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졸속' 환경영향평가 비난 쏟아져

환경영향평가 재심의 통과에 제주 시민사회 들썩

등록 2009.09.30 17:39수정 2009.09.3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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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서 재심의 지난 26일 저녁 제주도청에서는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들이 해군이 제출한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서를 재심의한 끝에 보완을 전제로 동의하여 통과시켰다.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서 재심의지난 26일 저녁 제주도청에서는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들이 해군이 제출한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서를 재심의한 끝에 보완을 전제로 동의하여 통과시켰다. 장태욱

지난 23일 제주도청에서 심의 보류결정이 내려졌던 제주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서가 26일 (토) 저녁에 심의가 재개되어, 강정주민들이 결사적으로 항의하는 가운데 파행을 거듭하다가 결국 '보완'을 전제로 심의를 통과됐다. 하지만 해군기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졸속 추진되는 모습에 대해 도민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6시 15분 제주도청 제2청사 회의실에서는 제주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가 재개되었다. 이날 심의는 지난 23일에 열렸던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심의가 보류로 결정되었던 것에 대한 후속 회의였다.

휴일 저녁 쿠데타 식으로 소집된 환경영향평가 심의위, 결국 졸속으로 동의처리

이날 재심의는 심의가 보류된 지 3일밖에 지나지 않아서 재개된 점, 휴일인 토요일에 회의를 소집한 점, 심의위원회가 소집되기 바로 전날인 25일 밤에야 심의위원들에게 회의소집을 알리는 메일을 발송한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심의가 졸속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해군 측의 재보완 발표 내용에는 '사업부지 인근 기차바위에 문섬, 범섬보다 연산호 보호종의 상대빈도가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사업추진에 신중한 판단과 대책이 요구된다'는 내용을 담은 서울대 용역 팀의 조사내용이 포함되기는 하였지만, 심의과정에는 용역 팀의 이런 문제제기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또, 일부 심의위원들이 최근 강정마을 해안에서 발견된 멸종위기동물인 붉은발말똥게의 서식 분포를 확인하기 위해 해군기지 예정지 전체에 대한 재조사가 이루어져야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지만 이 같은 주장 역시도 받아들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강정마을 주민들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재심의가 졸속으로 추진될 기미를 보이자, 강정마을 주민들이 도청 앞에 집결해서 심의를 보류할 것을 요구하였다.
강정마을 주민들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재심의가 졸속으로 추진될 기미를 보이자, 강정마을 주민들이 도청 앞에 집결해서 심의를 보류할 것을 요구하였다.제주의소리

회의장 안팎에서 이를 지켜보던 강정마을 주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애국가를 부르며 거칠게 항의했지만 8시 10분경 '보완동의'로 결론을 내린 심의위원들은 주변의 시선과 외침에 눈과 귀를 막은 채 서둘러 뒷문을 통해 도청을 빠져나가기에 바빴다.


이날 강정마을 주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은 도청 별관 정문 앞에서 늦게까지 항의농성을 했고, 일부 주민들은 실신해서 119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또,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은 "위원장은 회의를 개최하고자 할 경우 소속 위원들에게 회의 일정을 최소 3일전까지는 통지해야 하는 제주도 통합영향평가 조례에 명시된 의무를 위반했다"며 항의했다.

이날 심의회에 참여한 심의위원은 현영진 위원장(제주대 교수), 고여호(제주도 청정환경국장), 고석찬(제주대 교수), 김영수(전 제주도 건설과장), 김완병(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고성도(제주도 상하수도본부장), 현승헌(연세대 교수), 현해남(제주대 교수), 정대연(제주대 교수) 심의위원 등으로 총 15명 중 8명이 참석해 가까스로 개회 정족수를 채웠다.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서가 졸속으로 재심의를 통과하면서, 해군기지가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될 기미를 보이자 이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도민대통합위원회 "해군기지 업무협약 파기하고, 행정일체 중단하라"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발전적 해결 및 도민대통합을 위한 추진위원회(이하 도민대통합추진위, 위원장 이유근)'는 28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기지와 관련해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옴으로써 천혜의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평화의 섬이라는 제주의 상징적인 가치가 상실되며 지역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되기 때문에, 국가가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제주의 희생에 상응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도민대통합추진위는 제주도당국에게 "정부와 맺은 업무협약서(MOU)를 파기하고 정부가 특별법을 통해 제주신공항 건설, 알뜨르 비행장 무상양여, 강정주민 참여하의 강정마을발전계획 수립·시행 등 제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때까지 제주해군기지와 관련된 남은 행정절차 일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제주도 의회를 향해서도 정부가 제주도를 향해 특단의 조치가 내려질 때까지 의회가 할 수 있는 공유수면매립 의견청취,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 환경영향평가 동의 등의 절차 모두를 보류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유근 추진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주민소환투표가 끝난 뒤 8600억 원 규모의 투자지원계획이 국가가 아닌 서귀포시가 주체가 되어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했다"고 하면서,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토요일 오후에 매우 졸속으로 '보완동의'라는 기이한 형식으로 처리되는 것을 보면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 상황에 대해 변호사들도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제주지방변호사회(회장 이연봉) 소속 변호사들은 29일 오전 9시 4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서가 졸속으로 재심의를 통과하는 상황을 두고 정부와 제주도정을 향해 "만일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진행과정에서 법이 지켜지지 않거나 탈법, 변칙이 용인된다면 적지 않은 비난과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호사회 "절대보전지역 공유수면매립은 위법, 도의회는 안건처리 보류 마땅"

변호사들은 "(환경영향평가 졸속 심의 과정을 보면) 해군본부와 제주도정이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를 금년 내로 착공함으로써 사업추진을 기정사실화하는 데만 급급할 뿐 이와 관련된 환경영향평가, 공유수면 매립, 절대보전지역 해제, 문화재 현상변경 등 행정절차를 적법하게 처리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들은 도의회를 향해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하여 제주도정이 상정한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의견청취의 건'에 대하여 절대보전지역이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유수면 매립을 추진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안건처리를 무기한 보류"하라고 권고했다.

이들은 또, "최근에 서귀포시장이 정부와 맺은 업무협약서(MOU)를 근거로 하여 총 사업비 8696억 원 규모의 제주해군기지 주변지역 종합발전계획(안)을 발표하였지만", "평택시의 주한미군기지 이전사례(총 지원비 18조 8016억 원)나 경주시의 핵방폐장 설치사례(3조 2095억 원)와 비교해 보면, 이 종합발전계획(안)이 얼마나 알맹이 없고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는 계획이라는 점을 잘 알 수 있다"며,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국책사업이므로 행정시장인 서귀포시장이 나설 것이 아니라, 정부가 평택시와 경주시의 사례와 같이 직접 나서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국비를 지원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장 도내 3개 환경단체와 강정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졸속으로 추진된 환경영향평가서 재심의 과정을 비난하고, 제주도와 정부당국을 향해 "멸종위기종 동식물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동생태조사를 벌이자"고 제안하였다.
기자회견장도내 3개 환경단체와 강정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졸속으로 추진된 환경영향평가서 재심의 과정을 비난하고, 제주도와 정부당국을 향해 "멸종위기종 동식물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동생태조사를 벌이자"고 제안하였다.장태욱

도민대통합추진위와 제주도변호사회에 이어 강정마을회와 제주지역 환경단체들도 이번 환경영향평가서 재심의 결과를 비난하고 나섰다.

강정마을회와 환경단체들, "공동 생태조사 후 멸종위기 동식물 보호방안 찾아야"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환경운동연합, 곶자왈사람들 등 제주지역을 대표하는 3개 환경단체들과 강정마을회는 30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은 심의과정에서 조작 의혹까지 제기하며 극구 부인했던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붉은발말똥게의 서식을 확인한 후에도 납득할 만한 해명이나 정밀조사계획의 발표가 없고, 일부 심의위원들이 제기한 관광객 유입에 따른 경제효과, 연산호 군락의 보호대책 또한 부실하기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기자회견 도중 강정마을 해군기지 대책위 양호경 사무국장과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상배 조사팀장은 위성사진을 들과 나와 자체적으로 조사한 붉은발말똥게, 동남참게, 층층고랭이 등의 희귀생물들의 분포지역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붉은발말똥게가 전국적으로도 멸종위기동물로 지정될 만큼 희귀종이고 도내에서는 최초로 발견된 점, 동남참게가 도내에서는 매우 희귀종이라는 점, 층층고랭이가 도내에 서식하고 있는 것이 보고된 것은 강정마을이 최초이고,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믄 일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보호방안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멸종위기종 동식물 분포지역을 설명하는 사진 강정마을 해군기지 대책위 윤호경 사무국장과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상배 조사팀장이 위성사진을 들고나와 기자들에게 멸종위기종 동식물이 서식하는 지역의 분포를 설명하기도 했다.
멸종위기종 동식물 분포지역을 설명하는 사진강정마을 해군기지 대책위 윤호경 사무국장과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상배 조사팀장이 위성사진을 들고나와 기자들에게 멸종위기종 동식물이 서식하는 지역의 분포를 설명하기도 했다.장태욱

특히, 윤사무국장과 정팀장은 9월 27일까지 강정 해군기지 예정지에 대해 세 차례 자체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해군의 주장과는 달리 "해군기지 예정지 전역에서 붉은발말똥게와 동남참게가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말한 뒤, "해군기지예정지가 과거 논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남아있는 논골에는 이 같은 게들이 집단적으로 서식하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따라서 강정마을회와 환경단체들은 도의회를 향해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처리를 보류하라"고 호소했고, 제주도와 환경부를 향해서는 "멸종위기 생물들의 보호를 위해 공동조사와 함께 서식지 보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멸종위기 동식물들의 보호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첫 단계로서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전문가, 환경부와 제주도 당국, 언론사, 환경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생태조사를 실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서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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