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단식 11일째를 맞는 김은숙그래도 그녀는 말갛게 웃는다.
배진경
9월 24일. 추석을 며칠 앞둔 여의도 보훈처 앞. 김은숙, 그는 무기한 단식 11일째를 맞았다. 또 이날은 88컨트리 클럽(이하 88CC) 경기보조원인 그와 그의 57명 동료들이 해고된지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88CC는 지난 2008년 9월 24일, 1명의 경기보조원을 시작으로 줄줄이 총 58명의 경기보조원에게 무기한 출장유보 명령을 내렸다. 경기보조원에게 출장유보 명령은 바로 해고이다. 이들은 모두 전국여성노동조합 산하 88CC분회 소속이었다.
노동조합 인정 안 해88CC는 보훈처 소속이다. 정권이 바뀌면 사장이하 임원들이 모두 교체된다. 정권이 바뀌면서 교체된 임원진은 특수고용노동자인 이들이 조직한 노동조합을 인정하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88CC분회는 조직한 지 10년이 된 합법 노동조합이다.
지난해 7월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차별징계를 통해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더니 급기야 지난해 9월 24일 한 명의 조합원을 해고하기에 이른다. 이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보훈처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리자 글을 올린 조합원 전원에게 출장유보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들의 투쟁은 시작되었다.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사장 무수한 폭행과 욕설에 굴하지 않고 88CC경기보조원들은 하나되어 투쟁하고 있다. 마침내 2009년 4월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례적으로 88관광개발주식회사 경기보조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인정하며 원직복직 및 임금지급을 명령하였다. 그러나 88관광개발주식회사는 이행강제금을 지불하면서까지 업무복귀를 시키지않은 채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13일 국정감사에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4명의 의원들이 지적하며 시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장은 "노조가 불법이어서 해산시키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노동조합은 현재 부당징계무효소송을 민사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장은 대법원까지 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조합원들이 지쳐 나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88CC분회의 수차례 면담요청을 번번히 거절하며 국회의원, 사법기관, 노동위원회의 중재와 조정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회사지만 경기보조원들은 아직도 회사와 화합하여 웃으며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남은 것은 무기한 단식 뿐투쟁 1년. 생계를 위협당하고 있는 경기보조원들은 각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소송이 끝날 때까지 투쟁 대오를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분회장으로서 조합원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에게 무엇이라도 해야한다고 김은숙은 생각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았다. 남은 것은 단식 뿐. 지난 9월 14일 김은숙은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보훈처 앞 길거리에서 앉아 대답없는 보훈처와 회사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밤에도 돌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잠이 든다. 하루하루 싸늘해 지는 날씨는 밤을 힘들게 했다. 전기도, 가스도 몸을 덥혀줄 아무것도 없는 길거리에서 그를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조합원이 가져다 준 곰인형이었다. 몸 속에 핫팩을 넣을 수 있는 곰인형이 그의 추운 밤을 지켜주는 유일한 친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