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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이 넘은 이야기다. 난생 처음 아내가 내게 웅담을 사줬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멧돼지 쓸개라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던 때가.
그때가 아마 고향을 떠난지 5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술을 워낙 좋아하는 내가 평소와 다르게 늘 피곤해 하자 고민하던 아내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웅담이 간 피로회복에 좋다는 소리를 듣고는 솔깃해졌던 모양이었다.
당시에 가족들과도 친분이 있을 정도로 친하게 지내던 사람중에 한 분이 심마니를 알고 있었는데 그 심마니는 한의학에도 조예가 깊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찾아간 한적한 시골의 단독주택
그날이 일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내가 아침부터 갈 때가 있다며 채근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친한 사람들과 놀러간다는 것이었다.
평소에 가게에 매여 쉴 시간이 없는 아내의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없는 터라 주섬주섬 옷을 입고 밖으로 나섰다. 당시에 학원을 운영하던 나는 여러사람이 탈 수 있는 승합차를 갖고 있어 늘 사람이 많이 이동할 때에는 내 차를 이용하곤 했다.
아내와 나 그리고 다른 가족들을 모두 태우니 모두 열 명이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도착한 곳은 한적한 시골에 있는 슬라브 단독주택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60이 넘어보이는 주인장이 반갑게 손님을 맞이했다. 집안에는 온통 한약냄새가 진동을 했고 집안 곳곳에는 각종 약초로 담근 술들이 즐비했다.
주인장은 자연산 영지 닳인 물을 한잔씩 건네며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동안 병원에 다니다 차도가 없던 사람이 내게로 와서 고쳤다는 이야기며 당뇨환자나 불치병까지도 고쳤다는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봉지 하나를 내놓았는데 미리 맞추어 놓은 웅담인듯 했다.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소주잔을 열개 놓고는 웅담을 아주 조금씩 잘라 넣었다. 그러자 잔이 금세 연노란색으로 변했다.
"출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정말 귀한 웅담입니다.제가 잘 아는 지인으로 부터 구입하는 것인데 무척 씁니다."
" 꾹 참고 한입에 털어 넣고 꿀꺽 삼키셔야 합니다. 처음에 못마시면 다음에는 더 먹기 힘들지요."
주인장의 말에 모두 한입에 털어넣었는데 넣자마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쓴냄새가 입을 자극했다. 살면서 먹어본 음식 중에 가장 쓴 것 같았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한번에 모두 마시지 못하고 코를 막고 몇번에 나눠 마셨다.
먹고 나자 입가심으로 사탕을 하나씩 나눠 주었다.
그리고 선물이라며 장뇌삼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자신이 깊은 산속에서 직접 재배하는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내놓은 장뇌삼은 파란 이끼에 가려져 있었는데 보기에 촉촉하게 물기가 있는 것이 아주 싱싱해 보였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아내는 장뇌삼을 깨끗하게 씻어 아이들에게 먹였다. 난생 처음 가족들 건강을 위해 준비한 것에 무척이나 만족하는 듯했다.
평소에 술을 마시고 난 후 약국에서 우르사나 쓸기담을 자주 사 먹던 나는 진짜 웅담을 먹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몸이 좋아진 듯했다.
멋도 모르고 끌려가 먹었던 보약 한 첩
그런데 이런 환상은 몇 달 지나지 않아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우리가 철썩 같이 믿고 먹었던 그 웅담이 모두 가짜였고 장뇌삼 역시 몇천원짜리 장뇌삼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에 입건된 주인장은 그동안 손님들을 현혹해서 가짜 약을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는데 우리가 거액을 들여서 먹었던 웅담도 곰이 아닌 멧돼지 쓸개였고 야생 멧돼지가 아닌 집에서 사육한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사람들을 모집해 오는 사람에게는 웅담과 장뇌삼을 공짜로 주었고 아내를 끌여들였던 이웃 역시 당시에 공짜로 먹었지만 그 사람이 가짜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나중에 한의사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웅담이라는 것이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듯 이야기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웅담이라는 것이 지나친 음주나 스트레스로 인해 간 기능계에 열이 있을 때 그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지만 손발이나 아랫배가 찬 여자들에게는 절대 금해야 하는 약재라는 것이었다. 늘 손발이 찬 수족냉증을 앓고 있는 아내가 먹었다면 결코 좋지 않았던 약재였던 셈이다.
지금도 남의 말만 믿고 속아서 먹었던 웅담을 생각하면 쓴웃음이 나온다. 보약과 보양식을 특히나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그 중 예전의 나와같은 경우를 당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무척 많다고 한다.
하지만 건강에는 일시적인 보양 보양식보다 평소에 꾸준하게 운동하며 건강을 관리하는 것. 그것이 내몸에 가장 좋은 보약이라는 것을 요즘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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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아내가 사준 웅담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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