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청문회 끝나고 착잡... 아들딸은 엉엉 울어"

"내가 야당의원이었어도 세금문제는 꼬집었을 것"... <중앙SUNDAY> 보도

등록 2009.09.27 16:46수정 2009.09.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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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관계자와 답변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관계자와 답변자료를 준비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관계자와 답변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모든 게 내 부덕의 소치이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1~23일 새벽까지 이어진 혹독한 인사청문회를 치른 심경을 밝혔다. 25~26일 <중앙SUNDAY>와 인터뷰를 통해서다.

 

"내가 부족한 사람인 건 맞지만 몹쓸 사람은 아냐"

 

27일 이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청문회를 끝낸 직후의 내 심정은 솔직히 착잡했다. 내가 부족한 사람인 건 맞지만 나쁜 짓을 한 몹쓸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며 다소 억울한 심경을 내비쳤다. 또 그는 "야당 의원 중 일부는 10분의 질문 시간 중 9분을 묻고, 1분만 대답할 시간을 줬다. 충분히 설명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던 건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청문회가 끝난 다음날인 24일, 그는 대학총장인 친구와 만나 술을 참 많이 마셨다고 한다. 정 후보자는 "친구는 위로했지만 나는 통음(痛飮)을 했다"면서도 "하지만 야당 의원들을 탓하지 않으려 한다. 모든 게 내 부덕의 소치이고, 세금 문제 등 몇 가지에 대해서는 소홀히 처리한 점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야당 의원 입장이었다고 하더라도 일부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꼬집는 질문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득세 탈루 의혹, 2008년 맡긴 재무설계회사서 실수"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2006~2008년 사이 소득세 탈루 의혹에 대해서는 "2008년의 소득이 문제였다"며 "그때 재무설계회사에 세금 처리를 맡겼다. 그런데 그곳에서 좀 실수가 있었다. 내가 고문으로 있던 인터넷 서점 'YES 24'의 세금 문제도 그때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청문회가 열리기 전 그 회사에서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지만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다. 최종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총리에 정식 임명되면 "90점 이상은 받으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공부할 때 항상 90점 이상은 받았다. (총리로) 일을 하면 그 정도는 받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자유선진당 등이 반발하고 있는 세종시 수정·축소 우려를 의식한 듯 "무엇보다 세종시를 모범 도시로 만드는 데 열중할 것"이라며 "행정부처 일부를 옮기는 걸로는 세종시가 훌륭한 도시가 되지 못한다. 행정의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모범 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들·딸 "아버지 추궁당하는 걸 보고 마음 아파"... 엉엉 울어

 

정 후보자는 청문회가 끝난 뒤 귀가한 자신을 부인과 자녀들이 눈물로 맞았다는 얘기도 털어놨다. 정 후보자는 "아내와 아들딸이 TV를 통해 청문회를 꼬박 지켜보다가 집에 들어가니까 눈물을 흘리며 맞아들이더라. 아들과 딸은 '아버지, 왜 세금 신고를 제대로 못 했어요? 그거 잘 몰랐어요?'라고 묻더라. 그러면서 '아버지가 추궁당하는 걸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라며 엉엉 울더라"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나는 '모든 게 내 불찰이다. 내가 부덕해 너희들 가슴을 아프게 했다.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면서 "(이에) 아이들은 울면서 '우린 그래도 아버지가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다는 걸 잘 알아요. 힘내세요'라며 격려하더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는 "남은 인생이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지만 청문회를 계기로 나는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했다. 내 아들딸도 도덕적으로 잘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청문회에서 나는 고생했지만 배운 게 많았다. 나와 가족에겐 청문회가 하나의 축복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 인준동의안 처리 여부에 초연한 입장"

 

국회의 국무총리 인준동의안 통과 여부와 관련해선 "초연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친박연대와 무소속의 도움을 얻어 인준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선언했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들은 '임명 반대'에 뜻을 모았다.

 

정 후보자는 "나는 정말 초연한 입장"이라며 "(인준안이 부결돼)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경제 연구도 하면서 종종 가던 서울 방배동 카페도 들러 맥주 한잔할 수 있는 여유를 즐기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회의 총리인사청문특위 상황을 전화로 보고 해온 청와대의 비서관에게도 "너무 신경 쓰지 말라"며 "청문보고서가 채택되고 임명동의안도 처리되면 총리로서 열심히 일할 것이고, 동의안이 부결되면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2009.09.27 16:46ⓒ 2009 OhmyNews
#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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