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7일에 "동아시아 4개 도시박물관의 최근 동향과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한중일 국제 심포지엄이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 열렸다.
4개의 참여 박물관들은 일본 동경의 에도도쿄박물관과 중국의 심양고궁박물관, 북경수도박물관과 서울역사박물관이었다. 발표내용들은 크게 정책, 관람서비스, 수집과 연구였다. 세부내용들을 보면, 최근의 4개의 박물관에서 현안으로 생각하는 문제점들과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것, 발전방향에 대한 과제를 제시하거나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올해 8회째인 이번 심포지엄은 현재의 동향파악과 아울러 발전뱡향을 논의하였다는 점에서 박물관에서 부단히 문제를 지적하고 발전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하겠다. 하지만 박물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였다기 보다는 박물관 운영에 대한 실무자들의 논의 수준에 머문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따라서 박물관의 존재의미와 박물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도시와 박물관간의 관계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동체이다. 도시는 사람들의 일상의 삶의 터전이다. 도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관계를 가지며 살아가는 일상이 있다. 도시사람들은 도시라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가지며 일상을 꾸려간다.
도시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다양한 시설들도 존재한다. 도시 안에는 많은 사건들이 있다. 도시는 그 도시가 만들어지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사람들이 이용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곳이다. 도시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역동적인 삶의 공간이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주변적인 삶의 장소이기도 하다.
도시박물관은 이런 도시의 기억을 담는 장소이다. 도시박물관은 시민들과 공동의 기억을 향유하는 곳이다. 도시박물관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공유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즉 도시박물관은 시민들의 기억의 장소이자, 도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곳인 것이다.
도시박물관은 도시의 역사를 다룬다. 대부분의 도시박물관들은 도시발전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주제로 삼는다. 도시발전은 공간에 얽힌 이야기와 사건에 대한 이해이다. 이러한 변화양상을 보여주면서 관람자들에게 도시를 재구성해 안내한다.
도시박물관들의 관심사
도시박물관들의 동향에서 일본의 에도도쿄 박물관은 지정관리자 제도의 시행을 들었다. 이 제도의 목적은 운영의 간소화 효율화를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운영비 삭감과 직원의 감축으로 나타났고, 공모를 통한 운영자 선정에서 가격경쟁을 일으켜 부실운영이 우려된다고 하였다. 장기적 측면에서 안정성과 신뢰성, 전문성을 해친다고 보았다. 한국의 박물관들오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거나 앞으로 시행을 고려한 박물관들에 시사점을 준다.
중국의 북경수도박물관의 발표내용은 도시 박물관의 역할에 관한 것으로 이 박물관의 부관장인 치미윈(Qi Miyun) 은 문화를 세계의 소통과 교류, 상호이해의 핵심요소로 보았다. 따라서 "박물관에서 인문적인 향유 즉 '박식함과 우아함'을 누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 박물관에서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가? 관람료 무료 정책이었다. 관람료는 관람자의 참여를 제한하기도 한다. 무료개방은 관람기회의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접근성을 높인 것이라 할 수 있다. 2009년 무료개방을 실시한 이 박물관은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 박물관의 공공 책무로서 관람료 무료개방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내년에 유료 개방이 될지, 무료 개방을 지속할지 모르는 우리 현실을 비교하면 앞선 박물관 정책이자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하겠다. 이 박물관의 연구원인 무홍리(Mu Hung li)는 "박물관은 공공의 재산이며 대중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공적인 공간"이라며, 교육과 지식 전달공간으로서 공공성의 개념을 강조하였다.
중국정부는 무료개방을 지속하기 위해 특별재정자금을 편성하였고, <통지>에서 운영에 대한 목적과 목표를 분명히 하였다." '현실에 가깝게, 생활에 밀접하게,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무료 개방후 관람객 및 정신문화에 대한 수요가 여러 분야에서 심층적이고 다양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또한 도시의 기억과 역사를 보여주는 수동적인 관람객을 원치 않았다. 그들은 "역사의 연속성은...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의 의무이자 요구"라 하였다. 관람객이 전시의 주체가 된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로 "박물관이 커뮤니티가 되기도, 거리가 되기도"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나아가 박물관의 전시는 사회문제를 반영하고 전시와 감정적 교류가 일어나 지속적으로 관람객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심양고궁박물원 역시 세계문화유산으로서 보존은 물론 전시환경 개선등 관람자들에게 제공해야할 사회적 공공서비스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중국도시박물관들은 관람자들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한 박물관의 존재 목적으로 보고 정책에 반영시키고 있었다.
이번 심포지엄을 주최한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도시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울역사박물관 관장인 강홍빈은 "서울의 특색, 서울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되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라 하였다. 서울역사박물관의 지평확장으로 연구수집기능과 융합과 통섭을 위한 네트워킹을 들었고, 박물관은 "광장이나 거리처럼 시민 모두에게 열린 가장 공공적인 장소이며 도시의 축소"라 하였다.
그러면서 최근 서울역사박물관의 생활문화자료 조사과정을 보여주었다. 권혁희 학예연구사에 따르면 "성찰없는 파괴와 건설의 현대기에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재개발 지역의 도시의 기억창고를 통해 삶의 구체성을 담아내고 싶다고 하였다. 이 조사의 의미는 "근 현대의 역사적 흐름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인식"하고 있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지평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공공성의 개념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였다. 이것은 다시 말해, 관장이 바뀌거나 예산이 삭감되는 등 주변 환경 변화로 실현 가능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관람자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시민으로서 주체적인 관람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정책과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4개 도시박물관들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결과
한중일 도시박물관들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은 박물관의 책무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각 박물관들의 책무성 중 주요 주제들은 정책측면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박물관의 공공성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가와 같은 방법적 측면의 제시를 볼수 있었다.
그러나 공공성의 실현은 궁극적으로는 전시를 통한 관람자와의 소통이라고 할 때, 전시참여에 대한 독려, 관람자의 의미있는 경험을 통한 공공서비스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정책 등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박물관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우리나라의 국립박물관의 무료개방을 보면서 박물관 정책이 무엇을 위해 실시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 박물관 정책의 현 수준과 내용을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박물관의 실정은 현재 중장기 정책은 물론 관람무료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인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정치적으로 우왕좌왕하는 현상을 읽을 수 있었다.
박물관의 실질적인 주체는 관람자이다. 관람자에게 의미있는 공간이 되지 못하면 박물관의 존재는 무의미하다. 따라서 모든 박물관의 정책의 초점은 관람자의 바람직한 성장을 겨냥한 것이어야 한다. 조사, 연구, 전시, 교육의 전 과정에서 관람자에게 무엇을 어떻게 왜 전달할 것이며 그들과 무엇을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박물관의 사회적 책임은 그동안 '박물관' 기관만의 또는 박물관 종사자만의 책임이었던 것은 아닐까. 박물관에서 관람자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그래서 박물관이 운영자들의 것이 아닌 시민의 것이라는 인식을 들게 하는 그런 박물관의 모습을 그려본다. 박물관은 과거의 기억만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특히 도시박물관의 사회적 책임이다. 덧붙이는 글 |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심포지엄을 통해 알아보고 싶었다. 한중일 박물관의 주요 관심사를 살펴보면서 진정한 박물관의 역할이 무엇인가 그것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서 나누어 보고 싶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박물관 현실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영향으로 예산이 삭감되거나 제도의 변화로 획일화되는 것들을 비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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