상의 일본인 관광객의 참가예약이 돼 있는 등 행사 취소가 어려운 형편이지만 정부의 지침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며 "지난해 8대 지역우수축제의 참가객 규모는 총 260만 명 이상이며 이들 행사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 파급효과만도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 덧붙인 시·군 관계자의 말은 압권이다. "축제에 의한 대인 접촉은 각종 회의, 일상생활 등 전국적 인구활동 규모에서 일부분"이라며 "축제를 막는 것이 신종플루 확산 차단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고, 이로 인해 이제 막 살아나려는 지역경기 침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 신문의 이날 사설 '지역 축제, 신종플루에 멍들고 있나'는 지역 축제 입장에서 참으로 난감한 입장을 전달했다. 사설은 "1년 전부터 준비해 온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예산이 이미 집행된 상태다"며 "평창군은 행안부 지시를 받은 다음날 효석문화제가 예정대로 개막되는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강원도민일보>는 9일 '신종플루 쓰나미 지역축제 초토화'란 제목의 기사에서 "행안부가 신종플루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연인원 1000명 이상 참가하고 이틀 이상 계속되는 행사는 원칙적으로 취소하라'는 공문을 시달하자 도내 자치단체들의 축제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피해 규모를 적시했다. 

"취소되거나 무기 연기된 축제와 행사 가운데는 춘천 국제연극제, 정선 아리랑제, 철원 태봉제 등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들이 대거 포함돼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대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허공에 날리게 됐다."

기사는 이어 "이 때문에 축제 개최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음식점을 비롯해 숙박업소, 인쇄·광고·행사기획사 등 실물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제주] "상승세 제주관광 발목 잡는 신종플루... '어떡해'"

제주관광 발목... <제주일보>가 보도한 신종플루가 지역관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기사.
제주관광 발목...<제주일보>가 보도한 신종플루가 지역관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기사.제주일보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여행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 제주. 그래서 더욱 지역축제와 국제행사 축소 또는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가뜩이나 최근 제주로 수학여행을 온 학생 9명이 신종플루 의심환자로 판명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그래서 지자체와 지역언론들이 한 목소리로 아쉬움과 걱정을 나누고 있다.

<제주일보>는 8일 '상승세 제주관광 신종플루 발목 잡히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제주관광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신종플루 국내 확산'이 예기치 않은 복병으로 떠오르면서 제주도가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으로 월별 관광객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관광객 600만 명 유치 목표 달성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는 기사는 "하지만 국내에서도 신종플루 지역사회 확산이 진전되고 있는데다 예정됐던 도내 관광 관련 행사.축제 등이 잇따라 축소·취소되면서 국내 관광시장 및 도내 관광업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우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이날 이와는 대조적인 기사를 실어 시선을 끌었다. '한국지방자치 지역축제부문 대상 수상'이란 제목의 기사는 "제주시가 '2009 한국지방자치만족대상' 지역축제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며 반겼다. 서울의 한 경제신문사가 주최한 행사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하루 전에도 <제주일보>는 '천혜의 섬 제주 '자연-인간-예술 용광로' 변모'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5일 한라산 백록담에서 델픽 성수(聖水)가 채수됐다"며 "백록담수는 7, 8일 이틀간 도내 전역을 순회, 델픽 성공의지를 도민사회에 전파한다"고 전하면서 행사 분위기를 이렇게 띄웠다. 

"제주델픽은 '자연과 더불어(Tuning into Nature)'란 주제아래 세계 약 50개국 1500명 예술인이 참여, 예술경연과 축제를 통해 일대 화합의 장을 펼친다. 참여국과 인원이 1회 27개국 900여 명, 2회 21개국 400여 명을 크게 웃돌고 참가국이 세계적으로 고른 점도 특징이다."

<한라일보>는 이보다 앞선 지난 5일 '신종플루로 축제·행사 속속 축소'의 기사에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신종 인플루엔자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 예방과 축제취소 등의 정부 지침에 따라 오는 10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열릴 예정이던 탐라문화제를 10~11일 이틀간으로 축소 개최키로 했다"며 "그렇지만 오는 9일부터 7일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 등 국제행사는 예정대로 개최된다"고 밝혔다.

신문은 그러나 "행안부는 신종플루로 연기된 지자체 행사와 관련 '제주에서는 WBC 제주세계총회와 국제지구력승마대회, 국제게이트볼대회 등이 연기됐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의 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전북] "소리축제·서예비엔날레 예정대로?"

신종플루 확진자가 100여 명을 넘어서면서 날로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는 전북지역도 14개 시·군에서 열릴 각종 축제와 크고 작은 행사들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지역언론들은 "오는 19일 전주에서 열리는 서예 비엔날레와 23일에 개막하는 세계소리축제의 경우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대규모 축제로 국내외에서 18만~26만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며 "또 14개 시군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와 행사도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더니 시간이 갈수록 원망의 눈초리는 행안부로 돌려지기 시작했다. <전북일보>는 7일 '행안부 행사취소 지침 '신종플루 발뺌용?''이런 제목의 기사에서 "9월과 10월 대규모 축제와 크고작은 행사를 앞두고 신종플루 확산이 우려됨에 따라 행정안전부가 자치단체에 행사축소나 취소 지침을 시달했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어서 도내 시군마다 축제·행사 개최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고 밝혔다.

기사는 이어 "특히 행정안전부는 각종 행사개최로 인한 신종플루 확산시 재정적인 패널티와 함께 관계 공무원에 대해서는 강력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책임전가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며 "자치단체들은 예정된 행사를 취소할 경우 행사진행을 맡은 민간업체와의 계약 문제 등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기사는 또 "행사 대부분이 민간업체와 계약되어 있다보니 취소 지연 등의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북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광주·전남] "신종플루 과잉공포 부작용... 경기회복 찬물"

경기회복 찬물... <광주일보> 7일자 3면.
경기회복 찬물...<광주일보> 7일자 3면.광주일보

광주지역에서도 신종플루에 감염된 누적 환자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지난 주 휴업조치 된 학교도 유치원 1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2곳 등 총 4개 학교로 나타났다. 기존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발병한 학교에서 추가로 감염환자들이 발생하자 학교들은 신종플루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추가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일부 지역신문은 예산손실 타령을 하고 나섰다. 독자들이 의아해 할 만하다. 9일 <광주일보>가 내보낸 ''플루 불똥'에 예산손실 눈덩이'란 제목의 기사가 대표적인 예다.

"올 하반기 예정된 국제 이벤트와 축제 등이 일제히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광주시·전남도는 물론 각 자치단체에서는 행사에 따라 수억∼수십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는 기사는 "이들 지자체는 예산 손실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이미 집행된 홍보비나 공연기획사 지급비, 건조물 등의 제작비 등은 어쩔 수 없이 손실로 처리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어 "광주시가 330억 원의 예산을 들인 '2009광주세계광엑스포'의 경우 신종플루가 잠잠해지면 내년 봄이나 늦어도 가을 다시 개최될 예정이지만, 이미 수십억 원이 홍보비나 콘텐츠 제작비, 섭외비용 등으로 지출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이어 앞선 지난 7일에도 1면 '신종플루 과잉공포 부작용'과 3면 '잇단 행사 취소에 경기회복 찬물'의 기사에서 "가을 축제와 수학여행 특수를 기대했던 관광·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는 등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걱정했다.

<전남일보>도 지난 4일 '광주ㆍ전남 신종플루 직격탄/ 대형행사 줄줄이 취소'의 기사에서 "신종플루 확산으로 광주ㆍ전남지역에서 열릴 예정인 국제행사와 축제가 취소ㆍ축소ㆍ연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구·경북] "신종플루 따른 축제 개최 여부 지자체에 맡겨야"

해마다 봉화 송이축제를 비롯해 울진 금강송이, 청송 사과, 문경 오미자, 안동국제탈춤, 영천 한약, 군위 삼국유사문화축전 등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그런데 올해는 일부 행사가 축소되거나 연기됐다. 그래서 그런지 아쉬움이 크다. 

<매일신문>이 9일 사설에서 정부를 향해 쏘아 붙였다. '신종플루 따른 축제 개최 여부 지자체에 맡겨야'란 제목에서다. "신종플루 확산으로 각종 축제 행사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사설은 "지역에서는 울진 금강송이축제, 백암온천축제가 취소됐고 신라문화제는 대폭 축소됐다. 우리나라 대표 축제인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과 영천 한약축제는 아직 개최 여부를 확정짓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더니 "축제 개최 여부는 정부가 강압하는 것보다 지자체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나름대로 축제를 취소하기 힘든 특별한 사정이나 불가피성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여 놓고 미안했던지 "다만 행사 개최 못잖은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도 이 신문은 '올가을 지자체 축제 구경도 못하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각 지자체가 주최하는 가을철 축제와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가 이달 3일 전국 지자체에 "연인원 1천 명 이상 참석하고 이틀 이상 계속되는 행사는 원칙적으로 취소하되 불가피한 경우 연기·축소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려 보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지적했다.

[부산·경남] "행안부 신종플루 지침이 오히려 지자체 혼란 가중"

가을축제가 아니더라도 80억 원을 들여 지난 7월 개최하려다가 중단된 '월드콰이어챔피언쉽(WCC) 코리아 2009'에 대한 주민감사 청구운동이 일어나 시끄러운 곳이다.  WCC는 미국·독일·덴마크 등 29개국에서 193개팀이 참가해 창원·마산·진주·김해에서 전반부(7월 8~11일)와 후반부(13~16일)로 나누어 각종 경연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합창단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신종 플루'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져 후반부 행사가 취소되면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런 와중에 행안부의 공문이 각 지자체에 내려져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경남일보>는 7일 '신종플루 앞 가을축제 혼란만 가중'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가 신종플루의 확산에 따른 각종 축제·행사 관련 운영지침을 각 지자체에 내렸지만 '원칙적 취소' '예외적 축소' 등 모호한 내용들이 많아 해당 지자체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고 지자체를 대변했다.

기사는 이어 "정부가 사실상 해당 자치단체장에게 결정권과 책임을 넘긴 상황에서 유·무형의 비용을 들여 관광객 유치에 집중해 온 지역 주민들은 신종플루 불똥이 가을축제 전체로 옮겨붙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행안부가 밝힌 취소·연기된 행사 중 경남지역은 아시아 바둑대회(연기), 거제시민의 날(취소) 등 2건이지만 실종플루로 세계합창대회를 중도 취소한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경남에서는 행안부의 신종플루 관련 축제·행사 지침이 오히려 지자체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행안부 지침 공문에 애매한 문구도 지적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이 기사는 "이번 지침에는 ▲원칙적 취소 ▲당분간 연기하는 방안 조속 강구 ▲목적에 맞게 축소 운영 등 변수가 많은 축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되지 못한 단어와 표현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부산일보>도 후유증을 우려했다. 7일 '가을축제 취소 '후유증 대혼란' 오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각종 행사와 축제 취소 시 지역경제에 막대한 타격은 물론 취소사실 홍보와 행사계약 해지 등 뒷수습 과정에서 상당한 마찰과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했다.

기사는 이어 "매년 축제기간에 연중 최대의 호황을 누려온 지역 숙박·음식업계와 중소상인들은 '프로야구장에는 거의 매일 한꺼번에 수만 명이 모이고 있지 않느냐'며 당국의 일방적인 축제 취소방침에 불만을 표시했다"며 상인들의 불만을 대신 전했다.

[대전·충청] "국제우주대회, 전국체육대회 앞두고 고민 되네"

충청권 곳곳에서도 주요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진천군은 '제10회 생거진천 농다리축제', '제31회 생거진천 문화축제','제11회 생거진천 쌀축제','2009 생거진천 생활체육 전국배드민턴대회', '교육감기 초중학교 육상대회', '교육감기 초중학교 태권도대회','제2회 생거진천 평생학습한마당', '생거진천군민위안의 밤' 등 올해 하반기 예정된 8개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천안시도 11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천안웰빙식품엑스포2009' 행사 가운데 일부를 축소하거나 취소하기로 한데 이어 300명 이상 참가하는 행사는 취소와 축소를, 3일 이상 열리는 행사는 전면 취소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다.

서산시 역시 12일 열릴 예정이던 '제7회 서산시민 화합체육대회'를 시작으로 제6회 서산6년근 인삼축제(26일∼27일), 안견 문화제(10월 9일 ∼ 11일), 천수만 세계철새 기행전(10월 23일∼11월 22일), 간월도 바다음식축제(10월 31일∼11월 1일),서산시꽃 국화축제(11월 5일∼15일) 등을 모두 취소했다.

이와 관련, 지역언론들은 깊은 고민에 빠진 지자체를 위로하려는 듯 '부담', '책임', '딜레마'란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대전일보>는 지난 5일 '대전시, 신종플루 '깊어가는 고민''의 기사에서 "신종 인플루엔자(이하 신종 플루) 확산으로 다음 달 국제우주대회와 전국체육대회 등 대규모 국내·외 행사를 앞둔 대전시의 고민이 깊어졌다"고 전했다.

기사는 또 "국제우주대회나 전국체전은 시가 일방적으로 개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취소나 연기를 검토하지는 않는다"며 "전담 대책반 편성과 경기장과 숙소에 방역요원 배치, 손 소독기와 체온감지기 설치, 백신 확보 등 예방활동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한 시 관계자의 말을 요긴하게 사용했다. 

<충청투데이>도 7일 '신종플루 우려 행사취소 속출', '신종플루 확산 우려 백제문화제 재검토'의 기사에서 "각 자치단체 하반기 행사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며 "특히 15년 만에 대전을 찾은 전국체육대회의 경우 해외동포 없이 치르는 안도 조심스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동양일보>는 '지자체 행사 취소·축소/ 신종플루 확산 우려 전국 64건… 공예비엔날레 강행'의 기사에서 "신종플루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에서도 각 지자체의 축제 및 시민행사 등의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하면서 "하지만 청주시는 '만남을 찾아서'를 주제로 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9월 23일~11월 1일)는 취소가 불가피하고 정부가 승인한 국제행사인 점을 감안해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민선 지방자치 이후 지역축제 급증한 이유는 뭘까?

전국 각 지자체들이 왜 이처럼 축제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주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 것일까. 주민이 직접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선출하는 민선시대 이후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가 크게 증가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최근 10년 사이 50% 이상 지역축제가 늘어나자 행안부는 축제 통폐합 등을 통해 예산을 줄이는 지자체에 교부세를 더 주기로 하는 대책을 지난 3월 내놓기도 했다. 당시 전국 246개 지자체에서 개최되는 지역축제는 총 937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신설 시기가 불명확한 13개를 제외한 924개 중 2000년 이후 만들어진 축제가 485개로, 9년여 동안 52.5%가 증가했다. 전국의 지역축제는 1980년대 이전 58개에서 1989년 125개로 늘었다가 1999년에는 439개로 급증했다. 현재 개최되는 지역축제를 예산 규모별로 보면 1억 원 이하 51.4%, 1억~3억 원 25.3%, 3억~10억 원 19.1% 순이고, 10억 원을 넘는 대규모 축제도 4.2%나 된다.

지역축제가 이처럼 난립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재임기간 치적용으로 축제를 남발하기 때문이다. 지역축제의 50% 이상이 1995년 지방자치시대 개막 이후 탄생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물론 축제가 많은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차별성과 수익성에서 모두 성공한 지역축제도 더러 있다.

문제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없는 '붕어빵 축제'들이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이름만 다를 뿐 가수초청 공연과 주민노래자랑 등 '그 밥에 그 나물'인 축제가 많다. 따라서 지역축제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들의 자발적인 축제 통폐합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그동안 숱하게 제기돼 왔다.

이와 함께 매년 축제에 대한 사후평가를 실시해 기준에 미달된 축제는 과감히 예산지원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축제의 옥석을 가리는 것이 '붕어빵 축제'를 없애는 지름길이다는 대안들도 나왔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과 따가운 비판은 지자체들에겐 쇠귀에 경 읽기나 다름없다. 특히 선출에 의한 민선 지방자치 시대 들어서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역축제와 지방선거, 그리고 지역언론 '삼각관계'

내년에도 지방선거가 있다. 6월 실시될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와 상대 진영 후보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선심행정, 치적 내놓기 등을 봄 축제를 통해 마음 놓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가을 축제가 현직 단체장들에게는 자신의 그동안 치적을 포장해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분석이 가능해 진다.  

지역축제 시즌만 되면 지역신문과 방송들은 누구보다 신난다. 기사거리 제공해 주어 좋고, 광고까지 입에 넣어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재채기 한방에 날릴 축제가 아니라는 투의 기사들이 눈에 띄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연임을 노리는 현직 단체장들이 재임기간 중 가장 신경 써야 할 시기다. 4년 농사를 이번에 잘 마무리하고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재선은 어림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혈세로 채워진 곳간에 눈독을 들이는 이들이 그래서 많다.

주민을 위해 쓰여 져야 할 재원들이 어디로 새 나가는지 곳간을 잘 감시하고 올바로 사용되도록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도 대부분 한 통속이다. 정치구조상 단체장과 한 식구(같은 당)나 다름없는 지방의원들도 내년 선거에서 주민들의 표를 얻으려면 좋은 게 좋다는 식이다. 물론 다른 당 소속 의원들이 있긴 하지만 워낙 소수여서 비판과 견제 기능이 무뎌지기 일쑤다.

그렇다면 이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지역언론들은 어떤가. 시끄럽고 혼탁할수록 먹잇감(기사, 광고 등)이 많다는 본디 습속 때문일까. 괴 바이러스가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순간에도 축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거나 단체장 이미지를 확대 포장하는 홍보기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축제기사와 함께 지면 하단 또는 인터넷 신문에 대롱대롱 붙어 있는 지자체 지역축제 광고가 바로 그들을 끊임 없이 유혹하는 미끼다.
#지역축제 #신종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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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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