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난 7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를 강행한 언론법 권한쟁의 심판사건의 첫 공개변론이 열린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유성호
"이번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위한 재판이다."
언론법 권한쟁의 청구사건의 첫 번째 공개변론을 마친 야당측 변호인 입에서 터진 말이다. 이번 재판은 여당을 위한 것도 야당을 위한 것도 아니라는 그는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세워주기 위한 재판"이라고 단정했다.
지난 7월 22일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재투표, 대리투표 의혹을 낳으며 강행 처리한 언론법에 대해 민주당이 권한쟁의 청구를 제기하면서 끝내 의원직 사퇴, 장외투쟁 등 극한 대립을 보여온 이 사건의 최대 수혜자가 헌법재판소라는 주장인 셈. 그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가을햇볕이 작렬하는 10일 서울 안국동 헌법재판소는 국회를 옮겨다 놓은 것처럼 정치인들이 북적였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은 이번 공개변론을 방청하기 위해 출동했고, 여당측 의원들도 질세라 이번 재판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정작 헌법학자들은 이 같은 정치권에 쓴 소리를 퍼부었다. 입법부가 사법적 판단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게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 "정치의 대혼란이냐, 비판의 십자포화냐"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국회 자율권을 존중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가 유효판결을 내리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5년 사학법 개정반대 정국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중대한 하자가 아닌 경우에는 국회 자율권을 존중하되,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다면 개입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를 세운 바 있다고 회상했다.
이번 언론법 권한쟁의 사건도 '중대한 하자'인가 '중대하지 않은 하자'인가 여부를 놓고 다툴 가능성이 있다는 게다. 유효판결을 하기 위한 논리를 세운다면 '권력의 3권 분립에 따라 국회의 일은 자율적 결정에 맡긴다' 정도가 되겠지만 이 역시 너무 과거논리라 헌법재판소로서는 이걸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았다.
이 교수는 1969년 미국 대법원 판결을 예로 들면서 "만일 헌법재판소가 언론법 권한쟁의 청구사건을 유효로 본다면 40년 전 미국 판결보다 못한 결론을 내린 꼴이 되는 것"이라며 "판결논리는 궁색할 것이고 권위는 상당히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69년 Powell v. McCormack 사건에서 미국 대법원은 의회의 의사 결정을 사법부가 심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해왔던 종래의 입장을 번복해 헌법을 위반한 하원의 결정을 무효로 판결했다는 것.
이 교수는 "민주주의는 절차적 정의를 위한 투쟁이었다"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에서의 기본권도 절차적 정의에 관한 것이고 절차적 정의가 보장되지 않은 사회는 민주적 사회라고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사건에 대해 무효로 결정하면 이명박정부가 추진하는 방송장악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사회적 파란이 상당히 불 것이고, 반대로 유효로 결정하면 법리적 판단을 한 게 아니라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비판의 십자포화를 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대혼란이냐, 비판의 십자포화냐 양 갈래의 길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라고 보았다. 정치권에서 넘어오지 말아야 할 숙제가 헌법재판소로 넘어와 애꿎게 고된 숙제를 하고 있지만, 이 역시 헌법재판소가 헤쳐가야 할 고비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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