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무속신화인 '바리공주' 설화를 모티브로 한 '바리, 서천 꽃그늘 아래'가 17일, 18일 사천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였다.
"버려진 아이가 어떻게 세상을 구해요..."
주인공 바리데기의 구슬픈 노래에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연극은 서사적이다. 바리데기의 모험 중에 만나는 삶과 죽음에 대한 편린들, 인연, 고통과 슬픔, 해원의 장면에 관객들은 웃고, 또 울었다.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합창은 울림이 크다.
연극 결말을 미리 말하면 우리가 설화에서 익히 전해들었듯, 버려진 아이였던 '바리공주'가 결국 아버지를 구하고, 세상을 구한다. 우리가 접하는 고대 영웅신화들과 이야기 구조가 비슷하다. 충격적인 반전은 없지만 우리네 심성에 와닿는 절절한 정서를 그려냈다.
극단 장자번덕은 바리공주 일대기를 통해 '광대들이 올리는 시대 해원굿'을 보여주고자 했다. 바리의 탄생, 부모와의 이별, 아버지의 병환과 어머니와 재회, 모험, 남편과 만남·이별, 부모의 회생 등을 따라가며, 맺힌 응어리를 풀어낸다.
바리가 남편과 아들을 떠나 보내는 장면에서, 바리와 오구대왕이 재회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이 많았다. 한 관객은 "아주 옛날 흘러간 옛 설화가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 모습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며 "옛 사람들 소망이 무엇이었는지, 우리가 바라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기회가 되면 다시 보고 싶다"고 전했다.
연극을 더 밀도 있게 만든 것은 남해안별신굿 연희다. 인간문화재 정영만 선생이 예술감독, 굿, 소리 지도를 맡았다. 일부 내레이션과 노래를 직접 불러 전통연희의 분위기를 더했다. 악사들은 가야금, 북, 장구, 해금, 태평소 등 삼현육각 연주를 통해 배우들과 노래와 호흡을 맞췄다. 극의 흐름에 따라 경쾌하게, 또는 진중하게 이어지는 춤사위는 굿판을 보는 듯했다.
이훈호 연출가는 연출의 변에서 "혼돈과 혼란이 가득한 시대에 우리가 궁극적으로 걸어야 할 내면의 안내자로,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서 있는 바리데기 신화를 들여다 보려 했다"며 "바리가 혼돈의 난세에서 자신이 자신을 위해,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꿋꿋하게 자신과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바리.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9.19 14:45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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