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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요? 당연히 2억 때문에 하는 소송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송, 100% 원고인 '대한민국'이 질 거라고 봅니다. (어감이 좀 이상하군요.) 재밌는 건 상대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 그들이 바보도 아닌데 왜 지는 소송을 할까요.
미네르바 사건과 본질은 똑같습니다. 당시 정부는 미네르바가 유죄임을 확신하고 잡아 갔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전 국민적인 위축효과를 노린 거죠.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본보기 효과라는 게 있지요. 일일이 불러서 떠드는 것보다 한 명을 '확실히' 조져 놓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그러면 대부분은 알아서 기지요.
악법보다 무서운 건 그 법이 가져오는 위축효과입니다. 이렇게 박원순이라는 한 개인을, 속된말로 완전히 조져 놓으면 과연 누가 대놓고 정부를 비판할 수 있을까요? 유무죄 여부는 상관 없습니다. 한번 이런 일을 경험한 사람들은 웬만하지 않고서야 세상만사가 다 허무해지기 마련입니다. 평생 사회를 위해 몸바쳐 왔는데, 정부 비판을 했다고 고소를 하다니요. 그것도 국가의 이름으로. 여러분 같으면 모든 걸 털어버리고 떠나고 싶지 않을까요?
이런 사건이 계속되면 폭발적인 계기가 일어나지 않는 한, 소수의 용기있는 자들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침묵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아니, 어쩔 수 없이 입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에 무죄가 입증된다 할지라도 고소에서 오는 정신적 충격과 엄청난 비용, 그리고 사회적 시선과 개인적인 시간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데 누가 정부를 비판할 수 있을까요. 직장인은 해고당하지 않더라도 그 스트레스로 제대로 된 업무처리를 할 수 없을 테지요. 누군가는 가정이 깨질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런 일들이 아직 순수한 정의가 살아있는 어린 친구들의 시야를 넓혀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창시절 물렁한 학생회 회장이었던 저는 고작해야 투닥거리는 수컷들의 서열놀이나 말리고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는 친구들을 닥달하는 정도였습니다. '적'이라고 해봤자 내일이면 금세 화해할 친구들이었죠.
하지만 '박원순 소송'과 같은 일들을 보고 자란 지금의 학생들에겐 그 '적'이 '그들만의 국가'가 되어 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념을 가지고 정부를 비판하거나 촛불집회에 참가하면 수업 중에 잡혀갈 걸 각오해야 하는 현실이지요. 어마어마하게 스케일이 달라질 우리 어린 친구들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그들만의 대한민국이 '박원순'을 고소했지만 이 일로 태어날 제2, 제3의 박원순과 싸울 준비를 하셔야 할 겁니다. 대한민국을 바꾼 건 항상 그들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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