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탄풍 공모 수상작 '거미줄에 걸린 자전거'. 이삿짐 나르는 차량 뒤에 꽁꽁 묶여있는 자전거가 마치 거미줄에 걸려있는 듯 하다.
이대암
멋진 '자탄풍' 사진들이 참 많았음에도 저의 '거미줄에 걸린 자전거'를 당선작으로 뽑아주셔서 참 감사드립니다(☞
자탄풍 당선작 보기). 많이 추천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신 독자 여러분 덕입니다. 아무쪼록 이 사진을 보신 분들께서는 훗날 이사 가실 때 실을 공간이 없다고 자전거와 생이별하는 일은 없게 되시길 바랍니다. :)
자떨풍→ 자탄풍→ 자거풍... 즐거운 자전거 인생그리고 '자탄풍' 공모 당선도 기쁘지만, 제가 자전거와 좋은 연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정말 기분 좋답니다. NY님께서 올리셨던 '자떨풍'(자전거에서 떨어지는 풍경) 사진을 기억하시나요? 20대 건장한 청년남인 저도 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떨풍'이었습니다. 전 어릴 때 자전거를 못 배웠거든요. 솔직히 자전거를 못 탄다는 사실은 큰 부끄러움으로 다가왔었지요.
여자분들이 "어머, 저 자전거 못 타요"라고 말하면 흉이 안 되고 도리어 매력이 되기도 하지만 청년 남성이 자전거를 못 탄다고 말하면 대개가 아주 한심하단 표정을 짓습니다. 기묘하고도 무서운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전거가 '의무교육'도 아니었는데 자전거를 못 탄다는 걸 그렇게 큰 '결격사유'로 여긴다는 것이, 그리고 그 잣대가 남녀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이요. 물론 그런 편견에는 신체장애 등으로 자전거를 탈 수 없는 분들은 애당초 제외되어 있고요.
어쨌든 악순환이었습니다. 20대 청년남이 자전거를 못 탄다는 건 '쪽 팔리는' 일이었기에 어디 가서 연습하기도 참 어려웠거든요. 남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닐지 몰라도 저에겐 정말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답니다. 타인의 편견어린 시선과 내 안의 소심함을 이겨내야만 하는 엄청난 과제였습니다. 결국 전 용기를 북돋아주며 코치해준 친구 덕에 몇 달 전부터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답니다. 자전거 타기가 좀 익숙해지자 서울에서 두물머리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오기까지 했지요.
'자탄풍' 공모에 함께 즐겁게 참여했던 많은 분들께서 앞서 제가 성토한 '편견'에 대해서 잠깐이라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가볍게 여기고 지나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큰 짐과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 그리고 이와 더불어 자전거를 못 타는데 배우고 싶은 분들 하지만 주변의 내리까는 시선과 본인의 용기 부족으로 망설이시는 분들, 응원을 보내겠습니다. 한걸음 더 내딛으시길. 막상 부딪히고 보니, 부딪히기 전의 상상보다 훨씬 쉬운 일이었답니다.
'자떨풍'에서 시작해 비틀비틀 제법 '자탄풍' 흉내를 내더니, 이제는 아예 '자거풍'(자전거가 거미줄에 걸린 풍경)으로 큰 기쁨을 선물 받았네요. 요즘 자전거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 참 큽니다. 평소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사고 나지 마시고요, 크고 작은 즐거움 얻으시길 바랍니다. 자전거와 함께 같이 즐겁고 건강하고, 초록별 지구도 지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