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
청와대 제공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남대문시장 방문 때 운집했던 인파가 동원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현장에 있던 시장 상인들이 "당시 시장에 모인 인파가 2천여 명이란 것은 과장이지만 동원된 인파는 아니었다"며 "언론에서 사람 수를 과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송재영 119민생희망운동본부장은 16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인터뷰에서 "오전 10시는 남대문 시장에 사람이 가장 없을 때"라며 "주부들이 아침 10시에 2000명 모인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이러한 주장의 진위를 살피기 위해 이날 오전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당시 '대통령 행차'를 목격한 상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 대통령이 상품을 구입한 '꿀타래' 매장의 사장 유대희씨는 "대통령이 온 시간은 대략 11시 30분을 넘겨 점심 때쯤"이라며 "당시 대통령을 보려고 골목 전체를 꽉 메울 정도의 사람이 모였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어 "500~600명은 족히 넘었을 것"이라며 "평상시 점심 때쯤 그 정도의 사람이 남대문 시장에 있다"고 덧붙였다.
'꿀타래' 맞은편에 위치한 장안상사의 배종민씨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할 수 없지만 500~600명 이상은 됐다"며 "당시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고 주변의 상인들도 나와 대통령을 봤다"고 말했다. 배씨는 "새마을금고 골목 즈음에 대통령이 서 있었다면 반대편 골목 끝까지 사람들이 다 찼다"며 "대통령을 수행하는 인원까지 뒤섞여 매우 혼잡했다"고 덧붙였다.
배씨와 함께 일하는 A씨는 "가게 안까지 사람들이 들어올 정도였다"며 "사람들이 대통령을 보기 위해 모여들어 장사가 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또 "내가 듣기론 남대문시장 곳곳에 있던 수행원 수도 상당했다"며 "그날 모인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는 않고 대통령을 쫓아다닌 것은 맞지만 동원된 인원으로 보이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상인들 "외국인 관광객 포함 500~600명 정도" 중앙인삼의 석건우씨도 "500명 정도가 대통령을 보기 위해 모였지만 주로 장을 보러 왔거나 일본인으로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석씨는 "당시 이쪽 골목이 도로 정비공사 중이었는데도 사람이 많이 모여들었다"며 "다들 대통령이 왔다는 소문을 듣고 이쪽으로 몰려든 모양"이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인근 '부르뎅아동복' 건물 화장품 매장을 운영 중인 B씨도 "그날 업무가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마비상태였다"며 "사람들이 대통령이 새마을금고로 들어간 뒤에도 계속 남아 기다리면서 사람 수가 점점 늘어났다"고 말했다. B씨 역시 "주로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었다"며 동원 의혹을 부인했다.
수건을 취급하는 C씨는 "2천 명은 좀 과장된 숫자다"며 "언론에서 너무 과장되게 사람 수를 센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미국 쇠고기 파동 때보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 오르지 않았느냐"며 "당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날의 매출 규모는 운집 인파와 별반 상관이 없었다고 한다.
여성용 핸드백 등을 판매하는 이 아무개씨는 "당시 모인 사람들은 대통령을 보려고 이 골목으로 온 것이지 물건을 사러 온 것이 아니었다"며 "그날 한나절은 사람들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는 탓에 오히려 물건 구경하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고 불평했다.
이씨는 또 "남대문시장이 요새 장사가 너무 안 되니 그날 모인 사람 수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양"이라며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사실이다, 신종플루 때문에 남대문시장을 찾던 일본인 관광객 수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화장실 깔개 등을 노상에서 파는 박영신씨는 "그날 대통령이 온다고 해서 이 골목 노점상 몇 명만 남기고 나머지 대다수는 그날 장사를 못했다"며 "대통령이 있는 그대로를 봐야 서민생활을 알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