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주민들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재심의가 졸속으로 추진될 기미를 보이자, 강정마을 주민들이 도청 앞에 집결해서 심의를 보류할 것을 요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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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 안팎에서 이를 지켜보던 강정마을 주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애국가를 부르며 거칠게 항의했지만 8시 10분경 '보완동의'로 결론을 내린 심의위원들은 주변의 시선과 외침에 눈과 귀를 막은 채 서둘러 뒷문을 통해 도청을 빠져나가기에 바빴다.
이날 강정마을 주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은 도청 별관 정문 앞에서 늦게까지 항의농성을 했고, 일부 주민들은 실신해서 119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또,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은 "위원장은 회의를 개최하고자 할 경우 소속 위원들에게 회의 일정을 최소 3일전까지는 통지해야 하는 제주도 통합영향평가 조례에 명시된 의무를 위반했다"며 항의했다.
이날 심의회에 참여한 심의위원은 현영진 위원장(제주대 교수), 고여호(제주도 청정환경국장), 고석찬(제주대 교수), 김영수(전 제주도 건설과장), 김완병(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고성도(제주도 상하수도본부장), 현승헌(연세대 교수), 현해남(제주대 교수), 정대연(제주대 교수) 심의위원 등으로 총 15명 중 8명이 참석해 가까스로 개회 정족수를 채웠다.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서가 졸속으로 재심의를 통과하면서, 해군기지가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될 기미를 보이자 이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도민대통합위원회 "해군기지 업무협약 파기하고, 행정일체 중단하라"'제주해군기지 문제의 발전적 해결 및 도민대통합을 위한 추진위원회(이하 도민대통합추진위, 위원장 이유근)'는 28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기지와 관련해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옴으로써 천혜의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평화의 섬이라는 제주의 상징적인 가치가 상실되며 지역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되기 때문에, 국가가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제주의 희생에 상응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도민대통합추진위는 제주도당국에게 "정부와 맺은 업무협약서(MOU)를 파기하고 정부가 특별법을 통해 제주신공항 건설, 알뜨르 비행장 무상양여, 강정주민 참여하의 강정마을발전계획 수립·시행 등 제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때까지 제주해군기지와 관련된 남은 행정절차 일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제주도 의회를 향해서도 정부가 제주도를 향해 특단의 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의회가 할 수 있는 공유수면매립 의견청취,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 환경영향평가 동의 등의 절차 모두를 보류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유근 추진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주민소환투표가 끝난 뒤 8600억 원 규모의 투자지원계획이 국가가 아닌 서귀포시가 주체가 되어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했다"고 하면서,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토요일 오후에 매우 졸속으로 '보완동의'라는 기이한 형식으로 처리되는 것을 보면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 상황에 대해 변호사들도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제주지방변호사회(회장 이연봉) 소속 변호사들은 29일 오전 9시 4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서가 졸속으로 재심의를 통과하는 상황을 두고 정부와 제주도정을 향해 "만일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진행과정에서 법이 지켜지지 않거나 탈법, 변칙이 용인된다면 적지 않은 비난과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호사회 "절대보전지역 공유수면매립은 위법, 도의회는 안건처리 보류 마땅"변호사들은 "(환경영향평가 졸속 심의 과정을 보면) 해군본부와 제주도정이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를 금년 내로 착공함으로써 사업추진을 기정사실화하는 데만 급급할 뿐 이와 관련된 환경영향평가, 공유수면 매립, 절대보전지역 해제, 문화재 현상변경 등 행정절차를 적법하게 처리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들은 도의회를 향해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하여 제주도정이 상정한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의견청취의 건'에 대하여 절대보전지역이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유수면 매립을 추진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안건처리를 무기한 보류"하라고 권고했다.
이들은 또, "최근에 서귀포시장이 정부와 맺은 업무협약서(MOU)를 근거로 하여 총 사업비 8696억 원 규모의 제주해군기지 주변지역 종합발전계획(안)을 발표하였지만", "평택시의 주한미군기지 이전사례(총 지원비 18조 8016억 원)나 경주시의 핵방폐장 설치사례(3조 2095억 원)와 비교해 보면, 이 종합발전계획(안)이 얼마나 알맹이 없고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는 계획이라는 점을 잘 알 수 있다"며,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국책사업이므로 행정시장인 서귀포시장이 나설 것이 아니라, 정부가 평택시와 경주시의 사례와 같이 직접 나서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국비를 지원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