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직선제 실시는 가능하다!

[주장] 전 조합원 직선제로 정파 폐해 줄일 수 있다

등록 2009.09.25 10:59수정 2009.09.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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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개 공무원노조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이 조합원들의 투표로 가결된 가운데 22일 밤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오병욱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손영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손을 모으고 있다.
3개 공무원노조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이 조합원들의 투표로 가결된 가운데 22일 밤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오병욱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손영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손을 모으고 있다.권우성
3개 공무원노조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이 조합원들의 투표로 가결된 가운데 22일 밤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오병욱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손영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손을 모으고 있다. ⓒ 권우성

통합공무원노조 투표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조중동과 정권이 난리를 치는 것은 바로 11만 조합원들의 집단적인 의사표현 때문이다. 만약 상층에서 통합을 논의하고 민공노가 전공노로 원상회복되는 절차만 거쳤더라면 정권이 이렇게 날뛰지 않았을 것이다. 노조의 힘은 조합원 전체가 참여하는 가운데 나온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민주노총이 여러모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길을 조합원들에게 물어야 한다. 지도집행력을 세우는 일 역시 조합원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총연맹 위원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나라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자본에 순응하며 체제내화 되고 있는 사례를 우리에게 적용하는 것은 패배적 보편성이라 말해 줄 수 있다. 독일의 경우처럼 200만, 300만 명의 산업(별)노조(IG-Metal, Ver야)와 총연맹(DGB)의 관계를 16개 소산업(업종이나 직종 포함)노조나 연맹을 가지고 있는 70만 민주노총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다.

 

전체 노동자 2000만 명(실업자 400만 명 포함)의 3.5%만을 조직하고 있는 70여만 명의 민주노총을 유럽의 산업(별)노조와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정책과 정치적 역할을 해야 하고 산업(별)노조가 투쟁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 역시 신자유주의 자본독재 시대와 거리가 먼 논리다.

 

한미FTA, 광우병 소고기,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최저임금, 공공부문시장화, 투기자본 등을 생각할 때 민주노총은 여전히 투쟁의 구심이어야 한다. 그런 역사적 역할을 해야 할 민주노총이 선거 시기를 제외하면 대의원대회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 회의기구에서 대의원 500여 명 지지만 얻으면 위원장이 되는 선거는 이제 중단할 때가 되었다. 또 조합원 500명당 한 명의 대의원은 모두 민주적으로 선출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조합원의 의사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지금처럼 대의원 1000여 명을 상대로 회의장에서 선출하는 위원장과 집행부로서는 자본과 권력에 대응하는 힘을 만들어낼 수 없다. 보수권력조차 직접선거를 통해 권력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민주노총이 여전히 간선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조합원들의 구심체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다. 자본과 권력이 민주노총을 조합원으로부터, 일반노동자․국민 대중으로부터 분리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데 우리 스스로 조합원을 민주노총의 중심에 세우는 일을 포기한다고 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1989년 민주노총 2기 집행부 당시 직선제 실시를 위한 규약개정이 조합원 61% 찬성에 그쳐 실시하지 못하다가 5기 집행부 선거에서 세 후보가 모두 직선제를 공약하고 집행부 출범과 함께 대의원 만장일치로 규약개정을 통해 6기 집행부부터 직선제로 선출하기로 조합원과 국민들에게 공표했다. 그런데 직선제가 좌초할 위기에 처해 있다.

 

5기 보궐집행부는 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직선제 3년 유예를 대의원대회에 상정해 놓고 있다. 직선제준비가 안 되었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선거인명부가 14000명밖에 작성되지 않았고, 전국에 1만2000여 개의 투표소를 설치할 경우 투표관리가 어렵고, 만약 부정선거가 발생했을 경우 집행부 출범도 못하고 민주노총에 위기에 빠질 거라는 주장이다. 거기다 하반기 투쟁 일정이 바빠서 직선제를 치룰 수 없다고 한다. 어떤 이는 지금의 정파선거가 직선으로 치러진다고 크게 차이가 있겠느냐고 말한다.

 

여하튼 그럴 듯한 이유를 내세워 중앙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유예하기로 대의원대회에 상정하였고 한 차례 논의하다가 다시 9월 28일로 연기되었다. 대의원들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집행부의 주장에 유예를 받아들일 태세다. 그러나 직선제 문제를 준비부족을 내세워 유예할 수는 없다. 10년 전에 공론화 되고 2년 반 전에 대의원대회가 결정했으면 집행기관이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준비가 안 되었다는 말만 듣고 다시 간선제로 돌아가도록 결정하는 것은 대의원들 스스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먼저 선거인 명부 문제다. 각 산업노조나 연맹이 조합원 명부를 제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금속노조, 전교조, 공무원노조, 보건의료노조, 대학노조 등 직선을 통해 훌륭하게 지도부를 선출하고 있다. 여러 지역본부에서도 직선제로 본부장을 선출하고 있다. 연맹이나 산업노조 지역본부선거 때는 명부 작성이 되는 데 총연맹 선거 때는 명부 작성이 안 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훌륭하게 직접투표를 통해 공무원노조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을 결정했다. 특히 조합원들이 주민등록번호를 제출하는 것은 개인신상정보 문제로 꺼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합원으로 가입할 때 가입원서에는 그 정도의 개인 신상에 대해서는 노조에 제공한다. 조합원들은 노조가 선거나 임․단협 투표 등 필요시 사용하도록 위임하였다. 다만 노동조합활동 외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을 막아야 하고 이는 범죄행위가 된다. 정권이나 자본에게는 우리의 신상명세를 모두 제공하고 있고 실제 컴퓨터 시대에 신상정보는 해킹되거나 아니면 상품화되어 모두 공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를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한다는 데도 이를 제공할 수 없다면 우리 스스로 민주노조를 할 의향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만약 이런 조합원이 있다면 설득할 일이다. 주민등록번호는 본인임을 확인하는 수단이지만 공개가 우려된다면 생년월일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선거관리 문제를 든다. 현대자동차처럼 조합원들이 밀집해 있는 대공장의 경우는 투표함 설치나 투표관리가 쉽지만 전교조, 공무원, 공공부문, 사무전문직 등 전국사업장인 경우 투표관리가 어렵고 따라서 부정시비가 우려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국에 1만2000개 투표구를 설치하면 한 투표구에 최소한 한 두 명의 선거관리요원과 후보숫자만큼의 참관인이 필요하다. 3일에 걸쳐 투표를 한다면 연인원은 3배에 달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3년 후에는 이 문제가 가능할 수 있겠는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따라서 3년 후에는 그야말로 복수노조금지가 13년간 유예되었듯이 계속 유예되거나 직선제 폐지로 결과할 것이다. 따라서 직선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선거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노총 격이고 대의원대회 등에는 총리가 와서 연설도 하는 영국노동조합회의(TUC) 산하에 수십만 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산업노조 위원장을 우편투표를 통해 선출한다. 일종의 부재자 투표라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의 경우 70만 명을 전원 우편투표를 하거나 아니면 선거 관리가 가능한 일정규모 이상의 단위사업장은 직접투표로 하고 나머지는 우편투표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하면 투표구관리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과 자본은 세계경제위기를 틈타 민주노총을 와해시키려 한다. 내년에 현장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더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 이 경우 민주노총보다는 산업(연맹)노조, 그리고 단위사업장 내 기업별 노조로 원심력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 민주노총 내부도 여러 형태의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이럴 때일수록 민주노총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방안으로 직선제는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

 

물론 직선제만으로 민주노총을 강화하는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조합원 대중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또 직선제를 하더라도 후보자들이 조합원들에게 충분하게 알려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분회, 지부, 단위노조 간부들의 의사에 따라 투표가 이루어질 뿐 정파선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조합원들을 신뢰하지 않은 태도다. 설령 초기에는 그런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간선제가 갖는 왜곡된 대표성 문제는 훨씬 더 완화될 것이다. 지금의 간선제를 정파선거라고 비판한다. 정파가 평소에는 별 활동도 안 하다가 선거 시기만 되면 선거 조직화하는 것을 병폐로 자적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조합원들을 상대로 하는 직선제를 실시할 경우 그런 정파의 폐해는 줄어들 것이다. 이럴 경우 정파와 무관하게 지도집행력이 형성될 수 있고, 정파의 경우에는 대안과 비전과, 투쟁과 헌신을 보여주는 쪽의 후보가 전체 조합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민주노총 직선제 실시는 가능하다!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민주노총 직선제는 당분간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의 직선제 유예는 유예가 아니라 간선제로 회귀하는 것이다. 그것도 지금 상태에서 3년 후의 직선제 실시는커녕 민주노총을 기대할 수 없다. 정말 어렵다면 1~·2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위해 실시를 연장할 수는 있다.

 

쌍용자동차 투쟁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며칠 전 쌍용자동차 지부장을 면회했을 때 "쌍용자동차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바깥에서는 평가만 하고 있어 불만"이라고 했다. 국제 금융투기자본, 국내 이명박 정권과 자본이 국가권력의 폭력을 동원해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고 노동조합을 박살내려고 한 것이 쌍용자동차 공격의 핵심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지난 여름 어떻게 대응했고 지금은 무얼 하고 있는가?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힘을 결집시킬 수 있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선거인 명부를 민주노총 중앙에 비치하지 못해서 선거를 못하고 부정이 우려되어서 민주노총 위원장을 직선으로 뽑지 못하면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직선제를 포기(유예)하고 싶다면 민주노총 위원장을 직접투표에 의해 뽑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물어야 한다.

2009.09.25 10:59ⓒ 2009 OhmyNews
#직선제 #간선제 #민주노총 #선거인명부 #부정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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