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나온여자 편견 오늘 안녕!"

2009 대학가요제 이대나온여자 '군계무학' 공연을 보고

등록 2009.09.28 21:44수정 2009.09.2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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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9대학가요제 참가 번호 12번 이대나온여자  "하지만 우리 다 그렇지 않아. 과장된 편견이 좀 많아. 이대나온여자 편견 오늘 안녕! 제가 오늘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2009대학가요제 참가 번호 12번 이대나온여자 "하지만 우리 다 그렇지 않아. 과장된 편견이 좀 많아. 이대나온여자 편견 오늘 안녕! 제가 오늘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 배성민

▲ 2009대학가요제 참가 번호 12번 이대나온여자 "하지만 우리 다 그렇지 않아. 과장된 편견이 좀 많아. 이대나온여자 편견 오늘 안녕! 제가 오늘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 배성민

지난 9월 25일 금요일 오후 9시 55분부터는 MBC 방송에서 대학가요제를 하였다. 인천 송도동에 위치한 인천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가수 이효리와 알렉스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평소 대학가요제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올해 대학가요제가 25일에 MBC에서 한다는 소식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26일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니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대나온여자'라는 그룹의 '군계무학' 이라는 노래가 표절 논란에 휘말려 있었다. 

 

대학가요제라고 하면 방송 전에 몇 번의 심사를 통해서 본선에 진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대상을 수여한 이후 대상 수여 그룹에게 표절시비가 붙었다는 것은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직접 이대나온여자의 '군계무학'을 공연 실황을 찾아 직접 보기로 하였다.  

 

"이대나온여자 편견 오늘 안녕!"  

 

알렉스 : "팀명부터 외모도 역시 이 분들 예사롭지가 않아요. 특별히 '이대나온 여자라고 지은 이유라도 있는지?"

 

오예리 (보컬) : "원투원투쓰리 이대나온여자 라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 일반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속으론 다 하는 생각은 도도하지, 새침하지, 이대나온여자 어렵지 살짝 김혜수처럼 시크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우리 다 그렇지 않아. 과장된 편견이 좀 많아. 이대나온여자 편견 오늘 안녕! 제가 오늘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참가 번호 12번 이대나온여자는 보통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화여자대학교 나온 여자의 편견에 대해서 과장이 심하다고 랩을 하며 노래를 통해서 편견을 확실히 깨겠다는 말과 함께 '군계무학'이라는 노래를 시작하였다.

 

'군계무학'은 군계일학이라는 말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군계일학이라는 말은 닭의 무리 가운데에서 한 마리의 학이란 뜻으로, 많은 사람 가운데서 뛰어난 인물 이라는 말로 군계무학은 힘들고 각박한 현 시대에 개성을 포기해야 하는 대학생들을 반영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군계무학- This song is dedicate 대한민국 젋은이들에게"

 

"뻔할 뻔자 만큼 FUN하지 않은 개성을 상실한 젋음은 모두가 유죄/나나나나나나 강요된 똑같은 삶을 살지 말자/나나나나나나 네 꿈을 현실과 바꾸지 말자/ 나나나나나나 젋음에 걸 맞는 개성을 차자/나나나나나나 젋음아 세상을 두려워 말자!"

 

사회자들의 소개로 노래 반주는 시작되고 보컬 오예리 씨는 "This song is dedicate 대한민국 젋은이들에게" 라고 말하며 노래를 시작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노래의 시작은 개성이 상실된 우리 젋은이들은 모두 유죄라고 한다. 그리고 현실에 각박함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접는 행동은 하지 말자며 각자의 개성에 맞는 삶을 찾아야 한다고 노래한다.  

 

'군계무학'은 개성이 사라진 현실과 젋은이들에게 개성을 찾아 나서자, 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뿐 만 아니라 현재 20대가 처해있는 현실도 노래했다.  

 

"돈벌어야 해 어서 나 성공해야만 해/개성 따위 챙길 여유 없어 난/현실은 뭐 현실은 돈 돈돈이란 절대군주가 통치하는 세상/손때 묻은 토익 책 움켜쥐고 오늘도 쓴다 망할 자소서(자기소개서)/돈 없고 빽 없는 백수를 위한 나라는 없지 그럴리없지."

 

노래 가사처럼 현재 20대는 취직을 해 돈을 벌기 위해 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20대 모두 취직을 하기 위해 매일 토익 공부와 자기소개서를 쓸수 밖에 없다. 만약 한 눈을 팔고 세상에 기준에 맞추지 못하고 토익 공부, 스펙을 쌓지 않으면 눈앞에 생존의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386세대는 말하지 복받은 20대 불평도 많지/우린 자본의 노예 세계화의 희생양 복도 참 많다 아싸 좋다!" 

 

현재 20대 젋은이들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386 세대와 자본과 세계화에 대한 언급하는 부분도 있었다. 이 부분 또한 우리가 처한 현실이 자본과 세계화의 전 사회적인 흐름 속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속이 시원했다. 마치 취직하지 못하고 청년실업에 시달리는 것이 20대 스스로의 탓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구조의 탓이라고 하며 젋은이들을 위로하는 가사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386세대를 언급 한 것은 지난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세대론이 대두하면서 20대 학생들이 사회참여 활동에 등한시 한다는 386세대의 비난을 생각나게 했다. 당시 386 세대는 자신들은 개인의 취직보다 사회의 현실에 분노해서 싸웠는데 20대는 자기 먹고 살 것만 관심이 있다며 비난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386세대의 비난은 20대들을 분노하게 하였고 20대가 처한 사회적 현실과 잘못 이해한데서 나온 비난으로 논쟁이 정리가 되었었다.

 

"나 공무원 된다고 해서 세상에 타협해서 사는 거 아니다."

 

a 군계무학 "This song is dedicate 대한민국 젋은이들에게"

군계무학 "This song is dedicate 대한민국 젋은이들에게" ⓒ 배성민

▲ 군계무학 "This song is dedicate 대한민국 젋은이들에게" ⓒ 배성민

이대나온여자의 '군계무학'을 듣고 나니 내 주위에 가사의 내용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20대 선후배 동기들이 생각났다.

 

20대 후반의 한 선배는 인문계열의 학과를 나와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분주하다. 처음에 선배가 시험 준비한다고 했을 때는 학교 도서관이나 선배 집 근처 독서실 가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배는 공부를 하면서 공기업 인턴 직원으로 일도 함께 하고 있었다.

 

"선배 공무원 시험 준비하신다고 들었는데 일하실 시간이 있어요?"

"야 공부도 돈이 있어야 할 것 아니가. 이 나이에 부모님한테 용돈 타 쓸 수도 없고, 시험 교재나 학원 등록하려면 돈이 맘만치 않다. 인턴 직원하면서 시험 준비하면서 살아야지."

 

처음에 선배가 시험공부 준비하신다고 했을 때 바빠서 밥 한 끼 먹기 어렵다고 애기 할 때는 공부하는 게 바빠서 못 만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공부하는데 하루하루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인턴사원으로 일하면서 공무원 준비 학원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성민아, 나 공무원 된다고 해서 세상에 타협해서 사는 거 아니다. 형이 하고 싶은 것은 국민을 위해 살아간다는 공무원들이 관료화 되어 썩어 문드러져 있잖아, 바로 그걸 개혁하고 싶어. 정말 국민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는 조직이 되도록 말이야."

 

또 다른 동기 한 명은 국문과 대학원을 준비하여 문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처음에 이 꿈을 결정할 때는 학교에서 대학원생 장학금을 준다는 전제로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부터 학교의 장학금 정책이 바뀌는 바람에 대학원을 갈지 말지 고민이라고 했다.

 

"나 이제 어떻게 하노? 대학원 비는 집에서도 손 벌일 수도 없고, 이대로 꿈을 접어야 하는가봐? 아 진짜 나 이거 돈 얼마 못 벌어먹고 살아도 꼭 하고 싶은데...당장 내일 부터 토익 학원 다시 다녀 점수 높여 취직이나 해버릴까보다."

"일단은 방법을 알아보자 쉽게 꿈은 포기 하지 말자!"

 

"자기 개성을 가지려고 애쓴 이 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현재 20대의 삶은 '군계무학'의 가사처럼 힘들다. 하지만 이대나온여자의 노래가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여했다는 사실이 새로운 희망을 생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대 나온 여자'는 더 이상 학벌의 상징이 아니라 '이대 나와도 별 수 없는' 88만원 세대의 문화코드인 것 같고, 탤런트 뺨치게 예쁜 보컬이 집시 의상을 입고 봉고 드럼을 두드리며 부르는 노래는 백수에게 바치는 헌사다. 이 노래는 언뜻 과격하지만 그렇다고 소위 '민가'나 저항가요 필이 나지도 않는다. 머리로는 알아도 몸은 끌려가야만 하는 대한민국 20대가 선택할 수 있는 무기는 오로지 '개성'인 것일까. 강요된 존재 분열과 문화 역설 속에 자기 개성을 가지려고 애쓴 이 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블로그 '초원의 바람'

 

평소에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 아이디 초원의 바람님의 글을 따왔다. 초원의 바람님의 글처럼 20대의 슬픔 현실 속에서 자기의 개성을 가지려 노력하는 이대나온여자의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표절시비에 말려 안타깝다. MBC 대학가요제 측은 연합뉴스를 통해서 현재 표절시비에 대해 무책임한 마녀사냥이 인터넷에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여러 차례 검증 과정을 거쳐 대상곡으로 선정된 만큼 그들의 음악적 성과들을 평가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가요제 측 뿐만 아니라 이대나온여자의 공식 입장도 빨리 나와서 잘 해결 되어 그들의 음악적 성과를 네티즌들이 평가하는 날을 기다려본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군계무학 #이대나온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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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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